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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축구) [김현회] 인천 팬들은 왜 분노하며 거리로 나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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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8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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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팬들은 지난 5일 축구회관 앞에서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 집회를 열었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한가로운 연휴가 계속 되던 지난 5일 오후 5시 인천유나이티드 팬들이 속속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으로 모여 들었다. 축구장이 아닌 곳에 인천 유니폼을 입고 나타나 뭔가를 분주히 준비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지나가던 사람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해 경찰도 배치됐다. 그리고 이 자리에 모인 20여 명의 인천 팬들은 자유발언을 한 뒤 큰 소리로 축구회관을 향해 외쳤다. “정신 차려 심판.” 그들의 목소리는 쩌렁쩌렁하게 울렸지만 정작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거리로 나선 인천 팬들, 그 이유는?

올 시즌 K리그 개막 이후 계속된 오심의 피해를 입은 인천 팬들이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이다. 연맹에 공식적인 항의를 하기 위해 어린이날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피켓과 걸개까지 준비해 모인 것이었다. 그들이 든 걸개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실수도 반복되면 고의다.’ 인천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올 시즌 인천이 유독 심판의 오심에 여러 번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인천 팬들은 심판에 대한 강한 불신에 사로 잡혀 있다. 경기장이 아닌 거리에서 외치는 그들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쌓여 있었다. 물론 연맹과 그 어떤 언론도 그들이 이렇게 연맹 앞에서 항의 집회를 했다는 사실에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집회 도중 자유발언을 통해 인천 팬들은 안타까워했고 또 분노했다. 인천 팬 신상우 씨는 이렇게 말했다. “과거에도 독일 심판이 K리그 주심을 맡은 적이 있었다. 그때도 물론 오심은 있었다. 인간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실수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때는 이렇게 공정성을 의심하는 일은 없었는데 지금은 공정성을 의심해야 할 정도의 수준이 됐다.” 인천 팬 강경두 씨도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지난 포항전에서 한석종은 오심으로 퇴장 당했다. 사후분석을 통해 이 판정이 잘못됐다는 걸 연맹도 인정했고 한석종의 징계도 철회됐지만 정작 당시 오심을 저질렀던 주심은 한 경기를 쉬고 다시 경기 배정을 받았다. 과연 오심을 저지른 심판에 대한 대처가 정당하게 이뤄지고 있는 지 의문이다.”


인천 팬 조영재 씨도 한 맺힌 발언을 했다. “우리 응원 구호 중에 ‘뛰어 뛰어 유나이티드’라는 구호가 있다. ‘할 수 있어 인천’이라는 구호도 있다. 그런데 경기 도중 선수들에게 이런 구호를 외치기도 미안한 상황이다. 우리가 질 만한 경기를 해서 졌나. 상대와 대등하게 싸웠고 할 만한 경기를 해놓고도 억울한 판정 때문에 졌다. 오심에 가까운, 혹은 완벽한 오심 판정으로 서울전에서 우리의 두 골을 취소시켰던 주심이 바로 다음 라운드에 또 우리 경기에 배정됐다. 과연 공정한 배정인지 의문이 든다.” 인천 팬들은 한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입을 막는다고 해서 사실이 사실이 아닌 게 되는 건 아니다.” 참고로 연맹은 선수단과 코치진 등이 심판 판정에 불만을 제기하는 발언을 할 경우 징계를 내리기 때문에 그 누구도 함부로 판정에 대해 불만을 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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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어제 경기에서도 또 애매한 판정에 울어야 했다. ⓒ중계 방송 화면 캡처유독 판정 논란에 시달리는 인천


인천 팬들의 분노는 합당하다. 인천이 올 시즌 심판 판정으로 입은 손해는 엄청나다. 4라운드 수원삼성과의 홈 경기에서는 수원 골키퍼 신화용이 문선민을 발로 가격했지만 경고는 물론 사후 징계조차 없었다. 5라운드 포항과의 원정경기에서는 전반 막판 한석종이 공중볼 경합 도중 팔꿈치를 썼다는 이유로 다이렉트 퇴장 판정을 받았고 결국 인천은 이후 두 골을 내주며 0-2로 패했다. 그런데 이후 이 판정은 오심으로 결론 내려졌고 한석종에 대한 징계도 취소됐다. 하지만 이미 경기는 끝난 뒤였다. 6라운드 전남과의 홈 경기에서는 전남 파울 상황에서 인천에 어드밴티지를 적용했다가 골이 들어가고 나서야 주심이 다시 파울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런데 의아한 건 프리킥 위치가 바로 직전에 파울이 있던 곳이 아니라 공격 출발 시점이었다는 점이다. 어드밴티지의 의도를 정확히 알 수가 없는 판정이었다.


