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연수 할 때 그 도시에서 한국 영화 특별전같은게 열려서
홍상수 김기덕을 비롯 여러 종류의 영화가 며칠간 상영됐었어.
서양에선 희한하게 홍상수 김기덕이 진짜 인기가 많음.
어떤 미국애는 내가 한국인이라고 소개하니까 오우, 아이 러브 코리안 무비, 두 유노 김기덕? 이랬음.
암튼 내가 그 땐 홍상수 영화를 별로 본적이 없어서 그냥 같은 어학원 일본친구 두명하고
시간대 맞는 표를 사서 보러감. 일본친구 둘 다 한국 영화 태어나서 처음 보는 거였음.
남자는 여자의 미래다. 이걸 봄
보고 나서 나는 아이씨...영화 잘못 골랐네. 하고 현타가 왔지만
뭐 영화는 다양한 주제가 있으니 이런 영화도 있구나...하고 드디어 홍상수 세계관이 이런거군 하고 생각했는데
같이 영화 본 일본 남자애가 정말 뭐 이런 영화가 다 있나. 쇼크 먹은 표정으로,
"정말 한국 여자들은 저렇게 생각해?" 하고 순진한 표정으로 물음.
-_-;;
극 중 여주인공이 딴 남자랑 잤는데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남친한테
막 나는 더러워. 날 깨끗하게 해줘 뭐 이런 대사가 있었음. 지금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정확히는 생각이 안남.
내가 어이없어서, 저건 영화지.
일본 아니메나 일본 성인 영화보고 일본 사람은 다 저래? 이렇게 생각안하잖아?
라고 말하니까 그 친구가 아, 하긴 그러네. 이러면서 웃고 넘어갔는데...
그 친구는 혐한도 아니었고, 그냥 좀 어리버리하고 외국 문화에 별로 노출이 안되서 사고 방식이 단순한 느낌이었어.
처음 본 한국영화-> 한국의 인기 감독-> 쇼킹한 대사-> 한국 여자들 다 저래? 이런식의 도출...
물론 한국인들도 일본인에 대한 공통적 이미지나 선입견등이 있긴 하지만,
외국에서 만난 일본인들이 종종 한국인들은 다 이래? 이렇다며? 하는 얘기 들을 때마다 뭔가...미묘하게 기분 나쁜 포인트가 꽤 많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