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물러가나 싶던 더위가 다시 왔다.
그래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나름 살만하고 견딜만 했던 한주였어.
덥지만 여전히 밥은 해먹었고
대충이라도 해먹었고
또 먹고 산 이야기 가져왔다.
시작.
전복 반계탕
어째 삼계탕을 일주일에 한번은 해먹는 것 같다.
이게 다 삼복 때문이라고 우겨본다.
영계 한마리 깨끗하게 손질하고 한마리 남은 전복도 칫솔로 박박 문질러 씻은 다음에 이빨만 잘라냈어.
영계는 기름기도 없어서 달리 손질할게 없어서 좋은데
요놈은 생각보다 닭이 커서 손질할게 좀 있었다.
그래서 기름기 잘라내고 가슴살 기준으로 절반으로 딱 잘라서 반은 얼러놓고
꼬아줄 다리가 하나 밖에 없으니 아쉬운대로 찹쌀 꾹꾹 눌러 담아서
삼계탕용 한방 믹스 반봉지 넣고 푹 고았어.
담음새를 유지해줄 배가 반 밖에 없으니 찹쌀이 넘쳤는데 덕분에 바닥에 찹쌀 누룽지 생김.
꼬소하고 구수한 누룽지까지 뜨끈하게 긁어먹고 몸보신 제대로 했다.
일주일에 한번은 콩나물밥
삼계탕이랑 콩나물밥으로 어째 돌려막기 하는 기분.
사실은 반찬도 거진 다 돌려막기다.
너도 알고 나도 알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는거지.
덥고 불 앞에 서기 싫을 때는 한그릇 음식이 딱이고
그조차도 밥솥 취사 한번이면 끝나는 콩나물밥은 더 땡큐다.
콩나물 한줌 넉넉시 씻어서 밥이랑 올리고
늘 있는 양념장 올려서 싹싹 비벼 먹었어.
양념장은 역시나 너도 나도 다 아는 조합이지만
진간장, 국간장, 고춧가루, 참기름, 다진마늘, 다진 파.
여기에서 오래 두고 먹을 때는 마늘을 생략하고 청양고추를 다져넣어도 좋지만 나는 알러지가 있어서 생략.
진간장 대신 액젓을 살짝 섞어도 괜찮아.
제육 볶음
대패삼겹으로 했더니 기름이 흥건하다.
하지만 맛있으면 0칼로리라고 우겨본다.
대패 삼겹 한줌 넉넉하게 녹이고
고추장, 고춧가루, 진간장, 설탕, 다진마늘, 술, 후추 섞어서 양념장 만들어서 조물조물 재웠어.
여기에 대파 한대 썰어넣고 아직도 남은 양배추도 조금 썰어넣은 다음에 센불에 빠르게 볶았다.
요러고 고기 볶아 밥 한그릇 싹싹 먹으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그저 맛있다.
간장 비빔국수
늦게 퇴근 한 날, 허기는 지고 밥 하기는 귀찮으니 만만한게 국수다.
냉동실에 소면 한봉지 쟁여두면 이럴때 유용해.
소면은 찬물 두어번 끼얹어주면서 삶은 다음에 찬물에 박박 치대 씻어서 전분기 빼주고
김치 한줌 남은거 양념 씻어내고 쫑쫑 썰면 준비 끝.
국수 비빔장은 간장, 설탕, 참기름에 식초 찔끔 섞은 애기국수용이다.
요러고 김치랑 소면 섞어서 비빈 다음에 뭔가 허전해서
대패 삼겹 찔끔이랑 김말이 튀김 몇개 남아있던거 같이 구워서 올렸어.
가볍게 먹는다는게 너무 거해진 날.
약간 딴소린데 피*크거 김말이 튀김 나름 먹을만 하더라.
예전엔 싫어하던 종류였는데 요즘 뜬금 없이 땡기더니 맛 들여버렸어...
매운 찜닭
영계를 좋아하는건 손질할 것도 없지만 양도 적당해서다.
적당히 손질해서 토막 낸 닭 뜨거운 물에 한번 데쳐내고
감자 한알, 애호박 반개, 대파 한대에 양념 넣고 팍팍 조렸어.
양념은 고춧가루, 진간장, 국간장, 설탕, 다진마늘 넉넉히, 술, 후추 조합.
양념은 처음에 반 넣고 끓이다가 닭이 어지간히 익고 불린 당면 넣을 때쯤 남은 반 마저 넣어서 한번 더 조렸다.
맵게 먹고 싶어서 건고추를 두어개 분질러 넣고 같이 끓였더니 뒷맛이 칼칼한게 제대로였어.
역시 담음새에는 신경을 안쓰니 양념이 위에 한덩어리가 뭉텅이로 올라가버렸네.
