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그외 늙은이 반수했던 후기
4,939 0
2017.11.24 06:36
4,939 0

사실 넘나 늙은이라 요즘 수험생들에겐 아무 의미없을 수 있으나,


그냥 용기를 주고싶음.



나덬은 고딩 때 나름 학교의 기대주였음. 지금 생각하면 얼토당토 않은데, 내가 샤 대학 갈거라고 믿었음.

근데 꿈만 컸지 실제 점수는 절대 그 수준도 안 나오는 상태였고(그 숱한 모의고사 중에 고1 처음 모의고사 말고는 단 한 번도 안정권에 든 적 없음),

무엇보다 나덬은 근성 쓰레기였음.


그러니 현역 수능 대폭망. 그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 하고,(처음으로 엄마한테 저주를 받아봄. 지옥 같았음) 재수를 결심했는데

또 근성이 쓰레기여서 결국 점수 맞춰가겠다고 집에 얘기함. 한바탕 더 저주의 소리를 듣고 난 다음에 어찌어찌 지방교대를 가게 됨.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지방교대 온 사람들은 진짜 교대가고 싶어 온 사람이 반, 명문대 미끄러지고 나처럼 점수 맞춰서 온 사람이 반이었음.


그래도 2학기 때 실습 나가면(수업 실습은 아님. 참관 실습) 대부분 애들이나 교사직에 정을 붙이는데 난 암만 해도 너무 싫은 거임.

게다가 고딩 때의 허황된 꿈-샤샤샤- 말고 진짜 꿈도 생겼음.

그래도 어찌어찌 더 버티다가 결국 2학년 올라가고 나서 다시 집에 얘기함. 나 수능 다시 본다고.


또다시 집이 뒤집어짐. 부모님은 절대 나를 신뢰할 수 없었음. 현역 때 이미 오지게 망했는데, 그나마 지입으로 먼저 재수하겠다고 하다가 며칠 못 가서(레알 며칠이었음. 한 달 공부한 것도 아님.) 재수 결정 뒤집고 점수 맞춰 갔다가, 그것마저도 일 년 쫌 넘자마자 때려 치우겠다고 했으니

부모님 입장에서 신뢰가 갈 턱이 없지.


한 반 년을 그렇게 지지고 볶고 하다가 결국 휴학계를 냄. (지도교수님도 엄청 뜯어말렸음. 휴학계 내러 갔을 때 행정직원들도 뜯어말렸음 ㅋㅋㅋ)

다만 이 때 휴학계를 내며 부모님과 합의한 점은 공부할 때 드는 비용을 다 내가 알아서 감당한다였음.

원래부터 학원 생각은 1도 없었고, ebs 교재랑 독서실 비용만 쓰고 책도 현역 때 책을 최대한 활용함.


근데.. 나 근성 쓰레기임. 사람 본질은 잘 변하지 않음.


엄마한테 어차피 난 반수하기엔 늦었으니 다음 년도 수능을 보겠다.. 즉 1년 반을 공부하겠다고 선언함.


그리고 존나 팡팡 놀았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때 내가 메이플에 환장하고 있었는데, 어차피 부모님은 다 일을 하시니 일하시기 전까지 종일 메이플을 하다가

오실 때쯤에 컴퓨터 끄고 저녁 먹으러 집에 잠깐 들른 척 한 다음에, 밥 먹고 그제야 독서실 가는 루틴이었음....


그렇지만 넘나 티나잖아 ㅋㅋㅋㅋㅋ 게다가 집에는 할머니도 계셨음. 할머니가 처음엔 손녀 편 들다가 아무래도 넘나 쓰레기 같았던지 결국 나의 모든 죄악이 폭로됨.


엄마 입장에선 또 환장하겠는 거임. 아.. 이년을 저대로 두면 내년이든 내후년이든 걍 컴퓨터 앞에서 지 인생 지가 망치겠구나.


그래서 수능 보기 한 세 달 전 쯤에 엄마가 윽박지름.


너 이번 수능 망하면 아묻따 다시 교대 돌아가는 거고, 반항하면 끔살.



장난 아니었음. 그 때부터 메이플을 끊고 나름 열심히 하기 시작함. 물론 때때로 근쓰 본능이 나왔지만 나름 이불 가져가서 독서실에서 자면서 공부함.

마침 독서실이 망해가는 곳이라 거의 내가 전세낸 것처럼 씀.


