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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영화 <이터널선샤인>과 뮤지컬 <넥스트투노멀> - 기억은, 그 어디에나 숨어있다 (스포 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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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3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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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 선샤인 좋다는 말만 들었지 볼 생각은 못 했는데 방금 보고 왔어 ㅎㅎ

영화 보는 내내 정말 많이 울었어.

그 언젠가의 겨울에 봤던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이 너무나도 생각나서.

이야기가 조금 왔다갔다 할거야.

글솜씨가 없어서 읽다가 헷갈릴 수도 있겠지만 미리 양해 구할게!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줄거리야.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인 라쿠나.

조엘은, 연인이었던 클레멘타인이 이 회사를 찾아가 자신과의 기억을 지웠다는 사실을 알게 돼.

클레멘타인이 굉장히 힘들어하면서 모든 기억을 잊고 싶어했다는 것을 듣고, 자기의 기억도 지워달라는 의뢰를 해.

기억은 가장 최근의 것부터 하나하나 서서히 지워져가지만 조엘은 곧 깨닫게 돼.

지우고 싶지 않은 기억들까지도 전부 사라지고 있음을.



뮤지컬 넥스트투노멀의 줄거리는 대략 이래.

모든게 완벽하게만 보이는 가족이 있어.

넓은 집, 다정한 남편, 듬직한 아들, 똑똑한 딸.

하지만 아내인 다이애나는 어딘가 위태로워보이고 남편 댄은 너무나도 힘겨워보여.

딸 나탈리는 그저 어디론가 도망치고싶어해.

나탈리가 남자친구인 헨리를 집에 데리고 온 날, 다이애나는 생일케익을 들고 와.

아들 게이브의 생일을 축하하는 생일케익을 본 댄과 나탈리는 경악해.

게이브는 나탈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었으니까.



기억을 하나 둘 지워갈수록 조엘은 더 혼란스러워져.

지우고 싶지 않은 기억, 잊고 싶지 않은 기억까지 손 안에서 바스러져만 가고 아무리 달려 도망쳐도 기억이 없어지는건 멈출 수 없어.

그러다가, 클레멘타인과의 기억이 아닌 엉뚱한 기억 속에 숨으면 (기억을 삭제하는 중인 라쿠나의 기술자가) 어쩌면 찾아내지 못 할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조엘은 클레멘타인을 다른 기억 속에 초대해.

아주 어렸을때의 기억.

너무나 부끄러워서 보이고 싶지 않은 기억.

아무도 모를만한 비밀스러운 기억.

하지만 숨어도 숨어도 기억은 자꾸만 제자리로 돌아오고, 결국 처음 만난 순간의 기억에 닿게 돼.

더 이상 멈출수도 숨을수도 없다는 것을 알게된 조엘은 그 처음이자 마지막인 기억 속 클레멘타인과의 작별을 받아들여.

언젠가 처음 만난 그 바다 몬타우크에서 만나자는, 기억 속 클레멘타인의 인삿말과 함께.



다이애나는 이미 오래 전에 죽은 아들 게이브의 환상을 봐.

환상 속, 아니 어쩌면 망상 속 게이브는 이미 건장한 청년의 모습이야.

게이브는 다이애나의 주위를 맴돌며 괴로운 그 때의 기억을 상기시켜.

댄은 다이애나를 다독이며 모든게 다 잘될거라고 해.

하지만 계속 된 치료에도 불구하고 다이애나는 결국 자살을 시도하게 돼.

나와 같이 가자는 게이브의 목소리에 이끌려서.

결국 다이애나의 주치의인 매든박사는 전기충격요법을 권하게 돼.

기억을 모두 지워버리는 전기치료요법.

어떤 기억이 남게 될지는 모르지만, 괴로운 기억을 지울 수 있으면 모든 걸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에 결국 다이애나는 동의서에 사인하게 돼.



조엘은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을 맞이하게 돼.

무엇이 사라진지도 모른채 회사로 갈 통근열차를 기다리던 그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회사와는 반대 방향인 열차를 타고 말아.

이미 사라지고 없는 기억 속 몬타우크행 열차를.

그리고 영화는 가장 처음의 장면으로 돌아가.