소심하게 보이지만 당면도 넣기는 했다.
바지락탕
이쯤 되면 안나오면 서운하지 않을까.
사계절 내내 쉬워서 만만하고 여름에는 차게 먹을수도 있으니 더 만만하고
반찬 할 생각 안나면 그저 손가는대로 바지락 한봉지 녹이고
대파 송송 썰어넣고 소금간만 해서 끓인다.
간단한게 최고야.
꽈리고추 어묵볶음
오랜만에 종합 어묵 한봉지를 샀다.
그런데 생각보다 양이 너무 많아서 감당이 안되더라.
그래서 볶았어.
기름 두른 팬에 다진 마늘 먼저 달달 볶다가 어묵 적당히 썬거 투하해서 다시 달달달 볶아주고
거기에 고춧가루, 진간장, 설탕, 술, 후추랑 꽈리고추 한줌 썰어넣고 같이 볶았어.
요즘 꽈리 고추가 색이 연하고 단단하다 싶더니 너무 매워서
생각보다 엄청 매운 어묵 볶음이 됐다.
덕분에 찬물에 만 밥 한그릇만 있어도 다른거 필요 없는 반찬이 됐어.
참치야채전
참치 작은거 한캔 기름 빼서 으깨고
양파 반개, 버섯 반줌 쫑쫑 다져서 넣고 계란 한알 밀가루 슬쩍 섞어서 동글동글 부쳤어.
참치에 간이 있어서 따로 간도 필요 없고 양념장도 필요 없고.
예전에 도시락 반찬으로 많이 싸다니던 건데 오랜만에 해먹었다.
덕분에 땀으로 샤워하긴 했지만...
오랜만에 된장찌개
뜬금 없이 땡긴 반찬 또 하나. 이번엔 된장찌개였다.
애호박 한토막, 대파 한대, 샤브용 소고기 쫑쫑 썰어서 먼저 끓이면서 국물 좀 낸 다음에
된장 한숟갈, 고추장 찔끔 두부 한모 넣고 또 오래 끓여줬어.
처음에 채소 끓일 때 무를 넣어서 같이 끓이면 국물이 더 맛있게 우러나지만 없어서 생략.
이러고 채소 먼저 끓이고 나중에 된장을 넣으면 따로 육수를 우리지 않아도 국물이 제법 맛있게 우러난다.
아껴 먹고 있는 귀한 집된장이 이제 얼마 안남았다.
양배추찜
너무 자주 해먹지.
근데도 아직 양배추가 반통이 남았다.
다음에는 비싸도 작은거 살거야.
그래도 여름엔 쌈밥이 진리니까...
대패삼겹 구이
반찬이라 하기도 민망하지만 고기는 진리니까.
센불에 구운 대패 삼겹은 소금, 후추 간만 했고
양배추 찜에 밥 한숟갈, 대패 삼겹 한점 올려서 된장 올려 쌈 싸먹으면 그맛 알지?
단무지무침
잘 안먹는 김치라도 없으면 아쉽다.
귀찮아서 김치는 담기보다는 사먹는 날이 더 많고 여름엔 더 그러한데
그조차도 똑 떨어져서, 학교 다닐때 생각이 나서
오랜만에 단무지 한팩을 사들고 왔어.
적당히 얇게 썬 단무지는 꼭 짜서 물기 한번쪽 빼고
고춧가루, 참기름만 넣고 조물조물 무쳤어.
짜장면은 잘 먹지도 않고 먹어도 단무지 보다는 생양파 쪽인데
이날은 단무지 하나에 짜장면 생각이 엄청 났다.
조만간 시켜먹을지도...
만만한 고등어 구이
이러고 밥 한끼 거저 떼운 날.
불 앞에 서는 것도 먹는 것도 귀찮다 하면서도 어떻게는 해먹고는 산다.
진짜 귀찮으면 이러고 고등어 구워서 한끼 떼우기도 하고.
닭 채소 죽
반마리 남겨놨던 영계 삶아서 육수낸 다음에 살은 잘게 찢어주고
애호박 반토막, 버섯 한줌에 찹쌀 섞어서 밥 한거 반공기 넣고 뭉근하게 끓였어.
간은 딱 소금으로만.
기름기 걷어낸 영계 육수가 엄청 담백하고
버섯이랑 애호박은 고소하고
귀찮아서 밥 먼저 해서 죽으로 끓이긴 했지만 쌀알이 뭉근하게 퍼진게 구수하고 달달 했다.
나름대로 또 몸보신 제대로 한 날.
처서까지 일주일.
입추 지났다고 지금도 밤에는 제법 선선한게 느껴진다.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기운 내서 이왕이면 맛있는거 먹으면서 여름 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