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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며칠이 지난 지금도 기분이 더러워서 속풀이 겸 쓰는 결혼식 갔다 온 후기 (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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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8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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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결혼식 갔다 왔는데 사흘인가 나흘이 지난 지금도 그라데이션 분노가 계속 돼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여기다라도 하고 싶어서 쓴다. 



A. 결혼식 전 


나는 신부 측 손님이었음. 

신부는 나와 같은 기숙사에 살았던 대학교 1년 선배로, 학교 다닐 때도 그렇게 친하진 않았고 한 달에 한 두번 얼굴 보는 사이였음. (이하 신부) 

그 언니의 동생은 나랑 동갑인데 상대적으로 조금 더 친했고, 대학 졸업하고 나서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봄. (이하 친구) 

신부랑은 4~5년 전에 얼굴 본 게 마지막으로, 인스타에서 서로 좋아요 누르고 댓글이나 달아주는 그런 관계. 


그러던 어느 날, 3월 쯤에 친구 인스타 스토리에서 '언니가 청혼 받았다'라는 업데이트를 봄 

신부가 꽤 오래 사귄 남친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난 개인적으로 본 적이 없었기에 그냥 친구랑 꺅꺅댐 

그리고 디엠으로 신부한테 '언니~ 00이한테 소식 들었어요! 약혼 축하드려요~' 이런 식으로 메세지를 보냄 

다시 봐도 이렇다 할 게 없는, 누가봐도 평범한 한 줄의 축하였지만 여기서부터 잘못된 거였나 싶음. 


신부 왈 '무묭아 고마워! 7월에 결혼하는데 올래?'라고 하트 뿅뿅 이모티콘 하며 답이 옴 

우리 관계가 그냥 대학교 아는 언니-동생 사이였기 때문에 난 조금 놀랐지만 '불러주신다면 가야죠 ㅎㅎ' 하며 너스레를 떨고 가겠다고 함 

신부가 알았다고, 청첩장 나오면 줄 테니까 나중에 친구랑 같이 셋이 밥 먹자고 함 


그리고 6월 정도 됨. 신부가 갑자기 밤 10시 넘어서 카톡으로 내일 밥 먹자 함

내가 그 즈음 감기가 심하게 걸려 약 먹고 일찍 잤기 때문에 다음날 느지막히 일어나서 봄 

당일 약속 잡는 걸 되게 싫어하는 편이지만 (..) 오늘 저녁 약속 아직 안 잡혔으면 보자고 답장 보냄 

그랬더니 안 보는 줄 알았다고, 이미 다른 약속 잡아서 오늘은 어렵다며 다음에 보자는 것임 

그래서 그렇게 넘어갔음. 그 이후로 청첩장이나 밥 못 먹음. 


결혼식 하기 1주일 전 인스타 디엠으로 신부한테 메세지가 옴 (이때 내가 해외에서 여행 중이었음) 

저녁 6시 반에 이 장소로 오라며 길거리 주소 찍어줌. 세미 포말 드레스 입고 오라고 함. 알았다고 답변 함. 

본식에는 왜 안 부르나 좀 의아했지만, 결혼식이 모두 천편일률적인 건 아니고 각자의 경제적 사정이 있을 수 있으니 

그냥 피로연/리셉션에만 부르는 거겠지 생각하고 넘김. 


B. 결혼식 당일 


편도로 1시간 반 걸려서 겨우겨우 도착했는데 장소를 암만 찾아봐도 없는 것임 

내 머릿속에는 홀이나 레스토랑을 빌렸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콘도 파티룸이었음 ㅋㅋㅋㅋ 

이쯤 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어야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30평 내지 조그마한 파티룸에 구석에 사진기랑 프롭스 몇개 갖다놓고, 웨이터/바텐더 없이 사전에 고용된 지인이 술 따라주는 거고 

결혼식이면 다 있는 아무런 엔터테인먼트도 없었음. 

음식이라고 가져다 놓은 건 마트에서 살 수 있는 과일/치즈/햄 플래터 같은 거 몇 개와 디저트류, 빵 등등 

아 맞다 육포 ㅋㅋㅋㅋㅋㅋ 육포도 있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씨발 육포라니. 암튼 무슨 그림인지 대강 그려지지? 안주랑 핑거푸드 정도만 있는. 

정말 말 그대로 애피타이저 같은 것만 즐비하더라. 더 웃긴 건 신랑 직업이 심지어 셰프래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셰프인지 요리사인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솔직히 토요일 저녁 6시 반에 사람 불러놓고 저건 너무 예의 없는 게 아닌가 싶던 와중에 드레스 갈아 입으러 올라갔던 신부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냄 


그닥 반가워하지도 않음 ㅋㅋ... 4~5년만에 보는 건데 '어 왔니' 이럼. 결혼식 당일날 정신 없는 건 아는데 그래도 좀 섭섭하더라 

술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밥 실컷 먹고 가래.... 아니 뭘 먹을 게 있어야지 먹죠................ 장난하낰ㅋㅋㅋㅋㅋㅋㅋ 

난 그것도 모르고 축의금을 10만원이나 들고 왔었음. 나이도 이젠 20대 중후반이고, 또 저녁 리셉션이면 식비가 많이 드니 (적어도 다른 정상적인 결혼식은 말이야 ㅎㅎ..) 

10만원이면 넉넉하겠지 생각하고 들고 왔는데 저 꼬라지나 신부 태도를 보니까 너무 아까운 거얔ㅋㅋㅋㅋㅋ 이미 봉투 붙여버렸으니 장수 빼지도 못 하고.. 

