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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해먹고 산다
2,125 18
2018.04.19 21:11
2,125 18

새벽엔 초겨울, 낮에는 한여름에 가까워지는 계절이 됐다.

아침엔 추워서 꽁꽁 싸매고 나갔다가 낮에는 더워서 소매를 동동 걷고 들오기를 몇번 반복하고 나서는

그냥 추운대로 웅크리고 후다닥 나갔다가

짐하나 줄이고 널럴한 옷차림으로 들어오기를 선택해버렸어.

어쨌거나 잠깐 참고 가벼운게 최곤거다.


계절도 변덕이고 내 입맛도 변덕이고.

생각나는건 많은데 해먹기는 귀찮았던 한주 동안 먹고 산 이야기 시작.






오랜만에 가지 구이.

도톰하게 썬 가지를 소주병 뚜껑으로 속 파내고 밀가루 살짝 바른 다음에

꽈리고추, 표고버섯 다진거에다 계란 노른자만 섞어서 채워서 구웠다.

간은 소금 후추로만 간단하게.

가지 한개로 딱 요만큼 나옴. 한끼 반찬으로도 좋고 밥 없이 한끼 떼우기도 괜찮았어.

전에는 새우 다져서 속 채웠었는데 버섯이랑 고추로만 속을 채워도 먹을만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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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탕 대신 등뼈 우거지탕.

오천 얼마하는 노브랜드 감자탕용 등뼈를 한봉지 샀는데 어버버 하다가 우거지도 못 만들고, 얼가리 배추도 사는걸 깜빡 했다.

그래서 아쉬운대로 배추 한통 샀던거 푸릇푸릇한 겉잎만 떼서 데쳐 넣고 끓인 등뼈 우거지탕.

딴에는 시간 좀 들인 음식이라 자기 전에 등뼈는 물에 담가서 냉장고 넣어놓고 핏물 빼고

생강, 술, 통후추 넣고 끓인 물에 한번 우르르 데쳐서 찬물에 헹군 다음에

고춧가루, 된장 찔끔 푼 물에다 넣고 센불에 끓이다가 끓어오른 다음에 중불로 줄여서 푸욱 끓였다.

넣을 채소가 부족하니 대파 반대 아낌 없이 투척하고, 다진 마늘도 한웅큼

액젓으로 기본 간 잡고 소금으로 부족한 간 보충한 다음에 들깨가루 넣어주기.

중불로 세시간 정도 끓였더니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뼈에서 살이 후두둑 떨어졌어.


부들부들하고 구수하고 얼큰하고.

들인 시간만큼 맛있어서 대만족.

우거지가 부족해도 대파를 아낌 없이 넣었더니 국물맛도 최고였다.

감자탕, 그거 사먹을 필요 없네 뭐.

집에서 한게 더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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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건 한번 더.

한냄비 가득 끓인 덕에 이틀 동안 등뼈 실컷 뜯어먹었어.

하루 묵혀 먹는게 더 맛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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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이 부족한 연근 조림.

연근 하나 썰어서 식초, 생강즙, 술 넣고 끓인 물에 한번 데쳐서 물엿에 먼저 슬쩍 재웠다.

어느 정도 물이 빠지면 진간장, 술, 설탕 넣고 중간불이랑 약한불 사이에서 지긋하게 조려주기.

열심히 소진 중인 꽈리 고추도 한줌 투척했더니 쫄깃하고 달콤 짭짤 칼칼한 연근 조림이 됐어.

연근을 미리 물엿에 살짝 재워두면 연근에서 물이 빠지면서 아삭하면서도 살짝 쫄깃한 맛이 있는 연근 조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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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애호박, 표고버섯 구이.

애호박 썰고 표고버섯도 썰어서 코팅만 살짝 될 정도로 기름 칠한 팬에 소금, 후추만 뿌려서 구웠다.

이렇게 구운 채소는 그 자체의 단맛이 엄청 살아나서 맛있고 거저먹는 한끼 반찬이 된다.

들인 시간에 비해 가성비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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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가출 중인 닭가슴살 구이.

이번에 장 보면서 한 안하던 짓, 대패 삼겹 대신 닭가슴살 한팩을 샀어.

뭐 해먹을까 하다가 제일 만만하게 소금이랑 통후추에 재웠다가 구웠다.

센불에 잠깐 앞뒤 튀겨주고 약한 불로 적당히 익혀주니 가슴살인데도 생각보다 촉촉한 구이가 됐어.

열심히 소진 중인 꽈리 고추도 한줌 소금 후추만 뿌려서 구웠다.

요즘 꽈리 고추 매워서 퍽퍽한 고기 맛을 제법 잘 잡아주더라.

무쳐 먹어도 맛있지만 구워 먹는 꽈리 고추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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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갈치 조림.

무 한토막 툭툭 썰어서 바닥에 깔고 갈치 세토막 올린 다음에

대파 한줌, 다진 마늘 한줌, 고춧가루 넣고 액젓에 소금간 해서 약한 불로 뭉근하게 조렸다.

생선 조림은 생선도 생선이지만 푹 익은 무 먹는 맛이다.

그맛에 갈치건 뭐건 조려먹는거지.

이날도 갈치는 뒷전이고 푹 익은 무 밥에 으깨서 비벼 먹는게 더 맛있었어.

다음에는 감자도 같이 깔고 조려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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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 순두부탕.

이건 바지락 탕에 순두부가 그저 거든 것일 뿐.

