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적의 칼날은 정확하게 보았지만
자신을 향한 어린 왕의 질투와 두려움은 보지 못했다
그것이 자신에게 겨눠진 가장 날카로운 칼날이었음을
그는 알지 못했다
이미 그대 마음엔 초상이 났구나
나는 이제 알 수가 없다
변방의 오랑캐가 적인지, 네 오라비가 적인지
선택해야 할 것이다
내 여인으로 살 건지
대역죄인의 누이로 죽을 것인지
적들도 죽이지 못한 네 오라비를
난 오늘 죽일 것이다
네 오라비의 죄는 역모다
그러니 이걸 끼고 황후답게 대역죄인인 오라비를 맞아라
그대는 누구의 편이냐
단 한 번이라도 내 편인 적은 있었느냐
단 한 번이라도 내가 심중에 있긴 하였느냐
단 한순간이라도 날 사랑한 적, 있느냐
그 자의 편에 서지 말라
그게 그대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 고운 옷은 주인이 없구나
혹여 그대가 찾는 것인가
내 백성들도
내 신하들도
내 여인도
나조차도 나를
그 누구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구나
끝끝내 나는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