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뉴덕분에 오래전에 대충 봤었던 피아니스트라는 영화를 다시 보게 되고 쇼팽의 발라드가 나오는 이 장면도 몇번을 돌려봤는 지 모르겠네
쇼팽을 다시 한다니 삼탕이네 질리네 말이 많지만 왜 다시 쇼팽이어야 하는가는 어렴풋이 납득이 가기도 하고 그런 선택을 하는 하뉴가 새삼 신기하기도 하고
https://www.youtube.com/watch?v=jHfQCfUTlXE
하뉴 프로그램 발표 기다리고 마무리되는 것을 지켜보고 이러저런 이야기들을 듣는 것만으로도 정신적 피로감이 심해서 경기만 실시간 보는것으로 팬질을 축소시켜볼까 생각이 들정도로 이번 시즌이 유독 팬으로서도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나를 포함해서 그 많은 사람들이 어리다면 어린 이선수가 무슨 음악으로 어떻게 경기를 하고 어떤 성과를 얻을 것인가에 왜들 이렇게 절절하게 반응을 할까 갑자기 궁금해져서 새삼스럽게 왜 나는 하뉴한테 목을 매는가(?) 생각해보게 되었음
대리경험 비슷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네. 매시즌 하뉴가 준비를 하고 성공하기도 실패하기도 하는 과정을 보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든가 치밀하게 준비를 하고 그 순간에 몰입하는 모습 등을 지켜보는게 만사에 소심하고 회의적인 나한테는 특별한 대리경험이었던 것 같아. 그냥 화면을 뚫어져라 응시하면서 같이 긴장하고 간절히 바라는것뿐이지만 결국에는 제3자로서 하뉴가 죽을힘을 내겠지 하뉴가 해답을 찾겠지 라면서 타협이란 없는 하뉴의 열혈 캐릭에 기대게 되더라구 ㅋㅋ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하울이 어린이의 마음을 가지고 본인의 능력때문에 어쩔 수 없이 끊임없이 전투에 나갔다가 지쳐서 돌아온다면 같은 하씨인(?) 하뉴는 정신적으로 성숙한 남자가 참가하는 전쟁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단련된 몸을 (때로는 다친 몸을) 기꺼이 던지는 하울의 큰형쯤으로 다가온다고 할까? (외모도 비슷하고...)
무엇보다 하뉴 팬질에서 애간장을 녹이는 부분은 아무리 노력하고 치밀하게 준비해도 결정적인 승패는 본인의 손밖에 놓여있는 그 순간들을 함께 경험하는 일이었던 것 같아. 하뉴가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마음으로 얼음위에 있었고 어떻게 결과를 받아들였는 지는 주로 시간이 지난 후에 솔직한 인터뷰들을 통해 알 수 있었지만 지나고 나니 받아들일 수 없었거나 벅찼던 시간들이 같이 싸웠던 것처럼 생생해. 이번 시즌은 특별하게도 그 승패의 결정권을 최대한 자신의 손안에 넣고 싶어하는 하뉴가 보여. 점프 회전 하나만 모자라도 추락할 것 같은 이 아스라한 암벽위를 작은 지지물 하나하나를 찾아 의연하게 올라가는 그 모습이 너무 좋으면서도 일개 팬이 느껴야 하는 간절함도 부담스러워 스스로 차가워져야겠다 다짐하는 걸 보면 역시 전쟁터에서 뛰는건 하뉴 혼자구나 싶다. 오서코치가 프로그램에 대해서 하뉴가 내린 이 (어려운) 결정이 옳은 이유가 쇼팽이나 세이메이가 올림픽 프로그램으로서의 자격이 있기때문이라는 것에 동의해. 재탕이건 삼탕이건 어떤 이들은 지겨워서 나가떨어지든 말든 바르셀로나 그파에서의 매직이 한번 더 일어날 수 있다면 그게 한국에서였으면 좋겠다 ㅠㅠ
https://www.youtube.com/watch?v=KSiQZU0Ukgs
아직 쇼트 세신은 쇼팽이고 쇼팽은 쇼팽으로 이길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