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먼 훗날까지는 아니고, 한 3년 뒤에, 취직하고 나서 꼭 다시 뵙고 싶은 선생님이 계셔.
내 인생을 바꿔주신, 지금까지도 정말 존경하는 선생님이야.
나는 초등학교 6학년이 끝나갈 무렵에 지금 살고 있는 도시로 이사오게 되었어.
경남권의 광역시에서 살다가 경기도의 시골마을로 이사왔는데, 아무래도 그렇게 크지 않은 마을이고,
대부분이 그 도시 토박이라서 타 지역에서 이사온 애들한테 호의적이지는 않았어.
처음에는 그다지 못 느꼈는데 친구가 안 생기더라고.ㅎㅎ
그리고 그 상태로 중학교에 올라갔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어. 주변 다른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오기는 했지만,
원래 활발했던 성격이었다가 왕따를 당하게 된 후로 조금씩 소심해지고 있었고,
다른 학교에서 온 학생들이라고 해도 멀지 않았던 곳이라 다들 다 아는 사이었어.
결국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중학교 1학년 1학기 내내 점심에 급식도 안 먹고,
쉬는 시간에는 친구가 없어서, 점심시간에는 밥을 먹을 친구가 없어서 도서관에만 있게 되었어.
지금이야 혼자 밥 먹는걸 별로 신경 안쓰고 잘 먹고 다니지만, 중학교때는 아무래도 혼자 밥 먹기 좀 그렇더라.
그래서 진짜 종 치자마자 매일 매시간 도서관에 달려가서 책만 읽었어.
다행히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독서를 워낙 좋아해서 책을 읽다보면 시간이 금방 가기도 하고.
여러모로 안식처가 되었어.
그렇게 지내는데, 어느 날, 도서관의 사서 선생님이 여느 날처럼 점심 종이 치자마자
도서관으로 온 나한테 조심스럽게 물어보시더라.
왜 항상 점심을 안 먹냐고.
그래서 그냥 그때는 별로 밥이 먹고싶지 않아서 그런다고 답했는데,
선생님이 그러면 몸에 안 좋다고 얼른 밥 먹으러 가라고 그러시더라고.
그런데 혼자라서 나갈수가 없었어. 그래서 아니라고 괜찮다고 그러고 다시 책 사이로 들어가 있는데,
점심시간이라 도서관에 도서부원 한명밖에 없었는데,
그 부원한테 밥 먹으러 미리 가보라고 그러시고 도서관 문을 잠그시더니 물어보시더라고.
혹시 친구가 없어서 그런거냐고.
그래서 그날 사실대로 말했어. 친구가 없어서 점심을 못 먹겠다고.
그랬더니 선생님이 나한테 책 좋아하냐고 물어보시더라.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그러면 도서부원을 해보지 않겠냐고 물어보셨어.
사실 학기 초에 이미 도서부원을 포함한 대부분의 부원 모집도 끝난 상태였고,
나는 친구가 없어서 부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 아무것도 안 했었는데,
선생님이 도서부원 애들이 대부분 착하고 나처럼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이라 말이 잘 통할거라고
그러시면서 선생님 권한으로 지금 넣어줄테니까 내일부터 나와서 한번 만나보라고 권해주시더라.
처음에는 거절했었는데, 그 날 이후로 매일 선생님도 밥을 안 먹고 도서관에 계시면서
나랑 매일 같이 시간을 보내주시면서, 책 얘기도 하고 다른 얘기도 하면서 선생님이랑 친해지고
결국 도서부원을 하기로 했어.
다행히 선생님 말씀대로 도서부원 친구들 대부분이 착하고 좋은 친구들이었고,
내가 먼저 말하는걸 망설이고 있으니까, 선생님이 나한테 먼저 괜찮냐고 물어보신 뒤에,
친구들한테 나랑 같이 밥 먹으러 가는게 어떻겠냐고 물어봐주셨고, 친구들이 당연히 괜찮다고 대답해줬어.
그리고 그 친구들이랑 친해지면서 결국 그 친구들은 지금까지도 연락하고 지내는,
나한테 굉장히 소중한 친구들이 되었고.
그리고 선생님이랑도 매일매일 밥 먹자마자, 그리고 쉬는 시간마다 도서관에 들려서 매일 얘기하는 사이가 되었고,
굉장히 의욕이 많으셨던 분이라, 진짜 책도 몇권 없던 학교도서관을 꾸미는 것부터 시작해서,
지원금 신청해서 책도 많이 가져오시고, 작가분들과 만나거나 하는 활동도 굉장히 많이 하게 해주셨어.
그렇게 중학교 3년 내내 도서관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면서 내 인생관이나 성격도 많이 바뀌고,
정말 지금 생각하면 다신 할 수 없을 좋은 경험을 많이 했어.
친구들이 있기는 했지만, 이 지역 안에서 학교를 더 이상 다니고 싶지 않아서 최대한 멀리있는 고등학교를 가고싶어하니까
특목고를 알아봐주시고는 나한테 추천해주시고, 내가 합격했을 때 소식을 알려드리니까
엄마처럼 기뻐해주셨어. 그렇게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가서 2학년때까지는
학교로도 찾아가고 했었는데, 다른 학교로 발령이 나셔서 그 이후로는 한번도 뵙지 못했어.
고3이 되서는 공부가 바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힘든 일도 있어서 연락을 드리지 못했고.
그렇게 지금까지 연락을 한번도 못 드렸어.
그럼 지금 연락하면 되지 않냐고 말하는 덬들도 있을거 같지만,
지금은 아직 학식이고, 휴학하고 있는 상태이기도 하고,
장래가 확실하지도 않고...그리고 그 무엇보다 선생님한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취직도 하고 내가 스스로 열심히 살고 있다고 느낄 때,
선생님을 다시 뵙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아직 연락을 못 드리고 있어.
중간중간 그 때가 생각나서 울기도 하고 기억이 애매한 부분도 있고 해서
글이 조금 엉망이라서 읽어준 덬들한테 미안해ㅠㅠ
어쨌든 정말로 훗날, 내가 좋은 사람이 되서 뵙고 싶은 분이 있어서
가끔 힘들고 지치고 무기력해 질때 다시 힘을 내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는것도 같아.ㅎㅎ
가능하면 3년 이내로 적어도 스스로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선생님을 뵙고 싶다ㅎㅎ
그냥 오늘따라 선생님이 생각나서 적어봤어! 긴글 읽어줘서 고마워 덬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