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코엑스에서 <특별시민> VIP 시사회 보고 옴.
1. 생각 없이 보면 그럭저럭 재밌다.
2. 하지만 생각 없이 볼 소재가 아니잖아? 안될거야, 아마...
러닝타임이 꽤 길어. 두 시간 조금 넘었으니까. 그런데 그 러닝타임치고는 지루하지 않아.
워낙 인물도 많고, 일단 소재를 괜찮게 잡았어.
보통 타락한 정치인들이 나오지만, 그 정치인들 문제해결을 다 깡패로 하잖아?
근데 이 영화에서는 나름 도를 지킴. 막 잔인한 장면이나 패는 장면 안 나오고 어디까지나 '언론', '홍보'로 공격하고 방어함.
그래서 처음 시작도 광고계에서 일하는 심은경으로 시작해.
심은경이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는 최민식의 선거캠프에 동참하면서 영화가 전개되지.
흥미로울 법한 캐릭터도 굉장히 많아.
주요 인물들은 다 흥미로운 지점들이 있어. 연기들도 잘 하니까 중반까지, 잘하면 중후반까지도 재밌게 볼 수 있어.
다만.
이 영화는 마무리가 굉장히 부실해.
캐릭터들의 마무리가 다 이상하달까.
이 캐릭터를 이렇게 마무리 지으면 뭐 어쩌라는 거야? 싶음. 아마 영화를 보게 되면 내가 무슨 캐릭터를 가리키는지 넘나 알 수 있는 것.
주요 캐릭터들 중에 마무리가 그나마 잘된 캐릭터는 문소리뿐이라고 할 수 있어.
그래서 문소리 캐릭터가 가장 인상에 오래 남았고.
또 캐릭터들의 마무리가 이상해져 버리니까 두 주연-심은경 캐릭터와 최민식 캐릭터는 아주 우스꽝스럽게 되어버렸어.
특히나 그 두 캐릭터는 다중인격인가 싶을 정도로 일관성을 상실해 버렸달까.
그나마 최민식 캐릭터는 워낙 타락한 인물이니까 그러려니 해도,
관객의 시점으로 설정됐을 심은경 캐릭터는 마지막에 가서 엄청 멍청해보여. 그 전까지 그렇게 똘똘했던 캐릭터가 말이야.
아무리 다면적이고 모순적인 캐릭터가 인기라지만 이건 어떻게든 줄거리를 진행시키기 위해 캐릭터를 아주 말아먹은 느낌이야.
때문에 영화가 별 울림이 없어.
아예 그 바닥의 생리를 속속들이 마치 실제인물을 따온 것처럼 보여주거나,
아니면 어느 한 캐릭터에 감정이입해 그 캐릭터를 따라 씁쓸함을 느끼든 카타르시스를 느끼든 해야 하는데
캐릭터가 무너지니까 둘 다 못 하고 있음.
때문에 캐릭터 색이 중첩되는 경우도 많고, 아예 사족인 경우도 많고, 배우들은 열심히 연기했지만 중반이 지나면 무매력화...
상영 전에 배우들이 대선을 앞두고 이 영화가 시사하는 바가 많을 거라고 코멘트를 했지만, 영화를 보고 난 내 심정은 '글쎄..?'
연출도 별 거 없어. 그냥 이야기 보여주는 데에 급급할 뿐이야.
오히려 대작 드라마만도 못 한 것 같아. 감독의 존재감이 전무함. 그래서인지 상영 전 인사에서도 감독이 안 보이더라..?
아! 마지막.. 정말 마지막 씬에서 감독이 힘을 주고 싶었던 것 같긴 한데 말이야..
정말 감독이 돌았나 싶을 정도로 사족이야. 정말 미친듯이 유치하고 오그라들어...
그 씬을 연기한 최민식은 아마 그 장면을 흑역사로 생각할지도...
나름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집어넣었는데 그 상징의 수준이 얄팍하디 얄팍해서 습자지 같아.
결론.
두 시간 킬링타임으로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 재미는 TV 대선토론보다 못 하다.
영화/드라마 <특별시민> VIP 시사회 후기 (스포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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