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번 커스텀은 시기상으로는 두번째 커스텀 (좋아) 보다 빨리 완성했어. 올해 1월에 작업 시작해서 4월쯤 완성했는데, 메이크업 하는 과정에서 도색이 망가졌고 그냥 그대로 괜찮다고 합리화 하면서 전시해뒀는데 볼때마다 스트레스라 6월달쯤인가 전부 다 지워내고 재작업 들어갔어. 그리고 떡밥 줏어먹고 바쁘다는 핑계로 계속 방치하다가 이제 완성했네. 원래 계획은 올해 완성해서 내년에 종현이 새앨범 나오면 후기 써서 올려야겠다 생각했었는데 참 인생이란게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거라지만서도.. 그 이유가 너무 아프기는 해. 지난번에 만든 두개의 인형은 막 엄청 꼼꼼히 계획짜고 예산 짜서 만든건데 이건 갖고있는것들로 어케어케 해서 꽤 즉흥적으로 하게 된거거든. 밑에 인형이 입은 굿즈 후드 모자들도 다 있던걸로 만든거고. 첨엔 갖고있는 인형옷이랑 아이템들 팔리지도 않고 버리기도 아깝고 해서 재활용 목적으로 만든건데 나중에는 들어간 비용이 결국 비슷비슷 해져갖고 막 부제:배보다 더 큰 배꼽 커스텀 그런것도 쓰려고 했는데 이대로 끝내기는 나도 아쉬워서 언젠가 좀 괜찮아지면 다시한번 만든 과정글 써볼게ㅎㅎ 그게 언제가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막 하고싶은 말은 많은데 쉽게 정리도 안되고 그래서 그냥 종현이한테 하고싶은말 쓰고 끝낼게. 토해내듯이 쓴 글이라 많이 두서가 없는데, 불편하면 그냥 넘겨도 괜찮아. ---- 종현아 안녕? 잘 지내니? 나는 아직도 네가 없는 세상이 믿어지지않아. 아니, 사실 머리로는 알고있어. 외면하려해도 세상 곳곳에서 네 얘기가 나오고, 나도 허용된 범위 안에서 너의 마지막을 보고왔으니까. 근데 머리랑 가슴은 각각 사고회로가 따로있나봐. 아무리 생각해봐도 현실이 아닌것같으니 말이야. 그냥 샤이니가 주연인 아주 슬픈 영화를 보고온것같아. 故, 故人, 상주, 발인, 추모.. 사전적 정의를 충분히 알고있는 단어들인데 그게 왜 너와 샤이니에게 붙는건지 모르겠어. 내 세상은 무너졌는데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잘 돌아가는 세상이 원망스럽기도해. 너는 아마 모를테지만, 내가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네가 있었고,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에도 네가 있었고, 내가 꿈을 갖게된 순간에도 네가 있었어. 내 평생을 너와 함께해온건 아니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들은 언제나 너와 함께였어. 그래서 네가 항상 곁에 있어줄 줄 알았나봐. 처음 아주 잠깐은 너를 원망하기도 했어. 그렇게 힘들었다면 아이돌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연애든 뭐든 하고싶은대로 다 하지 왜 그랬어 하고 말야. 하지만 그 다음날 공개된 유서에서 느껴지는 원초적인 괴로움에 그게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는지, 네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처절하게 느껴져서 그런 생각을 했던 내 자신이 너무 혐오스러웠어. 문득 내가 우울에 괴로워 몸부림치던 때가 떠올랐어. 별일이 없으면 일주일 중 7일을 집에 붙어있는 나인데, 정말 활발하게 여기저기 돌아다녔어. 노래방에가서 4시간을 내리 부르기도하고, 혼자 고깃집에 가서 2인분에 볶음밥까지 주문하고, 비싸다고 꺼려했던 사주도 보고, 배낭싸서 무작정 계획없이 여행을 떠나기도했어. 남들이 봤을땐 참 행복하게 재밌게 사는걸로 보였을거야. 하지만 난 그때 행복하지 않았어. 그것들은 내게 행복이 아니라 단지 고통을 잊기위한 수단이자 발악일 뿐이었거든. 