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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드디어 생리컵을 안 새게 끼울 수 있어 행복한 후기(+각종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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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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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말도 많은 생리컵...
알게 된 건 몇년 된 것 같은데 난 탐폰도 써 본 적 없고 몸 안에 뭘 넣는다는 게 무서워서 아예 생각도 안 하다가 몇 달 전에 한 과장님이 "생리컵 쓰니까 너무 편해서 창문 열고 좋다고 소리지르고 싶을 정도다!"라는 말에 혹해서 시도해봤어.

1. 첫번째 재앙
무슨 포궁길이를 재라는데 그때까지도 난 질 안에 손가락을 넣고 휘젓는 걸 못하겠어서 그냥 사람들 많이 쓰는 레나컵을 주문했어. 그리고 배송 오자마자 한번 넣어봤는데 그땐 제대로 뺄 줄을 몰라서 재앙이 일어남.. 그냥 꼬리를 잡고 당겨서 뺐더니 안에 공기가 있는데 그게 억지로 뿅 빠지면서... 아... 진짜.. 이렇게 빼는 건 아니겠구나 라는 걸 몸소 체험.. 그땐 내가 생리중이 아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게 뺐으면 온 바닥이 피칠갑됐을듯.

2. 1주기- 긴가민가
그리고 첫달!! 생리컵 써보고 싶어서 주기가 되길 기다렸어.. 그리고 초심자의 행운인지 처음 넣었을 때 쑝 잘 들어갔어. 불편한 것도 전혀 없었고. 그리고 면생리대나 흡수력 좋은 제품이어도 약간 아래가 척척한 느낌 있잖아? 그런 거 없이 너무 깔끔한 게 혁명이었음. 왜 내가 진작 이거 안썼지? 라고 일기장에 썼었닼ㅋㅋㅋㅋㅋ

밤에는 좀 새긴 했는데 이건 내가 양이 많아서 그런 것 같음. 처음 끼고 잤을 땐 샐까봐 새벽에 자꾸 깼는데 새벽 즈음까지도 깔끔했거든? 근데 아침에 배어나온 걸 보면 양이 넘친 것 같았어..

그러나 그 다음에 넣을 때부터 뭔가 내가 정확한 방법으로 쓰고 있는 것 같진 않다는 느낌이 들었음. 일단 가장 불편한 게, 찔끔찔끔 새!!
원래 내가 면생리대를 쓰고 있던 터라 면생리대 소형+생리컵 요렇게 썼는데 물론 하루에 면생리대 소형 하나 쓸 정도니까 예전보단 훨씬 편하지만 샌다는 사실 자체가 거슬리는 거야.
그리고 뭔가 요도나 방광을 압박하는 느낌이 들어서 생리컵 딱 넣으면 쉬마려운 느낌이고, 평소에 (생각나면) 배에 힘주고 다니려고 하는데 생리컵이 들어있는 상태에서는 배에 힘이 안 들어가더라고.

근데 내가 3일이면 월경이 딱 끝나서 좀 고민하다보니 주기가 끝나버렸어.

그래도 못 쓸 정도는 아니니 하나 더 사야지, 하다가 금방 주기가 돌아와버렸다......

3. 마음먹기

마침 내가 지방 출장갔을 때 생리가 시작해서 어쩔 수 없이 몇 년 만에 일회용 생리대를 썼는데, 오랜만에 쓰니까 진짜 그 감촉이 왜 그렇게 불편한지..
오히려 생리컵에 대한 마인드가 편안해지더라. '안 맞거나 성가시면 그냥 지금까지 하던 대로 면생리대 쓰자. 그래도 일회용보단 나으니까. 내가 편한 게 짱임!' 이런 마음이 됐어. 아무래도 첫달엔 '생리컵에 반드시 적응하고 싶다!!'라는 약간의 조바심 같은 게 있었거든. 다 나 편하자고 쓰는 거니까 이 글을 읽는 덬들도 그런 마음으로 위생용품 골랐으면 해. 나야 관리를 귀찮아하지 않으니까 면생리대 쓴 거지만 정말 시간이나 상황이 안돼서 면생리대 못 쓰는 사람도 있을 거고 면생리대가 더 불편하다는 사람도 있고, 생리컵도 어떻게 보면 그냥 새로운 상품일 뿐이야. 자기한테 맞으면 쓰고 상황에 따라서 마지막 날만 쓸 수도 있고 그런거지.

4. 두번째 재앙(....)
그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2주기째가 됐는데 첫날은 아까 말한 대로 일회용 쓰고 둘쨋날 아침... 내가 어떻게 이걸 썼는지 기억이 잘 안 나서 그냥 구멍에 들어가니까 막 넣는 수준으로 대충 넣었어. 역시나 약간의 압박감이 있고 약간씩 새는데 그냥 살만하고 그래도 보송보송하니까 오전을 지내다가 두번째 재앙을 맞이함. 진짜 나에겐 그런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오전 11시쯤인가 화장실에 갔는데 생리대에 평소보다 좀 많이 샌 거야. 그 순간 갑자기 너무 거슬려서 생리컵 아래를 잡고 빙글 돌려봤어. 생리컵이 잘 안 펴지면 손가락으로 맨 윗부분이 잘 펴졌는지 손으로 쭉 훑어보거나 생리컵을 돌려보라는 말을 본 적이 있었거든.

