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작년 8월에 급 돌아가셨어.
그 전날까지만 해도 아니 그날 아침까지도 근무를 하셨는데
점심시간에 상태가 안좋아지셔서 병원에 가셨다가 그날을 넘기지 못하시고 돌아가셨어.
그러고 나니 집안 상태가 너무 안좋았지.
그래도 일단 내가 일을 하고 동생은 입시 준비를 하고 엄마도 동생 입시를 도와주는 데에 매진을 하다 보니 어찌어찌 잘 넘어간 것 같아
요즘은 웃기도 하고 가끔 나가서 밥도 먹고 해.
하지만 엄마랑 아빠가 정말 금슬이 좋으셨거든.
그래서인지 엄마가 너무 힘들어 해.
그건 너무 안타깝고 자식된 도리로 안쓰러운데,
문제는 아빠가 살아계실때 모든 복잡한 일은 다 본인이 맡아서 하셨어. 정말 자질구레한것들까지도
그래서 엄마가 제대로 할 수 있는게 없는데다가
모든 일을 아빠랑 상의하고 하시다 보니 심지어 점심 메뉴 고민되면 아빠한테 전화하셨을 정도니까
엄마가 불안해 하시더라고.
엄마는 예체능 전공자이시고 아빠가 돈을 잘 벌지 못하셨을 때 우리집을 이끌어 나가셨었어.
그 경력을 살려서 지금 다시 피아노 학원을 하려고 알아보는 중이신데
모든 일을 다 나한테 맡기려고 하셔.
물론 나는 사무직일을 하고 있고 이것저것 서류 다루는 일에 능하지만, 내가 이걸 다 해주기가 너무 힘들더라고.
내가 해드릴 수도 있지만 이건 너무하다 싶을 때가 많아.
아빠 상속 처리하는 일도 내가 일일이 휴가 내가면서 거의 다 내가 했는데
그러다보니까 너무 힘들었는데도 엄마는 내가 당연히 해야한다고 생각하시나봐.
그런 것들이 좀 쌓인 것 같아.
나를 가장으로 생각하시고
어떻게 나한테 돈을 더 받아낼까 고민하시는 모습이 좀 소름끼치는 부분이 있어.
엄마가 지금 수입이 없으니까 걱정되는 마음은 잘 알겠으나,
내가 원래 내년에 결혼하려고 했고, 엄마도 알고 있는데
남편 될 사람이 아직 돈을 거의 못 벌어서 내가 결혼하면 엄마한테 지금 드리는 것처럼 드릴 수가 없어.
그 이야기를 했더니 그러면 결혼 미룰래..? 이러시는 것 보고 좀 소름끼치게 싫더라고.
오늘은 정말로 소름끼치는게,
이게 쌓여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엄마가 학원 관련해서 부동산이랑 이야기하다가 부동산 측에서 좀 싸가지 없이 굴었나봐.
집에 오셔서는 이모랑 통화하시면서 우시는데
아빠는 왜 죽어서 본인을 힘들게 하냐고 하시더라고.
그말을 듣는 순간 울고 있는 엄마가 가엽고 안쓰러운게 아니라 그냥 좀 싫어졌어..
근데 또 속으로 내가 너무 소름끼치고
공감능력이 없는 싸이코패스같아서 너무 무섭다.
왜 나는 엄마가 이해가 안될까....
이걸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