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주운건 오늘이 아니고 몇일 됐어 수요일에 주웠을거야...
여튼 설명하자면..
몇일 전에 퇴근 하고 집 가는 길이었어 비도 오는 날이었고 큰 길가에서 횡단보도 하나 건너면 금방 집이라 빨리 집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음..
근데 왠 검은색 차가 훙 지나가면서 창문으로 뭘 던지고 간거야
처음엔 잘 못봐서 에융 또 창문 열고 쓰레기 버리고 가나부다 하고 쯧쯧 이랬는데
내 옆에서 나랑 같은 방향 신호 기다리던 여자분이 어머! 이러는거야
그래서 왜 그러지 하고 앞에 봤는데 왠 애기 애옹이가 벌벌거리면서 차도에 엎어져 있는거야
애가 어떻게 네 발로 서있긴 하는데 배 바닥에 딱 붙히고 두리번거리지도 못하고 진짜 벌벌 떨더라
와 진짜 보자마자 내가 냉큼 주워왔어....... 손에 잡으니까 진짜 내 손바닥만하던데 이런앨 던지고 가다니 미친거 아니야 정말
인도로 던진거도 아니고 차도에 내팽겨치고 가다니 누구 주워가라는거도 아니고 그냥 죽으란거잖아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아니 마침 그 차도로 차 지나가는 신호가 아니었어서 다행이었지 만약 차 지나갔으면 그냥 밟혔을거라고ㅠㅠㅠㅠㅠㅠ
애가 너무 쪼끄매서 운전자 시점에선 잘 안보일 수도 있겠던데ㅠㅠㅠㅠㅠㅠ 등도 까매서 그냥 비닐 봉지같은거로 보일걸 ㅠㅠㅠㅠ
내가 자취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 집에서 동물 키우기 힘들것 같아서 안전한곳에 두고 가려고 했는대 애기가 너무 벌벌거리고 비도 오고 그래가지고ㅜㅜ
그리고 차에서 던져졌잖아... 원래 집에서 키우던 애같기도 하고.. 어디 다쳤을까봐 그냥 두고 못가겠는거야.... 그래서 일단 집에 데려갔어
내가 퇴근시간이 좀 늦어가지고 근처 동물병원은 다 문이 닫혀있어서 그날 당장 병원은 못데려갔어
그래도 뭐라도 해줘야 할것같아서 수건으로 좀 닦아주고 따뜻하게 내 행거 아래에 이불 깔아주고 거기에 잘 넣어주고 물 챙겨주고 있었지..
마침 그 날 친구들이 집들이 하러 처음 놀러오는 날이었는데 내가 급하게 연락해서 친구들이 밥이고 그릇이고 다 사와줬어
친구중 한 명은 고양이 키우는 애라 화장실 모래도 가져와줬음 ㅠㅠ 친구들 짱짱맨 짱짱우먼
여튼 애가 처음엔 밥도 안먹고 하악질 하고 이불만 들춰도 기겁을 하길래 쳐다도 못봤는데 진정하게 혼자 두고 몇 시간 우리끼리 노니까 슬금슬금 기어나오고 쀼쀼거리면서 오더라
밥도 먹고 물도 먹고.. 아고ㅠㅠㅠㅠㅠㅠ
내가 누워있었는데 와서 코로 몇번 찌르더니 배 위에 올라타고 그러데ㅜㅜㅜㅜㅜ 금방 적응했나봐.. 친구가 가져온 오뎅꼬치도 잘 가지고 놀고.....
원래 성격이 그런건지, 그냥 애기라 그런건지 되게 관심 받고싶어하고 애교도 많던데 이런 귀여운 애기를 그렇게 버리고 가다니 미친새끼들이야... 용서할 수 없다...
그리고 다음날 병원 데려갔다 왔는데 어디 다치거나 병걸린건 없데 다행이야ㅠㅠ
기생충약만 주사 받고 손톱 쪼끔 자르고 데려왔어
태어난지 40일정도 된것같고 남자애래
종은 코숏이구 등은 까만데 배는 점박이야 젤리는 전부 100퍼 포도젤리!
혹시 버리고 간 사람들도 어디서 주웠다 버렸나 싶어 혹시해서 여쭤봤는데 의사 선생님도 아무리봐도 집고양이 같다더라....
다음주에 예방접종하러 다시 오기로 하고 새 화장실도 사서 집에 다시 데려왔어(하루만 상자에 임시 화장실 만들어 줬었어. 배변훈련을 한건지 고양이 습성이 원래 그런지 화장실 모래 가서 잘 싸더라고..)
몇일 침대에서 재웠더니 잘때 내 쪽으로 꼬물꼬물 기어와서 머리 들이밀고 팔베개하고 자 ㅠㅠㅠㅠ귀여워ㅠㅠㅠㅠ!!
처음엔 지인들 중에서 분양 가능한 사람 알아보고 그랬는데 무서운일 당한지 얼마 안됐는데 머무르는곳 계속 바뀌고 그러면 스트레스 받고 무서워 할까봐 그냥 내가 키우기로 했어. 그래서 결론은 내가 새 천사를 집에 데려왓다는 얘기......
처음엔 너무 잔인하고 무서운 방법으로 버려졌지만 앞으로는 내가 절대 그럴일 없도록 예뻐해줄거야...
마지막으로.. 이런 귀여운 애기를 만나게 된건 정말 기쁘지만 무책임하게 살아있는 동물을 버리고 간 사람들 생각하면 정말 슬프고 무섭고 화가나
사람들이 책임감 없이 생명을 키우려하지 않았으면 좋겠어...ㅠㅠ 내가 애기 처음 주워온날 하루종일 너무 마음이 아팠는데 이런일이 흔하게 일어난다는걸 알아서 더 슬프더라 내가 저 날 저기 안지나갔으면 애기는 죽었을지도 몰라ㅠㅠㅠㅠ 오지랖이겠지만 이렇게 사람 변덕으로 생명에 위협을 받는 동물들이 더 안생겼으면 좋겠다..
이제 끝이야!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ㅠㅠ
(고양이는 지금 내 침대에서 눈가리고 코오 자고 있어! 가끔 웅애! 하면서 잠꼬대도 해 ㅎㅅ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