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시험 출신은 72% 넘어
합격자 제로 로스쿨 수두룩
최근 사법시험 합격자 발표가 나온 일본에서 재차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로스쿨 출신 응시생의 합격률보다 로스쿨을 수료하지 않고 ‘예비시험’을 거쳐 사법시험을 본 응시자들의 합격률이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요미우리(讀賣)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일본 법무성이 발표한 올해 사법시험 합격자는 총 1543명으로 이 가운데 예비시험 출신 합격자는 290명, 로스쿨 출신 합격자는 1253명이었다. 로스쿨 출신 합격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응시자 대비 합격자 비율을 따져보면 로스쿨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다. 올해 사법시험에는 로스쿨 출신 응시자는 5567명, 예비시험 출신 응시자는 400명이었다. 응시자 대비 합격률로 따지면 로스쿨 출신은 22.5%, 예비시험은 72.5%가 된다. 특히 예비시험 출신 합격자 수는 지난해보다 55명 늘었고, 합격률도 전년 대비 11%포인트 증가해 둘 다 역대 최고였다. 또 예비시험 출신 합격자 가운데 185명은 원서 제출 당시 로스쿨 재학 중이었다. 요미우리신문은 “(로스쿨의) 일부 우수 학생들이 로스쿨 수료를 피하고 예비시험으로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스쿨 간 양극화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번 사법시험에서는 게이오(慶應)대 로스쿨이 가장 많은 144명(응시자 대비 합격률 45.5%)의 합격자를 배출했으며 도쿄(東京)대가 134명(49.5%), 교토(京都)대가 111명(50.0%) 등의 합격자를 내는 등 흔히 ‘상위권’으로 분류되는 5개 로스쿨의 합격자 쏠림 현상이 재연됐다. 반면 전체 74개 로스쿨 중 29개 로스쿨의 합격자 수는 ‘제로(0)’ 또는 10%대 합격률을 보였다. 일본 정부는 다양한 경력을 지닌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취지로 지난 2004년부터 로스쿨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한 로스쿨 교직원은 산케이(産經)신문에 “(로스쿨 재학생들은 사법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공부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과거 사법시험의 상황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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