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이름을 바꾼다는 거
생각해 본적이 없어.
그만큼 나는 이름이 운명을 타고 난다거나
팔자가 사납다거나 그런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철저히 믿지 않는 사람이었거든.
그리고 이 이름으로 살아온 세월이 있잖아.
적지 않은 나이로 이때껏 어쨌든 부모님이 지어주는 이름으로 살아왔는데
그럼 그 이름으로 불렸던 순간들의 가치가 약해지는거 같아서
이름을 바꾸고 잘될거라는 부푼생각,
그거야 말로 내가 만들어낸 합리화나 지금의 힘듦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했었거든.
근데 흔히들 쓰는 삼재라는 표현.
으로 내 이십대를 부를 수도 있을거 같아.
대학교 졸업후 1~2년 회사생활을 하다
엄마가 아프셔서 병간호를 했었어...
그리고 나선 내가 아팠어.
우울증이 쉬운게 아니더라구...
정말 죽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3년의 터널같은 시간을 어떻게 어떻게 넘겨왔어...
그리고 언니가 아픈거야...
산후우울증으로 자기 아기를 싫어하고 돌볼 수 없는 상태야.
그래서 엄마하고 내가 아기를 돌보고 있는게 지금이야..
가족들이 차례차례로 힘든 고비를 맞이하니까
사람이 나약해지더라고...
친구들과도 아는 선배, 지인들과도
연락을 끊고 나는 지금 철저히 나와 내가족.
이렇게만 바라보며 생활하고 있어.
근데 2~3년 후면 그래도 끝이 날거 같거든.
그래서 이름을 바꿔볼 생각도 해봤어...
새로운 사람으로 살아보고 싶단 생각이 간절해.
이름이 아무것도 아닐 수 있겠지만
새로운 변화를 위한 시도의 첫걸음은 주변환경을 바꾸는 거라고 하잖아.
그 일환으로 이름을 바꾸는건 어떨까 생각하거든.
내 친구들도 가족들도 어색해 하겠지만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 하고 싶어.
주변에 이름 바꾼 사람들 있니??
혹시 내마음으로 이름을 바꿔서 훗날
후회를 하거나 개명한 계기로 뭔가 불운한 일들이
펼쳐지는건 아닐까 조금 겁이 나기도해.
만약 바꾸려면 철학관에 가서 비싼돈 주고 이름을 받아야 할까?
난 내 생각대로 좋은이름을 하고 싶거든.
근데 어른들은 그렇게 내가 쉽게 멋대로 바꾸는건 아닌거 같다고 하시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