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스가초」란 글은, 이케부쿠로의 아주머니가 이번에 네리마초로 이사를 가셨는데,
정원도 넓고 좋으니까 한번 놀러 오라고 하셔서 찾아갔던 일을 쓴 것입니다.
6월의 첫 일요일에 고마고메 역에서 전철을 타고 이케부쿠로 역에서 도조선으로 환승한 후 네리마 역에서 내렸지만,
한없이 밭만 펼쳐져 있어 가스가초가 어디쯤인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았어요.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도 그런데는 모른다고들 해서 나는 그만 울고 싶었답니다.
몹시 더운 날이었습니다.
리어카에 빈 사이다 병을 잔뜩 싣고 끙끙거리며 끌고 가는 마흔 살 남짓한 아저씨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는데,
그분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면서, 우뚝 서서 마구 흘러내리는 땀을 쥐색으로 더럽혀진 수건으로 연신 닦아내며 말했습니다.
"가스가초, 가스가초......"
몇번이고 중얼거리며 생각에 잠겨 있다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가스가초는 제법 먼 데 있는데요. 저기 네리마 역에서 도조선으로 이케부쿠로에 가서 거기서 교외선으로 바꿔 탄 후
신주쿠 역에 도착하면 다시 도쿄행의 전철로 환승을 하고, 스이도바시라고 하는 데에서 내려, 그러고도 꽤나 먼 거리를 걸어가야 하는데......"
그는 부자연스러운 일본어로 열심히 설명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설명은 혼고의 가스가초에 가는 길 안내였습니다.
얘기를 들으면서, 그분이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만,
그 때문에 나는 한결 더 고맙다는 느낌이 들어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일본 사람은 알고 있으면서도 귀찮으니까 그저 모른다고 지나쳐버리곤 하는데,
이 한국인은 잘 모르는데도 내게 어떻게든 뭔가를 가르쳐주고 싶어
진땀을 마구 흘려가면서 열심히 알려주려 했으니까요.
"아저씨, 감사해요."
나는 깍듯이 고마움을 표하고는, 아저씨가 가르쳐준 대로 네리마 역에 가서 도조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차라리 혼고의 가스가초에라도 가볼까 했지만, 그냥 집으로 돌아오기로 한 거죠.
하지만 어쩐지 서글프고 울적한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일을 정직하게 써본 것입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 소설, 치요죠(1941)
그냥 새삼 신기해서 적어봄
일본인은 알면서도 귀찮으니까 쌩까는데
한국인 아저씨는 일본어 잘모르면서도 뭐라도 가르쳐주려 했다는 부분이 묘하게 귀엽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