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스퀘어 [주성철 편집장] 조근현 감독 성희롱 사건 보도에 부쳐
284 0
2018.02.23 20:42
284 0
보통 주간지는 명절 연휴 때 발행을 쉬기 때문에, 명절 전에 미리 잡지를 만든다. 연휴 전에 만든 잡지가 연휴를 보낸 뒤, 그러니까 1주일 정도 뒤에 독자들을 만나게 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김성훈 기자가 이현주 감독 사건을 단독 보도했던 지난 1143호에서 “영화계 #미투(#MeToo) 운동을 이어가겠다”고 했던 에디토리얼은 정확하게는 지난주가 아닌 지지난주에 썼던 내용이다. 명절 연휴를 쉬는 주간지 입장에서는 ‘제발 큰 뉴스만 생기지 마라’ 하는 마음으로 보내는 그 한주의 공백이 어쩔 수 없는 것이긴 한데, 하필 이번 설 연휴는 그 어느 때보다 급박했다. 시인 고은과 연극 연출가 이윤택으로부터 시작한 뉴스는 배우 조민기를 지나, 이번호 <씨네21>이 단독 보도한 영화계 성희롱 사건까지(14쪽 김성훈 기자의 포커스, ‘조근현 감독 성희롱 사건 밀착 취재’ 참조) 씁쓸함과 반가움이 교차하며 아연실색할 지경이었다. 이번 포커스 기사 또한 사실상 설 연휴 전에 완료한 기사였다. 어쨌거나, 비록 쉬고 있었지만 차분하고 면밀하게 이후를 준비하는 시간이 되어준 셈이다.


지난호 에디토리얼에서 참담한 마음으로 고백했다시피, <씨네21>로서는 그동안 후속 취재에 있어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달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내부적으로는 <씨네21>이 진행했던 ‘영화계 내 성폭력’ 연속 대담이 일종의 ‘미투 운동’과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실명 비판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큰 효과가 없다는 것도 느꼈다. 사실 조근현 감독 역시 1년 가까이 진행된 그 연속 대담에서 많은 참석자들이 이니셜로 언급할 때 종종 등장한 이름이었다. 지난호 이현주 감독에 이어 이번호 조근현 감독까지 취재한 김성훈 기자가 (우리끼리 있을 때) 얘기한 것처럼, 가해자들을 A와 B로만 폭로할 때 그들은 콧방귀만 뀐다는 것이 절대 틀린 얘기가 아니다. 아무리 추측 가능하게 기사를 써도 실명이 빠지면 그 기사는 절대 완결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미투 운동, 그러니까 가해자들이 감히 명예훼손을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퍼져가고 있는 실명 폭로의 물결은 묘한 쾌감을 준다. 지난 1, 2년 동안 가해자들이 겉으로는 잘못했다고 사과하면서 뒤로는 피해자들을 한명 한명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던 사례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JTBC에 출연한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 많은 이들이 큰 용기를 얻고 있는 것 같다. 함께 용기를 낸다는 것이 얼마나 큰일인지 알게 됐다. <씨네21>로서도 지난해 영화계 내 성폭력 특집과 연속대담을 진행하면서 마지막까지 실명을 공개하지 못해 분한 마음 달랠 길 없던 감독들이 몇명 있다. 법정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다른 증거나 추가 제보자가 없다는 것을 눈치챈 그들은 도리어 우리를 협박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명예훼손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매체 입장에서 가해자에게 반론권을 충분히 보장해주기 위한 것이었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준비가 덜 된 채로 ‘들이댔던’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도 했다. 그래서 추후 나름대로 준비하는 것도 있거니와, 더 많은 제보를 기다리고 있다. 영화계 #미투를 metoo@cine21.com으로 보내주시길. 지난호에서도 얘기했지만,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지켜봐주었으면 한다. 앞서 얘기했던 그 감독님들, 정말 오래 기다리셨다.

