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덬 사는 동네 요즘 장마기간이라 회사 끝나고 나면 집에 처박혀서 (주말에도 집에 틀어박혀있다...) 두문불출하다보니 아무래도 유튜브사마의 힘을 빌리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음.
원래부터 게임실황이나 일상계 유튜버 몇몇은 즐겨 보았었는데, 이게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더 이상 볼 게 없어지더라고. 그 결과 보는 폭/장르/유튜버가 요 몇주사이에 비약적으로 늘어났지.
예전에 추천영상으로 떠서 한 번 봤다가 '이건 뭐야'싶어서 그 뒤로 거들떠도 안 보던 유튜버가 의외로 제정신 박히(?)고 괜찮은 사람인 걸 알게 되어서 구독하게 된다던지, 그 유튜버랑 관련있는 다른 유튜버를 보기 시작한다던지, 지금까지는 안 보았던 상품소개를 보기 시작한다던지 등등등.
그 와중에 새롭게 보게 된 게 바로 해외 K팝 팬 리액션. 이전에는 진짜 뭔가 되게 국뽕같고 오글거려서 못 보았는데 (이건 사실 처음 본 리액션-강남스타일-이 국뽕으로 점철된 것이라 그 트라우마였던 것 같기도 함), 옛 명곡들이나 나가수, 복면가왕, 너목보? 같은 것들 리액션은 볼만 하더라고.
그리고 그 중에서 요즘 원덬이 하루에도 몇 번씩 돌려보는 게 있으니, 바로 이하이의 '한숨'과 넬의 '그리고 남겨진 것들', 양희은의 '엄마에게서 딸에게' 리액션... 원래부터 좋아하는 곡들이긴 했는데, 뭐라하지? 나 혼자 듣고 좋아하던 것과는 달리 (모니터 너머에 있는, 만나 본 적도 없는 외국사람이긴 해도) 타인과 같은 감정을 공유한다는 느낌이 묘하게 위안이 되더라고. 그 사람들이 한국어를 아는 지 모르는 지, 가사나 배경 지식을 아는 지 모르는 지는 몰라도 '음악'이라는 것으로 공감하고, 감정을 공유한다는 게 괜시리 좋았음.
가족, 친구들과 떨어져 해외에서 혼자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더더욱 마음에 저미는 것도 있을테고, 해외에서 혼자 살면서 감정적으로 변하는 걸 의도적으로 경계하고 있다가 갑작스레 빠져 든 것이다보니 허점을 찔린 것 마냥 더더욱 쓰라리게 와 닿는 것도 있겠지. 그래서인지 처음 저 영상들 보았을 때 절로 눈물이 나더라고. 그 순간 나 스스로도 당황해서 '야 이거 우울증 초기증상 아닌가...' 싶었을 정도로. ㅎㅎ
유튜브 영상에 더해, 지난주 (지지난주인가?)부터 나의 주말을 책임 져 주는 어플이 있어. 바로 abemaTV라는 어플. 이건 말 하자면 인터넷 방송국과 VOD를 결합한 플랫폼 같은건데, 자체 제작하는 오리지널 프로그램 (질이 천차만별) + 케이블 TV + VOD 를 방송하는 온라인 방송국이야. 사실 이전에도 애니메이션 채널이나 다큐멘터리 채널은 종종 보긴 했는데 지지난주부터 여기서 TRICK을 방영 해 주고 있어서, 주말이면 거의 하루 종일 TRICK을 보고 있다...
내게 있어 일본 드라마 (요즘은 안 보긴 하지만) 입문작이자, 지금도 엄청 좋아하는 배우 (아베 히로시)를 알게 해 준 드라마. 그 이후로 일드를 수 없이 봐 왔지만 TRICK만한 드라마는 아직 보지 못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이제 와서 보면 (워낙에 오래 된 드라마니까) 참 촌스럽고 구닥다리 개그들이지만, 이거 보면서 그 당시 느꼈던 감정이나 그 당시 친하던 사람들 생각도 나고 해서 감성 터지며 보고 있다. 당장 토요일-일요일 이틀간 시즌 2 전 10화? 11화 전부 몰아보기도 했고.
TRICK 드라마판 끝난 뒤에 극장판 해 줄 지 안 해 줄 지는 모르겠는데, 완벽한 마무리를 위해서 마지막 극장판은 꼭 해 줬으면 좋겠음. (TRICK 팬이라면 공감 할 거라 생각하는데 마지막 극장판 마지막 신이 드라마 1기에서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장면이랑 동일해... 극장에서 현실눈물 터졌음) 뭐, Abema가 지금까지 해 왔던 것 보면 해 줄 것 같긴 하지만... (애니메이션 모노가타리시리즈 연속방영 해 준 뒤에 극장판 방영 해 줬음)
뭔가 얘기가 길어졌는데, 간단히 정리하면 장마 + 옛 생각(TRICK) + 공감 삼박자가 맞춰지면서 원덬이 요즘 감성 터지는 삶을 살고 있다는 얘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