감히 너를 이해한다고 할 수 없지만, 혹시 너도 그런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하드한 샤이니의 투어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솔로앨범을 내고, 1년에 20번이 넘는 솔로 콘서트를 한다는게 정말 엄청나게 대단한 일이잖아. 그러면서도 틈틈이 곡작업도 하고, 소설도 쓰고. 어쩌면 너에게 그 모든것들은 고통을 이겨내기위한 방법은 아니었을까. 내가 그랬던것처럼 말야. 나는 너를보며 위로를 받고 행복을 얻었는데 내가 너에게 해줄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던것 같아. 이제와 생각해보면 나는 너의 우울을 즐긴건지도 몰라. 네가 슬쩍슬쩍 내비치는 우울한 감정에서 파생되는 위로의 인터뷰와 노래를 보고 들으며 내 감정을 채우기 급급했어. 그게 사실은 네가 듣고싶었던 말일수도 있는데. 나는 요즘 콘서트에서 봤던 너의 마지막 모습이 자꾸 떠올라. 마지막 곡으로 하루의 끝을 부르고 그대로 뒤돌아 들어간 너를 보며 엄청 당황스러웠거든. 보통 콘서트에서 마지막 무대를 하기전에 이 곡이 진짜 마지막곡이고, 와주신 여러분 감사하고, 지금까지 누구였고.. 그런식으로 엔딩 멘트를 하고 끝내는게 보편적이잖아? 너도 그래왔고. 그래서 나는 vcr이 나오고 새로운 섹션이 시작될줄 알았어. 그런데 그냥 그렇게 끝이 나더라고. 어쩌면, 정말 어쩌면 그 엔딩은 네가 이렇게 사라질거라고 마지막 암시를 준거였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 모든 공연에 있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내는 너잖아. 특히 그 엔딩부분은 전적으로 너의 의견이 아니었을까 싶어. 일종의 스포일러 처럼 말이야. 만약 네가 이듬해 새 앨범을 내고 활동을 했다면, 내가 열과 성을 다해 만든 널 닮은 인형들을 선물로 주고싶었어.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보석을 박은듯한 크고 반짝이는 너의 두 눈이 예쁘게 빛나는 모습을 보고 싶었거든. 너는 이미 유서까지 쓰고 마음의 준비를 한 상태에서 프롬포터에 있던 컴백 문구조차 읽지못했는데 그렇게 괴로운 상태인것도 모르고 속편하게 저딴 생각이나 하고.. 그냥 모든게 다 너무 미안하고 죄스러워. 이게 얼마나 힘들게 몸부림 치며 고통스러워하다 내린 결정이었을까. 사실 난 엄청나게 비관적이고 염세적이야. 꿈이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나의 가장 큰 소망은 무병단명이거든. 그런데 이젠 오래 살고싶어졌어. 세상에 공개되지않은, 너와 함께했던 내 인생의 황홀한 추억들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간직하고 싶거든. 나도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내뱉는게 싫어서 너처럼 영원이란 말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아. 하지만 난 너를 영원히 사랑할거고, 영원히 사랑한다고 감히 말해주고싶다. 종현아,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네가 보고싶어. 그런데 현실에서 이 두가지 문장이 하나가 될 수 없단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고 시리도록 아파. 나의 자랑, 나의 사랑, 나의 자부심. 수고했고 정말 고생했어. 언제 어디에 있어도 항상 행복하길 바랄게. 안녕이라고 마무리 하면 왠지 영영 못본다는게 실감이 날거같아 그말은 하지 않을게. 우리 언젠가 꼭 다시 만나자. 그때까지 잘 지내. 마지막까지 언제나처럼 아름답게 빛나고 찬란했던 종현이에게, J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