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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상담 다녀본 + 정신과 다녀온 후기 (약간 TMI + 길이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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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3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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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덬들! 보니까 여기에 다들 상담이나 정신과 관련해서 글도 많이 올리는 것 같고

그런 글들 찾아보면서 나도 다른 사람들도 도움 많이 받는 것 같아서 나도 써 봐.


일단 나는 2n년 살면서 꾸준히 가정폭력에 노출되어있었어.

인생의 첫 기억이 아버지가 만삭이셨던 어머니를 맥주병으로 내리치던 장면 이었고,

대학생이 되어서 상담을 처음 받기 시작하기 전까진 그런 것에 대한 인지도 못하고

모든 집에서 아버지는 그런 존재인 줄 알고 살았었어.


중학생 때 부터 성격적인 문제로 꾸준히 친구들한테 왕따를 당하고,

조금 기분 나쁘게 했다는 이유로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되어서 SNS로 저격 당하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중학교 생활을 하다

도망치듯 고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유학을 하게 되었어.


그치만 내면의 문제는 고쳐지지 않았기 때문에,

유학 생활 한 후에도 같은 한국인들 사이에서 계속 겉돌게 되고 비난 받고? 하면서

성격은 많이 고치게 되었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진짜 내가 아니라 타인에게 90퍼센트 맞춘 맞춤형 나 같이 점점 가짜의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더라고

그치만 친구들과 어울려야 하니까, 그리고 진짜 내 모습은 나쁜 사람이고 상처만 주는 사람이니까

나는 맞추기만 해야 해 라는 생각으로 대학을 갔어.


대학교 가서도 나는 중학교 때 했던 것 처럼 했는데

대학에서 만난 동기들 선배들은 다들 나보고 너무 위축되어있고 저자세라고

조금 더 하고 싶은 말 해도 되고 하고 싶은 거 해도 된다고 많이 응원해주시고

좋은 사람이라는 게 내 자신을 버리고 100퍼센트 타인에게 맞추는게 아니라고 가르쳐주셨어


그러던 와중에 좋은 사람 뿐일 줄 알았던 대학생활에도 나쁜 사람은 있었고,

나는 아무 의심없이 그 사람을 믿었다가 내 인생에 가장 큰 위기를 맞이했어.


그 사람은 나를 좋아하고 잘 챙겨주고 위하는 척 했지만

뒤로는 나 말고도 연락하는 여자친구가 두명이나 있었어.

내가 방학 때 잠깐 다른 곳에 가 있는 사이에도 또 다른 여자 한 명을 만나고.

근데 난 그 사람과 첫 경험이었거든. 


1년 후에서야 나는 그 사람이 내 뒤에서 했던 짓을 알게 됬고

그 이후로 남자의 손길이 닿는게 무서워졌어. 

그 후에 썸탄 사람도 있었지만 결국 남자의 손이 내 몸에 닿는 것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지 못해서 다 정식적으로 만나게 되기 전에 내가 먼저 거절했어.

(상담 후에 알게 된 건, 우리 아버지가 내가 아주 어렸을 적 부터 어머니나

나를 때린 적이 많았기 때문에 난 원래도 아버지가 내 몸에 손대는 걸 싫어했는데

이걸 계기로 그 닿는 걸 싫어하는 사람의 범위가 아버지에서 남자로 확대됬어)


그리고 나에게 가장 큰 죄책감과 자괴감은 그 사람이

우리 아버지랑 성격이나 행동이 비슷한 점이 꽤 많았는데

나는 그걸 눈치 채면서도 놓지 못했다는 거였어.


그 때를 기점으로 학교도 꼭 가야하는 수업만 가고

학교 끝나면 무조건 집으로 오고 집에서도 방 밖으로 안 나가고

밥도 잘 안먹는 날은 아예 안먹고 폭식하는 날은 밥 두 그릇 라면 몇개 과자 몇봉지 먹고 체해서

새벽 내내 아프고 토하고 자해하고 잠 못자고 악몽 꾸고 정말 망가져가는 날만 늘어갔었어.


그러다 친구가 내가 자해한 걸 알게 되서

학교에 무료 상담센터가 있으니 가보라고 해서

그 때부터 상담을 시작했어


그런데 상담을 시작하고 상담을 다녀온 날은 기분도 좋고 희망차고 했어

초기 상담 받을 땐 내 맘속에 있는 지난 2n년들의 얘기를 꺼내놓는 게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서

힘들긴 했지만 위로 받고 이해하게 되면서 괜찮았어 남자-아버지를 동일시하게 되는 고리도 많이 끊어냈고

지금은 많이 나아졌어


근데 그것도 n년째 되니까 점점 도움이 안되기 시작했고

결국 가장 최근에 갔던 상담에서 선생님과 약물치료에 대해서 논의하게 되었었어.


일단 우울/불안/불면 세가지를 상담 초에 검사로 의심을 받아서 상담을 한 거 였는데

내 경우는 평생을 주변환경에서 가정폭력/학교폭력으로 트라우마를 꾸준히 쌓아와서

당연히 환경이 달라지지 않으니까 별로 큰 차도는 늘 보이지 않았어.


첫 1년은 아주 좋아졌지만 그 이후론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는 주기가 짧아지면서

조울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내 감정은 엉망진창이 되어가고

밝고 수다스럽고 외향적이던 내 성격도 예민하고 낯가림이 심한 사람이 되었더라고.


그 때 상담 선생님이 그러셨어.

