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리뷰방에서 남친한데 덕밍아웃 하기 싫다는? 내용의 글을 봤던 거 같은데 그거 보고 언젠가 내가 덕밍아웃한 후기를 써야지 하다가 지금 쓰게 됐당.
지금 쓰는 이유는 내가 지금 과제를 하고 있기 때무네...ㅎ
일단 나는 제이돌 더쿠야. 사실 덕질 시작한지 2년째였던지라 그렇게 열성적인 더쿠는 아니었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았지..
열심히 덕질하던 차에 나더쿠에게는 예상치 못한 남친이 생겼다!!! 그리고 남친이 생기고 나서 나는 차차 휴덕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당
남친한테 들키기 싫어서 억지로 접은 건 아니고.. 내 심장의 입주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줬달까....☆
어쨌든 그래서 가끔씩 생각나면 사진 보고, 생각나면 소식 찾아보고 아~얘네들이 이러고 있구나~ 여전히 잘생겼네~ 정도만 하는 휴덕이 되었어
생각해보면 휴덕상태이기까지 했으니 숨기자면 얼마든지 철저히 숨길 수 있었는데... 역시 나더쿠는 뭐 숨기는 걸 못함...
들키게 된 계기는 내 핸드폰 갤러리. 내가 심심할 때 가끔 들어가는 내 담당 사진 폴더가 그대로 있었거든...
남친이 내 갤러리 보다가 몇 번 그 폴더를 발견했어. 남친이 들어가려고 할 때마다 나는 그냥 연예인 폴더라면서 안 보여주고 폰 뺏어오고.
내가 보여주기 싫어하니까 그냥 넘어가긴 했는데 내 남자친구는 한 번 꽂히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었던 것이다.....
어느 날 남친이 얘기하다가 카즈가 누구냐고 묻더라. 그래 폴더 이름이 카즈였어... 내 담당 애칭...
그렇게 대놓고 물어보니까 그냥 말해줬지 내가 일본 아이돌을 좋아한다고ㅠㅠㅠ 그러니까 아~그렇구나~하면서 네이버에다 쳐보더라고 카즈ㅋㅋㅋㅋㅋ
근데 알다시피 카즈 하면 두 사람이 있잖아.? 다른 사람을 누르더라?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옆에서 보다가 그 사람 아니야....이러고
그리고 내 돌 사진 있는 폴더가 한 개 더 있었는데 그 폴더 이름이 일코였어. 그걸 보고는 일코가 뭐냐고 묻더라구?
일코 뜻 얘기해주니까 자기는 그 단어가 싫대. 쓰지 말래. 나는 '아니 내가 일반인이 아니니까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지 안 하면 어쩌라는 거야..'란 심정으로 안쓴다고 그랬어ㅋㅋㅋㅋㅋ
정리하면 내 남자친구의 반응은 그냥 그렇구나였어. 내가 아이돌 좋아할 수도 있고 그게 일본인일 수도 있는 거니까 그거에 대해선 신경 안 쓴대. 살짝 질투나하긴 했는데 그건 일본인이라 꽁기한게 아니라 그냥 자기 말고 하악거리는 다른 남자가 있다는 거에 대한 질투ㅋㅋㅋㅋ
일코 하지 말라는 말은, 내가 나 자신을 일반인이 아닌 사람으로 정하는 게 싫어서 그랬대. 일반인인 척 한다는 게 막 사회에서 소외되고 차별받는 사람 느낌이 났나 봐..ㅋㅋㅋ
그러니까 그건 내 남친이 일코 뜻을 다른 맥락으로 이해한 거긴 한데, 난 그 말에서 감동을 받았당...
나는 사교성도 없고 성격도 별로라, 사람들을 주류와 비주류로 나눈다면 나는 비주류에 속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거든. 근데 그걸 알기라도 한 것처럼 그러지 말라는 얘기 들으니까... 감동이었어8ㅅ8
괜히 말이 길어졌는데... 저 날 이후로 나는 그냥 폰에 있는 사진을 지웠고 남친도 더 얘기하지 않고 끝났어.
근데 며칠전에 '그 누구였더라? 카즈??'이러길래 식겁함. 왜 그런 건 잘 기억하고 있는 거야. 무서운 남자
이렇게 남친한데 덕밍아웃당한 후기는 끝.
사실 나는 휴덕상태라 일반적인 덕밍아웃하고는 살짝 상황이 다를지도 모르겠당. 내가 적극적으로 하던 중이었다면 일코도 더 철저하게 했겠지.
그냥 나는 남자친구랑 얘기 많이 해보고 저런 거에 별 편견 없는 사람이면 덕밍아웃해도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쓰고보니 정말 별거없는데 길만 오질라게 길다. 읽어준 더쿠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