근데 화장실 바닥에 피가....

......




평소보다 많이 샌 게... 생리컵이 안 펴져서가 아니라 양이 많아서 흘렀던 거였나봐. 그러고보니 매번 생리컵 넣을 때마다 잘 펴졌는지 자궁경부까진 아니더라도(손가락이 짧아서 거기까지 안들어감) 손으로 쭉 훑어보는데 왜 그날따라 그런 짓을 했나 몰라.

완전 피바다가 된 건 아닌데 어쨌든 많은 양의 피가 갑자기 튀니까 진짜 몹시 당황했음...

대충 수습하고 물 왕창 들고 가서 그 안에서 생리컵 비우고 다시 낌. 사람들 보면 밖에서 생리컵 어떻게 가느냐, 비위생적이진 않느냐, 하는 걱정들 종종 하는데 난 그냥 손 깨끗이 씻고 생수병에 물 채워서 들어가서 그 안에서 빼고 씻고 다시 넣어. 관계할 때에도 엄청 무균 상태의 페니스가 들어오는 건 아니잖아? 하고 스스로 합리화하면서ㅋㅋㅋㅋㅋㅋ

이번 주기에 둘째, 셋째날 보내면서 느낀 건데 내가 진짜 양이 많긴 많은가봐. 마지막날까지도 5~6시간이면 비워줘야 할 정도로 찰랑찰랑 차 있었어.
그래서 이번엔 아예 밤에는 넘칠까봐 양 좀 줄어든 마지막날 밤에만 컵 끼고 잤고. 면생리대 특대형을 써도 밤엔 항상 불안한데 넘치지만 않으면 생리컵이 새진 않아.(오히려 낮보다 안 새는 느낌) 그래서 밤에 잘 때 컵을 쓰고 싶긴 한데 더 큰 컵을 쓰자니 내 몸에 클 것 같고 .. 이건 아직 해결 못한 고민이야.

5. 드.디.어.

하튼 낮에 그런 일을 겪고 나서 뭔가 화가 나서 칼퇴하고 집에 가서 내몸속 탐험을 시작함.
그러다가 나의 문제를 비로소 발견!!
난 지금까지 생리컵이 제대로 펴진 것 같은데 왜 샐까 궁금했었어....안그래도 레나컵이 단단해서 잘 펴지긴 해. 잘 안 펴졌더라도 몇발짝 걷다가 뿅 하고 공기들어오면서 펴지는 느낌을 받은 적도 있어.

문제는 방향이었다!!!!!!! 방향!!!

난 사실 (한달만이라 잘 기억안나니까) 질구 찾으면 그냥 대충 넣어서 펴고
그리고 약간 수직으로 넣었어. 질이 그쪽으로 뻗어있다고 생각했나봐. 그냥 아래쪽에 있는 기관이니까 위로 쭉...ㅋㅋ
근데 손을 넣고 휘저어보니까 생각보다 수평방향이더라. 그리고 끝에 가서야 위로 쪼끔 뻗는 수준.
그리고 손가락으로 여기저기 짚으면서 좀더 편안하게 손이든 컵이든 집어넣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들었어. 친숙함이랄까.

그래서 방향을 조심스럽게 원래 내 몸이 생긴 방향대로 넣었더니 진짜 안 새더라. 그 이후에도 몇 번이나 넣었다 뺐다 해봤는데 방향을 잘 맞췄더니 괜찮아서 공유하려고 후기를 써봤어.

아 그리고 접는 방법이 중요하단 얘기도 있어서- 나는 사용 첫날에만 C폴드를 쓰다가 라비아 폴드를 썼어. 그렇게 접으면 안에서 잘 펴진다고도 하고, 좀더 넣기 좋게 작아져서 좋더라고. 유튜브에 labia fold로 검색하면 많은 영상들이 있어.
유튜브에 가면 외국 언니들이 올린 영상도 많은데 실제로 하는 말들은 약간 비슷해. 잘 안 펴지는 게 문제다, 잘 안 펴지면 손가락으로 쭉 훑어봐라, 한번 아래를 잡고 돌려봐라(공기가 들어갈 수 있게) 등등. 근데 난 그것보다 '나도 6개월만에 적응했어~ 이컵 저컵 써봤어~' 이런 얘기가 더 와닿더라고. 다들 바로 딱 맞는 게 아니라 내 몸에 맞는 사용법을 알아가면서 쓴다는 게 위로가 됐어.


나는 생리컵이 안 새고 깔끔하고 이런 것도 물론 편하지만
내가 내 몸에 대해서 좀더 알게 되어서 그게 더 놀랍고 좋아. 대학 때도 버자이너 모놀로그 이런 거 얘기는 들어봤지만 굳이 내 몸을 들여다보거나 만져보거나 이런 적 없었거든.(사실 관심도 없었음)

궁금한 거 있음 물어봐줘~ 틈틈이 답변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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