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진은 본인도 본인이지만 서강준을 볼 때마다 뭔가 답답하고 쓸쓸함
같이 일할 때 보면 일을 아예 안 하는 건 아닌데 매사 의욕이 없고 웃음도 없음
한번은 일을 끝내고 나서
“강준 씨는 왜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하면서 여기 있어? 아직은 더 찾아봐도 되지 않아? 친척형이 A회사 대표라며, 거기 들어가도 되고.”라고 함
그러자 서강준이, “아무것도 하기 싫지만, 그렇다고 무의미하게 있을 수도 없어서요.”라고 대답함
(실은 그 친척형이 “너 자꾸 그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무의미하게 있을 거야?”라고 잔소리 한 적이 있음)
서현진은 서강준이 말하는 그 의미라는 게 정확히 무얼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더는 묻지 않기로 함.
왜냐하면 그런 걸 깊게 물을 만큼 친하지도 않았고 그 이상으로 친해지고 싶지는 않았거든
그러다 어느날 서현진네 회사에서 여는 전시행사에
서강준의 대학 동창들이 오게 됨(물론 서강준도 거기서 같이 일하고 있음)
이건 그 누구도 계획하거나 예상한 일이 아니어서 서로 좀 놀라더니
동창들이 "너 몸은 좀 괜찮냐. 내가 요새 학교엔 잘 안 나가서 잘 몰랐다" 블라블라.. 하고 서강준은 듣는 둥 마는 둥.
그러다 어영부영 헤어졌는데 저 멀리서 동창 무리들이 하는 얘기가 들림.
“쟤네 가족들 차 타고 여행 가다가 사고 당했는데 다 그 자리서 죽고 저 새끼만 살아남았대. 독한 놈. 나같음 못 견디지.”라는 게.
서강준, 그걸 듣고는 손을 조금씩 떨기 시작했는데(평소에 긴장을 많이 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종종 손을 떠는 설정)
서현진이 그걸 발견하고는 뒤에서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서강준의 손을 잡아줌
서강준, 그 순간에 자기 손을 잡은 서현진의 손을 더 세게 잡아쥐고
간신히 제 안에서 울컥하는 감정을 누르게 돼.
모든 행사가 끝난 뒤 두 사람은 회사 근처 식당에서 저녁밥도 먹고 술도 시켜서는
각자 자기 앞에 소주를 한 잔씩 놓고 있는데
서강준은 술은 입에도 안 대고 있고, 서현진이 먼저 소주 한 잔을 들이키고는
먼저 말을 하기 시작함. 자기 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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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쓴 상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