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한번 근무표가 나오고 3교대 하는 직장에 다니는 덬임.
현재 여기서 7년 이상 근무했고 내 위로는 윗연차가 다섯 손가락 안쪽에 꼽히게 있어.
반대로 내 밑으로 아랫연차들은 나름 베테랑으로 불리는 윗연차들의 네배수 정도가 3연차 이하들임.
그중 반 이상이 1년차 간당간당 채운 사람들이고.
그런 상황에서 일 안되는 아랫연차들이 많다 보니 입사하고 6년 정도를 근무번 안돌아가면 다 땜빵 뛰었고
욕 먹어가면서 일 가르쳤고 그나마도 안되면 내가 다 해치웠음.
일복 많기도 하지만 그 사람들 덕분에 내 일은 곱배기가 된 상황에서
다들 안보인다는 일이 내 눈에는 어찌나 잘 보이는지 이것저것 땜빵 치고 메꾸고 한 것도 여러번이야.
집에서 혼자 버는데다 말기암에다 시한폭탄 심장까지 갖고 있는 환자가 있다 보니 집에서도 제대로 못 쉬는 상황이 입사하고 몇년간 지속 됐어.
근데 내가 체질이 약한 편이라 일년 내내 위장약 달고 살고 허리 어깨 무릎 손목 관절마다 탈이 나서 일 하는 날은 진통제 없이는 힘든 정도.
빈혈은 원래도 심했는데 피 맞아보고 약 먹어도 한달 정도 반짝 수치 오르고 말아서 일상적으로 어지러운 상태에 아예 적응을 해버렸는데
올 초부터 심장약까지 먹기 시작하면서 병원에서는 가능하면 일 쉬어라 무조건 쉬어야 되는 상황이다 라는 말까지 나왔어.
그래서 다른 팀원들한테 먼저 양해 구하고 올 초에 입사하고 처음으로 근무번 조정을 요청했음.
말기암 환자인 가족도 작년 8월 시한부 봤다가 병원에서도 신기하다고 할 정도로 잘 견디고 있는 중인데
위에도 썼다시피 심장이 시한 폭탄이라 올 초부터 지금까지 계속 한달에 한번 이상 응급실을 가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까
낮시간에는 누가 와 있어도 밤에는 내가 무조건 잠을 안자고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새벽 출근을 하면 그 비는 시간을 해결할 방법이 없더라고.
거기다 내 몸에 문제가 생기니 일단은 내가 좀 살아야 되겠단 생각이 있기도 했고.
팀원들한테 미리 양해를 구한데다 주변 동료들이 내 편들 들어주니까 오후 근무랑 밤근무만 하는걸로 합의가 됐고
그 대신 오전 근무번들이 하던 일의 상당부분이 오후 근무번 한테로 넘어옴.
이건 뭐 그전에도 하던거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으니 패스하고.
문제는 두달 전에 팀장이 바뀌면서 부터야.
원래 우리부서 팀장이었던 분이 그만두면서 예전에 팀장이었던 분이 우리 부서로 다시 왔는데 이분 일 스타일이 빡셈.
없는 일도 만들어서 하는 분이고 뭐라도 하나라도 더 해야 직성이 풀리는 분.
근데 난 그분 밑에서 5년 이상 일을 했었고 우리 부서가 지금 일이 많이 유해졌는데 예전에 더 힘들때부터 일을 해왔어서 지금 일이 그다지 힘들어졌다는건 잘 모르겠어.
처음 해본 사람들은 힘들거라는거 인정은 한다만 우리 윗연차들은 그거 다 겪어왔고 일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이전 팀장 스타일은 그랬어.
본인도 일 안하고 아랫 사람들도 일 안하고. 본인이 안하니 시키지도 않고.
그래서 그 팀장 밑에서만 일을 했던 아랫 연차들은 일도 안늘었고 일 배울 생각도 안했지.
한 1년 이상 세상 편하게 살다가 팀장이 바뀌면서 아랫연차들이 슬슬 입이 튀어나오더라.
오전 근무 힘들다고.
원래도 일 떠넘겼으면서 더 떠넘기더니 결국은 시위 아닌 시위들을 해서 주말 위주로 오전 근무 하겠다고 딜을 했어.
주중에는 오전 근무 힘들다고.
근데 그것도 안되겠던지 어찌 말들을 한건지 오늘 나온 다음달 근무표가 암담 하더라.
주말 위주로만 오전 근무를 해도 한달에 7~8일은 내가 하겠다는거고 아예 안하겠다는게 아니었는데
오전 중 집 비우는게 불가능한 평일에만 오전 근무가 8개가 들어가있더라고.
힘들다는 아랫연차들 이해는 하면서도 팀장 바뀌고 일 늘면서 말 싹바뀌는거랑 태도들이 서운하고.
천년만년 편하게 할 생각들만 하는게 너무 보이기도 하고.
입사 7년 동안 월급 25만원 오름.
떠 맡는 일은 점점 더 많아지는데 뭐 당연히 내가 하는걸로 인식들을 해버리니 일은 다시 분배해도 결국은 되돌아옴의 연속.
작년에 이직 추천 들어왔던 곳은 지금보다 실수령액에서 30 이상 더 받을수 있었고
최근에 몇군데 알아본 곳도 20 이상은 더 받는거 가능하더라.
그만두고 나간 동료들 중에 자기만큼 일하면 갈 데 많다고 추천해주는 사람들도 많고.
이 동네에서도 월급 짜다고 소문난 직장인데 내가 7년을 여기 붙어있었던건 월급 보다는 오로지 근무번 조정 가능한 거 그거 하나 때문이었고
그래서 일 많아도 그거 하나 때문에 크게 불평 불만 없이 일했었는데
다음달부터 당장 그 딱 하나의 이유가 날아가는거라
근무번 조정이 안되고 똑같이 몸이 힘든 상황이면 집 가깝고 월급 더 주는데가 나한텐 차라리 메리트가 있지 않나 싶네.
뭐 한달 쉰다고 먹고 사는데 크게 지장 있는건 아니라..
어차피 일은 같이 살고 있는 가족 살아 계신 동안만 할 생각이었어서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짐.
이기적인 생각인거 알지만 이것저것 먹는 약 많아지는 것도 지치고 내 컨디션이 이 모양인 상황에서 다른 팀원들 생각해주기엔 내가 너무 지치기도 했나봐.
그래서 불평 불만하는 꼴 보기도 싫고
나도 이래저래 불평 불만 소리 내기 싫어서 근무표 보고도 그냥 모른척 하고 아무 소리 안했는데
그냥 다 때려치고 어차피 같은 상황이면 월급 더 주는데 가고 싶다.
긴 글 읽어준 덬이 있다면 미리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