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생이고, 남친은 직장인이었어.
연상인 남친은 여태까지 진지하게 연애를 해본 적이 없는 애였어. 그게 티가 나는 편이었고. (고백하는거 기념일 챙기는거 편지 쓰는거 다 내가 처음이랬으니)
얘의 언행으로 몇번 상처받아서 운 적이 있었어. 얘가 좋은데, 정말 좋은데, 그거랑 얘로 인해 상처받는 건 별개였어.
20대의 연애가 진지해봤자 얼마나 진지하겠냐고, 나 좋으라고 하는 연애인데 안 맞는 애랑 이렇게 있어봤자 뭐하겠냐는 생각이 들었어.
남친한테 말했어. 니가 좋은데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지는 모르겠다고.
삼일동안 연락을 안하다가 토요일에 남자친구를 만났어.
헤어질지도 모른다, 생각하고 갔어.
만나서는 평소처럼 손을 잡고 어깨에 기대고 얘기를 했어. 분명 얘한테 실망하고 지쳐있는데도 웃는 얼굴을 보니까 좋았어.
남친은 직장인인데 3월부터 대학에 들어가. 일이랑 학업을 병행해야돼.
남친이 그러더라구. 자기는 연애할 여건이 안된대.
자기는 욕심이 너무 많아서, 일도 해야하고 학업도 석사까지 나와야 된다고, 그와중에 주식에 큰 돈 굴리고 있어서, 너무 너무 신경쓸게 많고 바쁠거래.
내가 외로움 엄청 많이 타는 성격인거 아니까 이렇게 바쁜 상황에서 나랑 연애하는 건 너무 이기적이라서 안된대.
얘랑 헤어질 각오 하고 나온거였는데도 그 말을 듣는데 눈물이 나왔어. 얘랑 헤어지기가 너무 싫었어.
얘가 나랑 사귀는게 지쳐서 헤어지는 거면 괜찮은데, 자긴 아직도 내가 너무너무 좋다고 말하니까 헤어지기 싫었어.
사람 엄청 많은 술집에서 계속 울었어. 남친 팔 붙잡고서는 헤어지기 싫다 말했어.
얼굴 잘 못봐도 된다고 연락 못해도 된다고, 욕심 안부린다고 괜찮다고 말하는데도 남친은 안된대.
계속 울고불고 매달렸어 살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었어,
내가 얘를 이렇게나 많이 좋아하고 의지하는 줄 그 상황에서야 처음 알았어.
그런데 내가 암만 매달려봤자 걔는 이미 다 마음을 정하고 왔더라구.....
술집에서 나와서 걔랑 손을 잡고 지하철까지 왔어.
걔를 안고서는 헤어지기 싫다 했어. 남친은 안된대. 헤어져야 된대.
걔를 밀치고 지하철을 탔어.
지하철을 타고 친한 선배 동네에 가서 술을 마셨어. 지하철에서부터 선배와 술을 마실때도 그냥 몇시간동안 계속 울기만 했어.
좋아한다는 마음만으로 연애가 다 되는건 아니구나.,
얘를 좋아하지 말걸 그랬어.
보고싶다. 목소리도 듣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