왜냐면 난 정말 교대가 너무나 싫었고, 부모님이랑 같이 살면서 잔소리 듣는 것도 너무 싫었고,

무엇보다 자기 혐오가 너무나 심해서 이제 좀 변해보자 라는 마음이 컸음.


그래도 솔까 삼개월은 넘나 촉박했음. 국영수만 해도 빠듯한 시간 아님? 나름 국어랑 영어는 자신 있었지만 문제는 수학이었고, 나덬은 소싯적부터 구구단에서 막혔을 정도로 수학 머리가 없는 인간이었음. 그래서 최대한 사탐을 뒤로 미루고 수학에 집중하려고 노력함.


그리고 사탐은 수능 보기 한 달 전에 딥따 파고, 제2외국어였던 일본어는 일주일 전에 ㅋㅋㅋㅋㅋㅋㅋㅋ 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내가 목표로 한 대학은 제2외국어가 전형에 안 들어감. 걍 관성처럼 과목 다 신청한 거라 가능했던 패기인데 지금 생각하면 이것도 뻘짓임. 그 시간에 수학을 더 봤어야.. 하...



그리하여 수능을 봤고,

가채점을 했고,

결과적으로 현역보다 올랐으며

목표 대학도 합격할 수 있었다.



요지는 이거임.


현역 때 존나 망하고, 근성쓰레기여도

"배수진"을 치면 사람은 어떻게든 하게 돼있음.


다만 이 배수진은 레알 배수진이어야 하고 불가능해 보일 정도의 과감성이 있어야 함.

난 참 운이 좋았던 게, 엄느께서 그런 배수진을 알아서 쳐주셨고 덕분에 근쓰가 잠깐이나마 근성있게 노력할 수 있게 됐다는 거.


그러니 혹여나 수능 좀 잘 못 치른 덬이 있다면, 나같은 근쓰도 해냈으니 절망하지 말고 다음을 기약하길 바란다는 얘기임.

"배수진"을 꼭 치길. 사람마다 그 배수진이 다 다르니 어디까지가 배수진인지 정확히 설명할 순 없으나,

본인은.. 아마 본인은 알고 있을 거임.



목록 스크랩 (0)
댓글 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세상의 주인이 바뀌었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예매권 증정 이벤트 345 04.24 45,148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593,904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052,887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3,849,332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329,632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350,736
모든 공지 확인하기()
152405 그외 덬들은 인간관계 불편하면 차단해? 2 02:50 109
152404 그외 선물받았는데 조금 부담스런 초기ㅠㅠ 8 00:55 561
152403 그외 방금 갑자기 왼쪽눈이 너무 무거웠던 후기 3 00:47 192
152402 그외 니 친구는 지금 약사 됐는데 너는 어쩌고 하는거에 화낸게 내 자격지심이야?? 11 04.26 957
152401 그외 탈덕하고 n년만에 개인공연 보러갔는데 멤이 나 기억한 후기 2 04.26 682
152400 그외 상대가 무슨 심리인건지 궁금한후기 22 04.26 777
152399 그외 물욕 없는 애들은 어릴 때부터 물욕이 없는지 궁금한 후기 6 04.26 467
152398 그외 공무원 비연고지라는 이유로 재시를 고민하는 초기 40 04.26 1,344
152397 그외 에어비앤비 하는 이웃은 어떤지 궁금한 초기 22 04.26 984
152396 그외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건 아닌데 심리상담 받을까 고민하는 중기 3 04.26 231
152395 그외 피임약 비잔 1년째 복용중인데 안먹으면 안되는지 궁금한 초기...... 6 04.26 326
152394 그외 서울덬들의 집단 지성을 필요로 하는 초기! (당일치기 서울여행) 8 04.26 325
152393 그외 앉아있는데도 머리가 핑 도는 초기 2 04.26 207
152392 그외 회색 진회색 흐린회색 등등 회색 옷 안어울리는 사람 퍼컬을 알고 싶은 중기 14 04.26 658
152391 그외 일타강사도 나랑 안맞을 수 있겠지?초기 3 04.26 499
152390 그외 카페에서 진상 손님 본 후기 9 04.26 1,036
152389 그외 블로그로 월 100만원씩 버는 중기 22 04.26 2,952
152388 그외 욕조 있는 덬들에게 별거아닌 궁금증 10 04.26 585
152387 그외 핑크뱃지를 단 초기임산부 지하철에서 황당한 썰 후기 17 04.26 1,358
152386 그외 피부과 가서 레이저or주사 받고싶은데 피부평가 구걸하는 중기 7 04.26 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