'언니, 축의금은 어디다 내면 돼요?' 이랬는데 솔직히 안 받는다고 할 줄 알았다. 저 정도로 손님 대접하는데 축의금 받는다는 게 우습잖아 

근데 신부가 손을 내밀면서 '어 그냥 나한테 주면 돼' 이러더라고???? 내가 결혼식 자주 다녀본 건 아니지만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야 

그래서 얼떨결에 홀린 듯이 줘버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ㅁㅊ 내가 병신이지 


리셉션에 온 손님은 다 합쳐서 30명 정도 된 것 같았는데 신부 측 하객은 나 포함 10명도 채 안 됐던 것 같음. 

친구가 우스갯소리로 '우리 언니가 친구가 없어서...' 이랬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난 그냥 머릿수 채워주러 부른건가 싶기도 했고 ㅋㅋㅋㅋ 

손님 수도 별로 없는데 나 그날 신부랑 사진 한 장 못 찍음 ㅋㅋㅋ 더 친한 애들이랑은 셀카도 계속 찍고 놀고 그러던데 

나랑은 대화 1분이나 했을까. 신랑도 내가 소개 시켜달래서 소개 시켜주더라? ㅋㅋㅋㅋ 


갈 때도 배웅도 못 받고 ㅋㅋㅋ 친구랑만 인사했지 신부한테는 인사 못 받음 

또 한 시간 반 걸려서 집에 오면서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나한테 쌀쌀맞게 대하나 싶더라 ㅋㅋㅋㅋㅋ


C. 결혼식 후 


내가 위에 그라데이션 빡침이라 썼잖아 

당일날도 어 이 상황 좀 그렇다 싶었는데 진짜 빡침은 이제 시작됨 ㅋㅋㅋㅋㅋ 


난 신랑 신부가 형편이 안 좋은가 싶었어. 그도 그럴게 대부분은 조촐하게라도 레스토랑 빌려서 리셉션 하거나 

사진기사도 전문가 불러서 하잖아 (알고보니 신랑 지인이었음. 사진이 커리어는 아니고 취미라 하더라), 하객 선물도 간소하게나마 주고. 

근데 너무 부실하니까 ㅋㅋㅋ 아 그냥 많은 것을 생략하고 했나 보다.. 그래 뭐 각자의 사정이 있지 뭐 이런 생각하며 넘겼는데 


다음날 동기 인스타를 보게 됨. 동기는 나랑은 별로 안 친하지만 신부랑 친함 

근데 사진을 보니까 막 와인잔도 있고 식기도 있고 이런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 알고보니 식사를 ㅋㅋㅋㅋㅋ 점심 때 한 것 같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보니 리셉션에서 사람들이 나보고 본식에는 왜 안 왔냐고, 스피치 너어어어무 좋았다면서 그러던데 

그 자리에 모인 사람은 대부분, 혹은 전부, 본식이랑 점심 식사에도 초대를 받았던 거였음 ㅋㅋㅋㅋㅋㅋㅋ 나만 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나는 당연히 본식에 초대를 못 받았고 '저녁 때 밥 먹고 가'라는 말을 들었으니 저녁에 식사라고 생각을 했던 거지

그러니 10만원이라는 축의금을 들고 간거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그걸 보는데 존나 빡치는 거야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근데 이 여자가 ㅎㅎㅎㅎㅎㅎㅎ 4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맙다는 카톡이나 문자 하나 안 보냄

신혼여행 간 거면 바쁘겠거니 하고 기다리겠는데 아직 국내에 있음. 

인스타 계속 업데이트 하는 거 보면 아까 말한 동기랑 같이 동네에서 밥 먹고 돌아다니고 있음. 내 인스타 스토리 보고 있는 것도 확인 됐고. 

분명히 봉투 열어봐서 금액 확인했을 테고, 10만원 받은 거 보고는 나 같으면 문자라도 하나 보낼 것 같은데 ㅋㅋㅋ 

특히나 난 제대로 된 식사에도 초대 안 하고 그냥 과일이랑 빵쪼가리만 먹다가 간 거 알면 ㅋㅋㅋ 

근데 그 날 이후로 한 마디도 없음 

진짜 못 배웠다 생각이 들더라. 우리 엄만 나 저렇게 안 가르쳤는데 싶기도 하고 


지인들한테 소문 내고 싶은 거, 신부한테 직설적으로 카톡 날리고 싶은 거 그 동생 봐서 꾹 참는 중 ㅎㅎㅎㅎㅎ 

10만원이 어마어마한 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은 돈도 아닌데 

괜히 같지도 않은 인맥한테 낭비했다 싶어서 그라데이션으로 빡치는 며칠이었음 

돈도 돈이지만 솔직히 다음날 문자로라도 '내가 밥 산다, 이렇게 많이 넣어서 고맙다'라는 말만 했더라도 이렇게까지 화 안 남 

너무 기분이 더러워서 여기다 익명으로라도 쓴다 ㅅㅂ 







세줄요약: 


4~5년 동안 못 본 선배한테 청첩장도 없이 디엠으로 초대받음 

저녁 6시 반에 리셉션에 갔더니 음식은 네이트판 궁상웨딩에 나오는 수준인데 축의금 얼떨결에 10만원 내고 옴 

알고보니 나 빼고 다들 본식에서 제대로 된 점심 식사 했었고 나만 초대 못 받은 거. 그 이후로 고맙다는 말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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