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히토 일왕(오른쪽)과 나루히토 왕세자(자료사진) © AFP=뉴스1

"차기 일왕으로서 시대가 요구하는 자세 추구"
여성계승 가능성에 대해선 언급 삼가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장남 나루히토(德仁) 왕세자(57)는 23일 부친의 '생전퇴위'(生前退位·죽기 전에 왕위에서 물러남) 문제에 대해 "(일왕이) 숙려(熟廬·곰곰히 생각함)해왔던 것으로서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NHK 등에 따르면 아키히토 일왕 퇴위시 왕위 계승 1순위인 나루히토 왕세자는 이날 57세 생일맞이 기자회견에서 아키히토 일왕이 생전퇴위 의향을 밝힌 작년 8월 TV영상메시지를 "엄숙한 마음으로 들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나루히토 왕세자는 특히 올해 82세인 아키히토 일왕이 당시 영상메시지에서 고령임을 이유로 '일본의 상징 역할을 다하기 어렵다'는 말을 했을 때 "마음이 흔들렸다"면서 "폐하의 뜻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나 자신이 활동하는 데 있어도 항상 염두에 둘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나루히토 왕세자가 아키히토 일왕의 생전퇴위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긴 이번이 처음이다.

나루히토 왕세자는 '일왕이 이전에도 생전퇴위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냐'는 질문엔 "특별한 장소에서 그런 말씀을 했던 것은 아니지만, 나 자신은 이따금 폐하(아키히토 일왕)의 생각을 직접 듣거나 그 모습이나 말씀을 통해 짐작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일본 정부는 아키히토 일왕의 생전퇴위 의사에 따라 현재 아키히토 일왕 1대에 한해 생전퇴위를 허용하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일왕가의 제도·규칙 등을 담은 법률인 '왕실전범(典範)'엔 현재 일왕 사후 왕위 승계에 관한 내용만 규정돼 있어 아키히토 일왕의 뜻대로 죽기 전에 나루히토 왕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주려면 이를 개정하거나 새로운 법률을 만들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 언론들 사이에선 아키히토 일왕의 퇴위가 내년 말이나 내후년 초쯤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나루히토 왕세자는 차기 일왕으로서의 자세에 대한 질문엔 역대 일왕들의 행보와 일왕을 일본의 '상징'으로 정한 현행 헌법 규정에 따라 "바람직한 모습을 계속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면서 "(현 일왕이 하는 것처럼) 국민 곁에서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며 시대가 요구하는 황실(왕실) 본연의 자세를 추구해갈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일왕가에 미혼 남성보다 여성이 많아 이들이 모두 결혼할 경우 공무수행 등 왕실의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선 "향후 황실 본연의 자세와도 관계되는 중요한 문제"라면서도 "제도적인 일에 대한 언급은 삼가겠다"며 말을 아꼈다.

현행 왕실전범은 '남계남자'(男系男子), 즉 아버지로부터 혈통을 이어받은 남자만 왕위를 이어받을 수 있는 데다, 일왕가의 여성이 일반인과 결혼했을 땐 왕족 신분을 상실토록 하고 있다.

때문에 일본 내에선 안정적인 왕위 계승과 왕실 활동을 위해 여성 일왕 인정과 '여성 미야케(宮家)', 즉 일왕가 여성이 결혼으로 분가한 뒤에도 왕족 신분을 유지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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