http://m.cine21.com/news/view/?mag_id=89517
목록 스크랩 (0)
댓글 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 삼성전자 X 더쿠 ] 덕질은 갤럭시💙 덬들의 오프 필수템, 해외 스케줄도 Galaxy S24와 함께! 2 05.04 49,504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949,738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494,851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254,24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654,246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758,099
공지 알림/결과 📺 2024 방영 예정 드라마📱 82 02.08 462,250
공지 잡담 📢📢📢그니까 자꾸 정병정병 하면서 복기하지 말고 존나 앓는글 써대야함📢📢📢 13 01.31 493,909
공지 잡담 (핫게나 슼 대상으로) 저런기사 왜끌고오냐 저런글 왜올리냐 댓글 정병천국이다 댓글 썅내난다 12 23.10.14 843,725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라마 시청 가능 플랫폼 현황 (1971~2014년 / 2023.03.25 update) 15 22.12.07 1,762,112
공지 알림/결과 ゚・* 【:.。. ⭐️ (੭ ᐕ)੭*⁾⁾ 뎡 배 카 테 진 입 문 🎟 ⭐️ .。.:】 *・゚ 151 22.03.12 2,727,359
공지 알림/결과 블루레이&디비디 Q&A 총정리 (21.04.26.) 98 21.04.26 2,037,737
공지 스퀘어 차기작 2개 이상인 배우들 정리 (4/4 ver.) 153 21.01.19 2,171,971
공지 알림/결과 OTT 플랫폼 한드 목록 (웨이브, 왓챠, 넷플릭스, 티빙) -2022.05.09 237 20.10.01 2,169,226
공지 알림/결과 만능 남여주 나이별 정리 239 19.02.22 2,228,222
공지 알림/결과 ★☆ 작품내 여성캐릭터 도구화/수동적/소모적/여캐민폐 타령 및 관련 언급 금지, 언급시 차단 주의 ☆★ 103 17.08.24 2,196,320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영배방(국내 드라마 / 영화/ 배우 및 연예계 토크방 : 드영배) 62 15.04.06 2,416,590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2774 스퀘어 조립식가족 배현성 인스타 1 15:00 149
242773 스퀘어 비밀은없어 ‘비밀은 없어’ 고경표, 눈 모양도 바꿔버리는 얼굴 근육 마법사 1 14:44 70
242772 스퀘어 [씨네21] 10주년 기념 '한공주' 천우희 인터뷰 14:42 72
242771 스퀘어 수사반장 [수사반장 1958 스페셜 메이킹] 이제훈X서은수 "우리 결혼해요!" 비하인드 가득한 5회 스페셜 메이킹 2 14:21 94
242770 스퀘어 선업튀 재연 ‘선재 업고 튀어’ OST ‘독백’ 발매 9 13:33 663
242769 스퀘어 선업튀 이클립스 ‘소나기’ 멜론 일간 62위 45 13:28 791
242768 스퀘어 선업튀 ‘선재 업고 튀어’ 측 “변우석, 김혜윤에 역대급 사랑 고백‥2회 엔딩 뛰어넘을 것”[오늘TV] 62 13:18 1,818
242767 스퀘어 선업튀 서로를 바라보는 애틋한 눈빛! (속닥속닥) 솔친자 류선재의 역대급 고백 예고❣ 117 13:10 2,450
242766 스퀘어 커넥션 [커넥션] 꽁냥이🐱도 존재하는 독보적인 귀여움의 커넥션 촬영 현장 미리 보기! 13:09 71
242765 스퀘어 선업튀 Viu hongkong 인별 35 13:08 1,431
242764 스퀘어 [단독] 연상호 감독, 아오이 유우x오구리 슌 ‘가스인간’ 쇼러너..K콘텐츠의 진화 13 12:52 567
242763 스퀘어 선업튀 8화 솔이 뉴짤 15 12:52 829
242762 스퀘어 선업튀 오두막씬 뉴짤 7 12:48 658
242761 스퀘어 2024 브랜드 고객충성도 대상 16 12:31 979
242760 스퀘어 나대신꿈 짤만봐도 벌써 웃곀ㅋㅋㅋㅋ 3 12:25 178
242759 스퀘어 정용화 인스타 (with 박신혜) 12 12:23 745
242758 스퀘어 지배종 서로 살려주고 지켜주는 경호원과 대표님의 케미 3 12:16 113
242757 스퀘어 우리집 '우리, 집' 캐릭터 포스터 4 12:06 305
242756 스퀘어 어나더오피스, 브랜드 모델로 배우 홍경 발탁 2 11:41 207
242755 스퀘어 눈물의여왕 스페셜 서로에게 기적이었던 날들의 기록🍀.gif 26 11:32 5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