순두부는 위에 보이는게 다고 바닥에 바지락 잔뜩 깔렸어.

요즘 바지락 맛 있는건 말 하기도 입 아프다.

알도 크고 달고 맛있어.

전에 바지락 산거 반은 찌개 끓여먹고 반은 육수 진하게 내서 얼려놨던거 몽땅 털어넣고

건고추 하나, 순두부 한봉지에 다진 마늘 대파만 넣고 끓였다.

간은 소금으로만 슬쩍 해도 바지락이 알아서 다 해준다.

최로고 간단하고 최고로 맛 있으니 꼭 해먹어.

사진 보면서 또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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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기 전날 고등어 구이.

이거야 말로 진정 귀찮을 때 해먹는 반찬이자 한끼.

후라이팬에 올려놓고 까먹고 있으면 지가 알아서 익는다.

간 안하면 고등어 자체로도 한끼 해결이다.

요즘 너무 날로 먹어서 큰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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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님의 은혜 멸치 볶음

스트레스를 멸치 똥 따는걸로 푸는 동료님이 또 손질한 멸치 한봉지 안겨준 날.

이제는 그저 감사합니다 하고 잊을만 하면 커피 한잔 안겨드리고 받아오는거다.

받아온 멸치는 마른 팬에 한번 볶아서 수분 날려주고

술, 고추장, 물엿으로만 달달 볶았다.

찬물에 밥 말아서 멸치 볶음 올려 먹어도 좋고

소금, 후추, 참기름으로 간 한 밥에 속으로 박아넣고 주먹밥 만들어 먹어도 좋고

과자 같은 잔멸치 볶음도 좋지만 이런 고추장 멸치는 추억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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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 반, 청국장 반 찌개.

청국장이 애매하게 남았다.

찌개 한그릇 용으로 애매하다 싶을 때는 된장을 슬쩍 섞는다.

간도 맞춰주고 양도 늘리고, 구수한 맛도 늘리고.

별 다른 육수 내기도 귀찮아서 대파, 애호박, 표고 버섯 넣고 한참 끓인 물에다

된장이랑 청국장 반반 넣고 두부 반모 넣고 액젓으로 슬쩍 간해서 또 바글바글 끓였다.

육수 내기 귀찮으면 채소만 적당히 오래 끓여도 그 자체로 맛있는 육수가 된다.

이러고 끓여서 겉절이랑 같이 밥 비벼 먹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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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안 나오면 섭섭한 알배추 겉절이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그 레시피다.

민망해서 안올리려다 없으면 섭섭할까봐 이왕 해먹은거라 올린거다.

이날은 또 유난히 맛있게 됐었네.

이젠 슬슬 김치 담가 먹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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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마지막 김장김치, 김치 찌개.

친구 시댁 김장 김치가 이걸로 진짜 쫑났다.

마지막 반쪽 대충 물에 헹궈서 양념 아주 약간만 씻어내고

돼지 뒷다리살 사놓은거 한줌 썰어넣고 대파만 넣어서 끓였어.

씻어 냈어도 김장김치 양념이 진하니 따로 간 안했는데도 칼칼한 맛이 살아있었다.

피곤한 상태에서 하느라 당면도 안넣고 두부도 안넣어서 아쉬웠지만

김치 찌개 하나면 그냥 다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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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줌 콩나물 무침.

콩나물 천원어치 사온거 딱 한줌 소금만 넣고 익혀서

대파 쫑쫑 썰어넣고 고춧가루, 다진마늘, 참기름 해서 무쳤어.

딱 한끼용 반찬이다.

그냥도 먹지만 콩나물 무침은 밥 비벼 먹는게 최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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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리고추 장아찌.

지난주 꽈리 고추 일곱봉지를 사는 만행을 저지르고 나서 어찌 처리를 할까 하다가 만만한 장아찌에 도전.

꽈리고추 한봉지 깨끗하게 씻어서 물기 닦고 포크로 한번씩 찔러서 구멍 내주고

제일 간단한 레시피로 물, 진간장, 식초, 설탕 끓여서 바로 부어서 하룻밤 실온에 뒀더니 딱 이렇게 됐다.

푸릇푸릇 색이 살아있는 놈은 가진 통의 한계로 미처 끝까지 입수 못한 놈들이 마지막까지 버틴 흔적이다.

이러고 반나절 더 눌러놨더니 전부 색을 잃었어.

꽈리 고추가 매운 맛이 강하고 단단한 게 많아서 장아찌로 만들어서 괜찮았어.

이렇게 한통 다 먹고 남은 것 중에 세봉지 더 장아찌 만들었다.

나머지는 볶음으로 조림으로 구이로 열심히 소진 중.

이젠 진짜 정신 차리고 장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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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퇴근하고 재래시장 들어서 한팩에 이천원 하는 딸기를 세팩 업어왔다.

그냥도 먹고 딸기 청 해서 에이드 만들어먹을까 생각중.

이것저것 먹으면 탈 나는 식재료가 많은 나는 그나마 먹을수 있는 채소며 과일이 나올때 부지런히 먹어 두는 것도 방법이더라.


이른 한주 마무리 하고 내일은 오랜만에 느긋하게 커피나 마시러 좀 멀리 나가볼까 생각중이야.

사실 나는 밥 보다 커피가 더 좋은, 하루에 블랙으로만 여섯잔을 마시는 커피 중독이라는...

아메리카노는 진리다.

이제는 아아가 진리인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맛있고 건강한 한주 보내자!

이러나 저러나 맛있는건 행복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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