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까지 다니던 약국이 잘 안됐어.
그래서 하는 일도 없이 월급을 받는게 넘 미안해서 월급날이 이달 말일인데, 내 인건비도 아끼라고 그만둔다고 했어.
약사님이랑도 서로 사정 아니까 씁쓸해 했고.
약사님이 좋은 사람이라, 어디가서 그 약국이 망할거 같다고 말을 하고 싶진 않았어.
내가 약사님이 대출 받아서 약국을 시작했다는걸 아는데, 마음이 아프잖아.
최근 일주일 동안 면접을 보면서 내가 사실대로 말을 하면 망해가는 약국에서 온 사람은 재수없어서 안쓰겠다는 말을 들었어,
그래서 처방 건수를 두배로 불려서 망하지 않을 정도로 처방이 들어왔었다고 말을 했어.
어제도 면접에서 그렇게 말을 했고, 그럼 같이 일하자고 했는데 오늘 전화가 와서 취소를 하는거야.
목소리가 싸했어. 그래서 알았다고 했지.
그런데 오늘 밤 10시에 나한테 전화가 와서, 왜 거짓말을 했냐 내가 다 알아봤다 그러더라고.
내가 사정을 말했어, 그랬더니 이해는 하겠는데 그렇게 건수가 넘 없는 곳에서 일했으면
자기네 약국은 일이 강도가 세서 못할거 라고 하는거야. 내가 그래서 부풀려서 말한거라고... 이러니까 부풀릴 수 밖에
전에 일하던 약국이 처방이 적게 들어온게 내 능력도 아닌데, 왜 내가 더 강도가 센 일을 못할거라고 생각하는건지..
그리고 서른 초중반의 여자한테 미혼이라고 계속 말을 하는데도,
나이가 있으니까 곧 아이를 낳지 않겠냐고 오래 일할 수 있냐고 집요하게 물어보는건 뭔지...
내가 뭘 어떻게 하면 곧 아이를 낳지 않을 걸 믿어줄까 싶다.
서른 넘으니까 먹고 사는게 힘든데, 취직을 위해서 나는 이정도 거짓말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하지 않았어.
내가 거짓말 한건 맞는데, 그냥 씁쓸하다.
이게 그렇게 욕을먹을 일인가 싶음.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얼마나 더 정직하게 사는건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