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entertain.naver.com/read?oid=109&aid=0003805496
-시청자 반응을 모니터 하고 계신가요?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 제가 보기도 하고, 주변에서 재밌는 반응을 보내주기도 합니다. 한번은 고아라, 김명수 두 배우의 사진 밑에 ‘동족끼리 만난 안정감’이라는 댓글이 달린 걸 보고 두 배우에게 보내줬더니 재밌어 하더군요. 그걸 보고 생각해봤는데 ‘반지의 제왕’ 세계관으로 ‘미스 함무라비’를 바라본다면? 44부는 리벤델? 성공충은 골룸? 그럼 사우론은 누구? 이런 생각을 했어요. 하긴 5부 판사회의 씬에서 판사들이 회의장에 나타나는 장면을 쓸 때, ‘반지의 제왕’ 중 구원군이 여기저기서 극적으로 나타나는 장면을 상상하며 쓰긴 했습니다
-배우들의 첫인상과 작중 인물들의 싱크로율은 어떠셨나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김명수 씨를 임바른 역으로 캐스팅할 당시의 일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김명수 씨가 원작 소설을 감명 깊게 읽었다고 얘기하더군요. 의례적인 인사말이겠거니 싶어서 슬쩍 어느 부분이 제일 좋았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흔히 독자들이 좋다고들 하는 유쾌한 장면이나 훈훈한 장면을 꼽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뜻밖에도 가장 암울하고 현실적인 장면인 극빈층 거주 영구임대아파트를 찾아가는 장면을 꼽아서 놀랐습니다. 그 장면에서 받은 충격을 열심히 얘기하다가, 순간 쑥스러워졌는지 “근데 사실 저 평소에는 만화책만 봐요. 제가 읽을 수 있었다는 건 누구나 다 읽을 수 있다는 거예요.” 라고 덧붙이는 솔직함이 더욱 매력적이었습니다.
아이돌 하면 화려한 이미지만 떠올리게 되는데, 김명수 씨는 도쿄돔에서 큰 공연을 한 후에는 요란한 뒤풀이가 아니라 혼자서 한적한 골목길 이곳저곳을 하염없이 걸어 다니는 걸 제일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더군요. 제작진들 모두 그 순간 이 친구가 바로 임바른이구나, 직감했다고 합니다.
-개인주의자 임바른은 혹시 판사님의 젊은 시절을 투영한 캐릭터는 아닌가요?
▲몇 가지 비슷한 점도 있고, 제 경험을 재료로 써먹은 부분도 있습니다만, 당연히 모든 캐릭터와 사건들은 상상의 산물입니다. 전 상상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지 지루하게 있었던 일만 곧이곧대로 기록하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오히려 그 역을 맡은 배우의 개성을 녹여내는 과정에서 캐릭터가 만들어졌습니다. 임바른의 성실함, 예의바름, 순수함, 가끔 등장하는 의외의 허당끼는 모두 김명수 씨를 관찰한 결과입니다. ‘청순가련형 미남’이라는 대사도 그랬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