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고등학교 매점에서 66년간 일 해온 할머니가 91세 생일날 정든 학교를 떠나 교사와 학생이 한자리에 모여 할머니의 '황혼 퇴임'을 축하했다.
이 학교를 졸업한 후 교사로 재직하다 교장이 된 이나미 교장은 고교 시절부터 지금껏 함께한 할머니의 은퇴 소식에 "어머니 같은 분이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항상 미소로 학생들을 대한 할머니.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전해졌다.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은 이바라키현 지쿠세이시에 있는 시모다테 다이이치 고등학교 매점에서 근무한 아먀나카 츠야코 할머니(91)가 28일 정든 학교를 떠난다고 보도했다.
할머니가 66년간 학교에서 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아이들을 좋아하는 선한 마음'에서 나왔다.
할머니는 1951년 전후 피폐하고 모두가 힘들었던 시절 도시락을 챙기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매점을 운영해달라는 학교의 부탁으로 매점 문을 열었다.
당시 꽃다운 25살 할머니는 동생 같은 학생들을 위해 직접 만든 크로켓과 빵을 만들어 학생들의 배고픔을 달래줬고, 때론 밥 굶는 학생을 위해 몰래 빵을 건네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도 빠짐없이 지난 66년간 학생들 곁을 지켜온 할머니는 10년 전쯤 갑작스러운 난치병 진단을 받았다.
아침 학생들의 등교에 맞춰 매점 문을 열고, 학생들이 모두 돌아간 후에야 뒷정리하던 할머니는 병으로 손과 발이 심하게 떨리는 등 건강상의 이유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7까지 매점 문을 열어왔다.
하지만 할머니는 "체력의 한계로 더는 매점 운영이 어렵다"며 "매점을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고 은퇴하겠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할머니의 은퇴 소식에 22일 학교에서는 학생 540명 전원과 교사 그리고 교장이 참석한 가운데 할머니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감사모임'이 열렸다.
이날 모임에는 학생들의 감사편지와 꽃다발 선물이 증정됐으며, 지난 반 세기간 학교를 위해 노력한 할머니에게 큰 박수가 쏟아졌다.
학생들을 친손자처럼 대하며, 교사들에게는 어머니와 같았던 할머니는 28일 91세 생일을 마지막으로 매점 문을 닫았다.
학생 시절부터 교장이 된 지금까지 할머니와 함께한 교장은 "배고팠던 고교 시절 할머니가 만든 크로켓과 빵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었다"며 "할머니는 교사와 학생들에게 어머니 같은 분이였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전교생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학교를 떠나 슬프다"며 "학교를 떠나지만 종종 찾아오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쏟아지는 박수에 환한 미소로 화답한 할머니.
28일 매점 마지막 날 할머니와 악수하는 학생. 학생들은 "힘들어하면 달래주는 친할머니 같은 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편 할머니는 지난 66년을 되돌아보며 "단 하루도 좋지 않은 날이 없었다"며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혼나 풀 죽은 모습도, 활기차게 뛰노는 모습도,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 모두 다 좋았다"고 말했다.
학교 1학년 사야마 기무라 군은 "며칠 학교에 쉰 적이 있는데 할머니가 얼굴을 기억하곤 '보이지 않아 걱정했다'는 말을 건넸다"며 "할머니는 전교생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 아사히신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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