상담만으로 꼭 극복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약물치료라고 해서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약을 먹는다고 해서 180도 달라지는 것도 아니니,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한국으로 돌아가면 병원을 다녀보라고 하셨어.


그래서 나는 부산에 있는 정신과에 다니게 되었어.

여기 덬들이 알려준 곳들도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상담 선생님도 한국에서 두세번 바꾸고 했다보니까

처음에 봤을 때 부터 내 맘에 들었으면 해서 일부로 여자에 젊은 분 위주로 알아봐서 갔어.


상담 선생님과 다르게 구구절절히 얘기를 들어주시진 않아.

그냥 느끼는 증상이나 감정 변화 같이 정서적인 부분 + 신체적인 부분 을 합쳐서 말씀 드리고

선생님이 그 외 물어보는 질문에 그냥 대답하고 하니까

몇 가지 검사 해보자고 하시고 검사를 진행했어.


비용은 검사 약값 초진 진료비 다 해서 10 만원 안되게 나왔어

(두번째 진료부터는 진료비 약값 치료비 다해서 5만원 내로 나왔어)


검사 결과를 확인해보니

나는 아버지께 물려받은 성향이 강했어 - 강박/회피/민감 등등 우리아버지가 엄청 예민하고 감정적인 사람이라

이 외에도 자살 생각이나 불안이나 우울 등등 골고루 높아서 예상했던 대로 약물치료가 필요한 시점을 훌쩍 지났다고 하시더라구...


개인적으로 여기까지도 난 매우 담담했어

상담을 오래 다녔기도 했고 우울증 불안증 정도는 상담에서도 들었기 때문에 알고 있었는데

뇌파검사? 같은 거 까지 해보고 모든 검사와 진료까지 해보고 나니까

결론적으로 나는 우울증 불안증 불면증 뿐만 아니라 강박장애 공황장애까지 있다고 하시더라고.


내가 사람 많은 곳에서 시선이 쏠리거나 누군가 쑥덕거리는 것 같을 때 불안을 느끼곤 했지만

그게 공황장애의 증상에 작은 시작이었다는 것 까진 몰랐어.

작년 겨울엔 심장이 아파서 응급실에 다녀왔는데 아무 문제를 못 찾아서

그냥 스트레스성입니다 하고 집에 왔는데 그것도 공황장애의 신체적 발작 중에 하나라고 하시더라구.


원래 사람이란 게 그냥 '아프다'라고 생각하고 있던 것 보다

'ㅇㅇ병' 이라고 딱 이름을 받아버리고 나면 다르게 생각하게 되는거라고 예전에 들었을 때

그럴려나 하고 별 생각이 없었는데,


저 날 정말 많이 울었어. 그냥 감기 걸린 듯 아프다고 생각하는 게 맞는거지만

꽤 오랜 시간동안 일찍 병원에 안 와서 마음 뿐만 아니라 몸까지 아프게 한 내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했고,

그 오랜 시간 중 겨우 몇 년 상담 다니며 나아지려고 애쓰던 나를

나한테는 나약하다고, 어머니한텐 자식 잘못키웠다고 뭐라하시던 아버지가 생각났거든. 


정신과 다니기 전 까진, 난 매일 아침 아 하루가 또 시작 되버렸다. 그냥 아무 고통없이 눈뜨지 않길 간절히 바랬는데

죽을 용기는 없지만 매일 죽고 싶은 내 자신을 어쩌면 좋지- 하면서 매일을 살았어.

그런데 정신과 다니면서 오히려 내 맘이 나쁜 게 아니라 그냥 뇌에 어떤 부분이 조금 아프구나

생각하고 다니려고 애쓰면서 약 잘챙겨먹고, 약 덕분에 잠도 푹자고 꿈도 안 꾸고

감정도 조금 무던해지니까 어쩌면 조금 살고 싶을지도 몰라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생겨ㅋㅋㅋ


더쿠 사이트 자체에 보면 여기저기 이런저런 카테에

삶에 대한 힘듦이나 나처럼 우울증 불면증 정신적인 문제로

상담이나 정신과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금전적으로 정말 한 푼도 없는 게 아니라면 고민만 하지 말고 시도해보면 좋을 것 같아


나도 처음엔 정신과를 다니는 게 정말 엄청 큰 문제라고 생각해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생각했었지만 내가 다녀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털어놓고 했을 때 느낀건,

더이상 마음이 아픈 게 예전만큼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야


감기 걸린 것 처럼 잠깐 아픈 거 뿐이고

똑같이 약먹고 푹 쉬면 다시 일어나서 움직이고 살아갈 힘이 되어줘.

물론 약을 먹는다고 해서 자신을 괴롭히던 주변 환경이나 요인까지 전부 없애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같은 상황에서도 조금 더 버틸 수 있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생기게 해주는 것 같아.


상담 같은 경우는 돈을 내지 않아도 요즘은 교회나, 국가 보건 기관에서 무료로 또는 싼 가격으로 해주는 곳도 많아졌고

정신과도 내가 적은 것처럼 초진때만 10만원 이내고 보통 진료비+약값은 5만원 안이야!

그러니까 혹시 가볼까 말까 했던 덬들 있으면 가보면 좋을 것 같아


후기라고 하기엔 뭔가 중기??스럽지만

그래도 도움이 됬으면 좋겠어!


(+)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거슬리는 부분 있어도 이해해줘ㅠㅠ 유학생활을 시작한 지 꽤 되서

글 쓸 때 매끄럽지 않거나 약간 이해안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ㅠㅠㅠㅠㅠ국어 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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