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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중에 잠도 안오고 아무한테도 한 적 없는 말이지만  익명이라 써봄.


전에 후기 방에도 쓴 적 있지만, 우리집은 참 가난했음.

어느정도 가난했는지 척도를 재기는 어렵겠지만 아무튼 가난했음.


초등학교 1학년 여름에 오빠랑 놀고 있었는데 엄마가 무서운 얼굴로 나타남.

스뎅으로 된 국그릇에 하얀 우유 같은 걸 들고와서 오빠와 나에게 마시라고 했음.

엄마 얼굴이 너무 무서워서 오빠와 나는 한모금씩 마심.

마시자마자 목구멍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아서 울면서 수돗가로 달려가서 수돗물을 벌컥벌컥 마심


이거 안먹으면 안되냐고 잘못했다고 싹싹 빌었는데 엄마가 정말정말 무서운 얼굴로 화내면서 먹으라고 함.

이걸 지금 먹지 않으면 영원히 엄마를 못보게 될거라고 함.

오빠는 죽어도 안먹겠다고 버텼지만, 나는 엄마가 너무 무서웠고, 엄마가 나에게 해코지 할거라고는 생각 안했기 때문에 얼른 마시자고 울면서 오빠를 설득함.

오빠는 끝까지 먹지 않았고 나는 울면서 엄마가 준 하얀 액체를 오랜 시간에 걸쳐서 먹었음. 여튼 꽤 마심.


울면서 먹고 있는데 아빠가 나타남

왜 우냐고 아빠가 묻기에 '엄마가 이거 먹으라는데 못먹겠어.' 하면서 울었음.

아빠는 엄마가 준거니까 얼른 먹으라며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지만 내가 하도 우니까 아빠가 그릇을 쳐다봄.

그리고 아빠가 냄새를 맡아보더니 내 그릇을 집어 던짐.

계획이 실패한 걸 느낀 엄마는 본인이 들고 있던 그릇을 원샷함.

참 대단도 하지. 난 정말 한모금도 제대로 못삼키겠던데 그걸 어떻게 그렇게 벌컥벌컥 마셨을까.

어쨌거나 그것마저도 아빠에게 제지당하고 자세히 기억은 안나는데 택시를 타고 동네 병원에 가서 위세척을 받았음.

위세척 받으면서 옷에 전부 토해서 그 와중에 그게 참 더럽다고 생각했고, 그 냄새나는 옷을 입고 병원에 앉아있는게 부끄러웠음.


엄마가 준 하얀 액체는 농약이었고, 가난을 비관하여 자살을 결심한 엄마는 오빠와 나도 함께 데리고 가야겠다고 결심했던 것 같음.

엄마는 며칠 더 입원을 했고 오빠와 나는 당일 퇴원함.


동네에는 소문이 다 났고 사람들이 수근거렸지만, 우리 가족은 아무도 그날의 일을 약속이나 한듯이 단 한 번도 말을 꺼내지 않음.

마치 없었던 일처럼. 지금까지도.

그 뒤로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대부분의 시간은 위 일을 잊고 살지만 가끔 생각 날때가 있음.

이런 게 트라우마인가 싶기도 함.


어쨌거나 나는 살아남았고, 결혼했고, 살아가고 있음.

지금 남편을 너무나 사랑하고, 아이를 2명 낳았는데 너무나 사랑스럽고, 현재 생활에도 만족함.

가끔 그때 내가 죽었으면 이런 행복은 영원히 만나지 못했겠지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음.


그 때 당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엄마의 인생이 너무 가엽다고 생각함.

당시 어린 내가 느끼기에도 우리집의 가난은... 죽음 아니고는 벗어 날 수 없는 가난이라고 느껴졌는데 엄마는 오죽했을까 싶음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던 가난이었지만, 지금은 그냥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정도가 되었음.

지금의 나는, 내 아이들에게는 절대 그런 느낌을 알게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함.


가끔 뉴스에서 나오는 아이와 함께 동반자살한 부모의 이야기가 들리면

아.... 저 아이가 살아남으면 훨씬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을텐데, 왜 자기가 불행하다고 아이도 불행할거라고 생각하는걸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듬.


살아있는 것은 좋은 것 같음.

삶이 힘들어도 그건 살아있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니까.

살아서 다행이고 살아서 참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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