인천은 서울과의 7라운드 원정경기에서도 명백한 오심으로 울었다. 문선민이 올린 크로스 상황에서 이미 골라인 아웃이 됐다는 판정으로 김용환의 선취골이 취소됐지만 이는 명백한 오심이었다. 결국 인천은 이 선취골이 수포로 돌아가며 0-3으로 무너졌다. 후반 또 한 번의 득점 장면 역시 오프사이드로 판정됐지만 느린 장면을 보면 오프사이드와는 관련이 없는 선수의 골이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논란이 된 판정을 제외하고 명백한 오심만 따져도 인천이 피해를 입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팬들은 “첫 승을 거뒀던 지난 상주전에서도 경기 중단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추가시간이 6분이나 됐다.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다”고 항의했다. 인천이 지금껏 보여준 경기력은 단 1승에 그칠 정도로 처참한 수준이 아닌데도 그들은 올 시즌 딱 한 번밖에 이기질 못했다. 인천은 오심으로 K리그 클래식 잔류 싸움에서 대단히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인천 팬들은 이렇게 축구회관 앞에 모여 심판 판정의 편향성에 대해 강력히 항의를 하고 이틀 뒤 강원 원정을 떠났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팬들은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걸고 있었다. “상주 원정에서 어렵게 첫 승을 했으니 분위기가 조금 나아지지 않겠어요? 강원 원정에서 또 ‘뛰어 뛰어 유나이티드’를 외쳐야죠. 아무리 상황이 불리해도 또 우리는 인천을 위해 머나먼 원정길에 오를 겁니다.” 그런데 어제(7일) 열린 인천의 강원 원정에서 또 한 번 논란의 판정이 나왔다. 인천이 또 다시 선취골을 뽑고도 후반 29분 석연찮은 페널티킥을 내줬기 때문이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인천 수비수 채프만이 핸드볼 파울을 범했다는 판정이었다. 그런데 공은 채프만 손을 맞기 전에 강원 공격수가 이미 팔로 컨트롤 했다. 강원의 파울은 불지 않고 인천의 파울만을 잡아냈다는 반발이 극심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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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에서 심판의 불신은 점점 더 쌓여만 가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그들은 어제도 울어야 했다


결국 인천은 이 상황에서 페널티킥을 허용해 실점했고 후반 종료 직전 또 다시 한 골을 더 내주며 1-2로 역전패하고 말았다. 집회 당시 축구회관 앞에서 항의하면서도 희망을 떠올리며 강원 원정을 떠났던 이들은 또 다시 그곳에서 통한의 판정에 분노해야 했다. 인천 김석현 단장은 징계가 내려질 걸 뻔히 알면서도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억울함을 호소할 때 해줄 말이 없었고 팬들을 볼 면목도 없다.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면서 “구단에서 오심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게 리그 발전을 저해하는 게 아니다. 오심이 K리그를 죽인다”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김석현 단장은 지난 3월 심판 판정에 강력한 불만을 제기해 광주FC 기영옥 단장이 제재금 1천만 원의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징계를 각오하고 이런 발언을 했다.


심판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수준이다. 한 시즌에 한두 번 나와도 논란이 될 오심과 논란의 판정이 매라운드 펼쳐지고 있다. 화가 나 거리로 뛰쳐나온 팬들은 또 그 다음 경기를 기대하며 머나먼 강원 원정을 떠났지만 그곳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판정으로 분노해야 했다. 이쯤 되면 이 팬들이 고개를 돌리고 경기장을 떠나도 할 말이 없다. 이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딱 두 가지 뿐이다. 심판의 수준을 높여 오심을 줄여야 하고 정 그렇지 못하다면 판정 문제에 대해 연맹이 팬들과 소통해야 한다. 지금처럼 판정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할 때마다 징계를 내리고 사무실 앞까지 찾아온 팬들을 그 누구도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이 불신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어제 전남-광주전에서는 주심이 판정에 가볍게 항의하는 광주 정동윤에게 90도로 사과 인사를 받고서야 경기를 재개하기도 했다. 심판의 권위는 이리도 높아지는데 그 누구도 심판을 견제할 수 없다.


심판도 인간이니 당연히 실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들의 잘못된 판정 한 번이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상처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과거 한 사례를 심판들이 꼭 기억했으면 한다. 1930년대 영국 대학에서 럭비경기가 열렸다. 이 경기 막판 한 선수는 극적인 트라이를 기록하며 팀의 드라마틱한 역전승을 눈앞에 두게 됐다. 그런데 심판은 이 트라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이 선수는 곧바로 고개를 숙이고 아무런 항의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고 이 선수는 전쟁터에 나가 싸우다 적의 총탄을 맞고 야전병원에 후송됐지만 살아날 가망이 없었다. 그때 그가 남긴 유언은 거창한 게 아니었다. “그때 그 트라이는 틀림없는 성공이었어.” 과연 K리그 심판들은 지난 주에도, 그리고 어제도 누군가의 가슴에 대못을 박지는 않았는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footballavenue@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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