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등학생, 내 동생은 중학생이야.
우리는 같은 재단 소속 중,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어. (여중 여고임)
동생이 다니는 학교는 내가 졸업한 학교기도 하고
원덬은 성적이 좋은 편임. 그래봤자 지방 사립이지만 중학생 때는 전교 1, 2등 도맡아서 했고 지금은 장학금 받고 학비 면제 받으면서 다니고 있어.
내 동생도 정말정말 잘 하고 있어. 전교 5등 안팎임.
그런데 아무래도 사립이고 내가 같은 재단으로 진학을 했다보니 선생님들이 동생한테 내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더라.
얘가 직접적으로 말은 못하고, 동생 친구들이 선생님들이 너희 언니는~ 했는데 너는~ 자꾸 이런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신다더라고. 깜짝 놀랐어... 집에서는 그런 이야기 하나도 안했거든. 선생님들 왜 그러셨나 싶고ㅠㅠㅠㅠ
얘나 나나 어릴 때 부터 공부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자라서 괜히 부담감이 있어. 부모님도 표현은 잘 안하시지만 전교권에 드는 걸 당연하게 여기셔.
나는 중학교 첫 시험에서 덜컥 1등을 하고 그게 너무 부담스러웠어. 계속 잘해야된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과정에서 정신도 많이 피폐해졌고 성적 기복이 오히려 더 심했어. 동생은 그런 부담감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내가 동생의 부담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
사실 작년에 동생 영어성적이 한 번 수직하락한 적이 있는데 그때 엄마아빠가 얘한테 뭐라고 말을 많이 하시긴 했거든. 얘도 생전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는 점수여서 충격 받았을 텐데. 나는 잘 몰랐는데 그 때 부모님이 내 이야기를 좀 하신 것 같아. 그게 또 얘 부담이 되지 않았나..ㅠㅠㅠㅠㅠ 나도 영어는 잘하는 편이 아닌데... 어느 순간부터 얘가 전교 1등 관해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 무리할 필요 없는데 새벽에 일어나서 공부하고(근데 이건 나도 하는거라 뭐라고는 못하겠어.) 그러니까 더 피곤해서 자야되는데 자고 일어나면 아무것도 안했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현타가 온다고 하더라고.
성적 산출도 비슷한 시기에 되니까 괜히 등수 얘기하기도 좀 그렇고. 성적 나온 날은 식사할 때 부모님이 내 성적 이야기 하면서 잘했다고 해주시는데 그럴 때 마다 동생 눈치도 보게 되고...
나는 중학생 때 수학, 영어랑 공부하는 습관만 들여두면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동생이 등수에 괜히 너무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아.
우리 자매는 툭하면 싸우지만 사실은 서로에게 너무 좋은 친군데,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