몬타우크에서 만나 인사를 하고, 돌아오는 열차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꽁꽁 얼어붙은 찰스강에 다녀오지.

마치 새로 시작되는 연인처럼.

하지만 무언가 달라졌어.

라쿠나사에서 편지와 함께 온 카세트테이프.

테이프를 재생하니 그 안에서 들리는 건 클레멘타인의 상담 내용.

조엘은 클레멘타인의 목소리를 들으며, 여자가 자신을 갖고 놀고 있다고 생각해.

클레멘타인은 조엘의 차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가지만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

조엘의 주소를 찾아낸 클레멘타인은, 역시 자신의 상담내용을 듣고 있는 조엘과 마주하게 돼.

둘은 서로를 부정하며 혼란스러워하지만 결국 서로를 바라보며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

그리고 바보처럼, 지우고 싶어했던 기억 그리고 지워지지 않길 바랐던 기억을 다시 한 번 반복해.



전기충격요법은 효과적이었어. 다이애나의 기억을 싸그리 날려버렸거든.

댄이 자신의 남편이라는 사실, 그리고 딸이 있다는 사실마저도.

살던 집마저도 낯설어하던 다이애나는 댄이 보여주는 사진을 보며 차근차근 기억을 떠올리게 돼.

그런 다이애나를 보며 댄은 기뻐하지. 행복한 기억만 남기고 나쁜 기억은 사라졌으니.

하지만 다이애나는 어딘가 잘못되었음을 느껴.

너무나 중요한 것이 있는데 그걸 잊고 있는, 어딘가 텅 비어버린 느낌.

기억은 지워지지 않았어. 단지 숨어있을 뿐.

결국 다이애나는 게이브를 기억해냈지만 이번엔 좀 달라.

다이애나는 더 이상 기억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당당히 맞서길 결심해.

행복만을 위해 사는건 아니지만, 살아있어야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내가 좀 여러 분야에 문어발식 덕질을 하고 있어서....ㅋㅋㅋ

사실 더쿠 내에서도 컬쳐방에 글을 써보는건 처음이야.

그럼에도 글을 쓰고 싶어진건 영화와 뮤지컬, 이 둘이 너무나 닮아있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우면 내 삶은 행복해질까?

기억이 지워진 내 삶이 온전한 내 삶인걸까?

행복한 기억만이 남게 되면 내 삶은 정말로 행복하다고 말 할 수 있는걸까.



20살때 지독하게 짝사랑을 했었어.

아니, '20살때'라고 한정지을 수 없겠다.

작년까지도 너무 괴로워하다가 상대에게 애인이 생긴 걸 알고나서야 완전히 접힌 마음이니까.

너무 힘들어서 술도 많이 마시고 친구 붙잡고 많이 울기도 했어.

친구라는 이름에 갇혀서 말 한 마디 못 꺼내보고 삭힐 수 밖에 없었던 내 마음이 너무 불쌍해서.

그렇다고 이 기억을 지우게 되면 나는 정말 행복해질까?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웃고 있는 내가 그리고 그 인생이 정말 온전한 나일까?



물론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지.

어떤 사람에게는, 안고갈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기억이 있을 수도 있기에 

내가 감히 딱 잘라서 한정짓기엔 너무 조심스러운 이야기.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건 결국 이거야.

어쨌든 '나의 삶' 이기 때문에 그것을 어지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뿐이라는 것.

괴로운 기억이 행복한 기억을 잠식하게 내버려두지마.

그러기엔 넌 너무 소중하니까.



어제도 영화보고 오늘도 영화봤는데ㅋㅋ 난 무슨 정신머리로 이틀 연속 슬픈 영화를 고른걸까?

난 이만 내 본업....이 아니라 본덬질ㅋㅋㅋㅋ 로 돌아가서 내 돌 보고 힐링해야겠다.

다들 좋은 밤 되기를 :-)



+ 아, 그리고 넥스트투노멀의 ost는 음원사이트에서도 들을 수 있어.

물론 음원에 스포가 섞여있긴하지만 이미 내 글 자체가 초강력스포라 ㅋㅋㅋㅋㅋㅋ

혹시 관심있는 덬들은 '빛'이라는 넘버를 들어봐주면 고마울 것 같아.

그럼 진짜진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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