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시청률 10%를 넘기며 종영한 tvN 수목극 '슬기로운 감빵생활(이하 감빵생활)'에는 주인공이 없다. 주·조연 할 것 없이 모두가 화제였고 그 중심에는 3인방 박호산(문래동 카이스트)·정민성(고박사)·이규형(해롱이)이 있다.
어디서 본 듯하나, 재빨리 떠오르지 않는 세 사람의 모습. 실제 수감 생활을 해 봤나 싶을 정도로 '슬기로운' 연기 생활을 보여 줬다. 낯선 얼굴일 수도 있지만 이들의 연기 경력을 합치면 도합 61년 차 베테랑들이다. 박호산은 연극계에서 정민성은 드라마와 영화, 이규형은 연극과 뮤지컬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박호산은 혀짤배기소리로 드라마 캐릭터의 한 획을 그었다. 욕설과 상표를 말해도 부정확한 발음 덕분에 그대로 나갈 수 있었다. 후반부에서 조용히 사라지자 "카이스트 도다와(돌아와)"라는 유행어가 만들어졌다. "지금도 혀짤배기소리가 가끔씩" 나온다는 박호산은 술을 몇 병 비우자 실제 혀가 짧아졌다.
정민성은 드라마 내내 많은 대사량을 소화하느라 정신없었다. 극이 흘러갈수록 그의 말도 빨라졌고 아나운서 뺨치는 또박또박한 발음과 속도까지. "빠르게 하려고 한 게 아니라 말하다 보니 빨라진 거예요. 그래서 NG도 많이 났고요." 정민성은 고 박사 느낌을 내기 위해 안경까지 그대로 쓰고 왔다.
해롱이는 전무후무한 캐릭터. 출소하자마자 다시 마약에 손대는 장면은 잊을 수 없다.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줬지만 '해롱이에게 과했다'는 반응도 많았다. "사실 출소하자마자 다시 약에 손대는 건 초반부터 알고 있었던 내용이에요. 함정수사에 걸려든 건 몰라서 나도 놀랐고 당황스러웠죠."
세 사람이 모인 건 드라마 종영 일주일만. 서로의 안부도 묻고 종영 인터뷰도 봤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이어 갔다. 평소에도 술자리가 잦다며 서로의 주량도 체크했다. 안주로 두부를 준비할 걸 그랬나 하는 농담에 크게 웃었다. 마침 이날은 경기도 양평에서 배우들의 엠티가 있었다. 3시간여 술잔을 기울인 이들은 "아예 양평에서 인터뷰를 진행할 걸 그랬나"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 공식 질문이에요. 주량이 어떻게 되나요.
박호산(이하 박)= "술집에 가면 '몇 시에 닫아요'라고 물으면 '손님 계실 때까지요'라고 하잖아요. 그 느낌이에요. 몇 병을 마실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술을 매일 마셔요. 소주 세 병 정도 마셔요. 어렸을 땐 더 마셨어요. 전성기 때 기록이 있지만 말하지 않는 게 좋아요."
정민성(이하 정)= "기분 좋으면 맥주 1.5리터 정도 마셔요. 더 기분 좋으면 2리터도 가능해요. 소주는 잘 안 마시고 주사는 없어요. 했던 얘기 또 하고 말이 좀 많아지긴 해요."
이규형(이하 이)= "술을 좋아해요. 지금은 공연을 하고 있어서 자제하고 있어요. 컨디션에 따라 좀 다르지만 소주는 두 병 정도 마셔요. 소주만 먹는 스타일이에요. 주사도 딱히 없어요."
박= "두 사람은 전혀 주사가 없어요. 그건 장담합니다."
- '감빵생활'로 인기를 엄청 얻었어요.
정= "많은 분들이 알아봐 줘서 감사해요. 막내가 여섯 살인데 어깨를 펴고 다녀요. 유치원 원장님이 먼저 알아봐 줬어요. '고 박사'가 이감하는 날 아홉 살짜리 아들은 본방을 보고 정말 서럽게 울더라고요. 아이가 드라마를 볼 줄 알아요."
박= "주목받지 못한 배우들이 모여서 큰일을 냈어요. '고 박사'가 떠날 때 내가 떠나는 것 같아서 나도 감정이입이 됐어요."
- '고 박사'가 일찍 하차했어요.
정= "많이 아쉬웠어요. 실연당하는 느낌이었어요. 미리 빠지는 건 알고 있었는데 바쁘게 촬영하다 보니까 잊었거든요. 8회에서 몸이 갑자기 아프더라고요. '난 역시 10회까지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난 정리를 잘하고 나갔는데, 두 사람은 짐도 못 챙겨(박호산), 집에도 못 가고 잠깐 바람 쐬고 사라졌잖아요.(이규형)"
- '문래동 카이스트'는 혀짤배기소리로 사랑받았죠.
박= "그 사랑은 박호산이라는 배우가 얻은 게 아니라 '문래동 카이스트'가 받은 거예요. 그래도 행복하고 기분 좋아요. 인기는 한계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이걸 유지하려면 다음 작품에도 열심히 임하려고 해요. 인기를 얻고 가장 행복한 건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들어온 대본이 정말 많아요. 신중을 기하고 싶어요. 배우들은 뒤로 가면 안 되잖아요. 작품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캐릭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욕심을 내야 할 부분이 있어요."
- '해롱이'는 역대급 캐릭터였어요.
이= "이 정도 반응이 올 거라곤 생각도 못 했어요. 약쟁이가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지 상상 못 했거든요. '특이한 캐릭터가 나오겠다. 재밌게 잘해 봐야지' 했는데 '문래동 카이스트'와 붙으면서 케미스트리가 나온 것 같아요. 니킥을 하는 장면도 원래 없었던 거예요. 신원호 PD님의 아이디어예요. 무엇보다 가족들이 가장 좋아해 줘요. 어제도 사인해서 보내 드렸는데 기분 좋아요. 집 밖으로 잘 안 돌아다녀서 인기는 실감이 안 나요."
- 많이 알아보지 않나요.
이= "형님들과 술 먹고 있으면 다들 죄수들이라 불쌍해서 그런지 계산을 해 주고 가세요.(웃음) 작품도 오디션이 아닌 제안이 들어와요. 좀 더 신중하게 작품을 선택할 수 있어서 감사해요. 지금도 인터뷰하는 게 신기해요. 언제 이런 걸 먹으면서 인터뷰하겠어요."
박= "옆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자신이 누군지 설명도 안 하고 계산하고 갔더라고요. 공짜가 많아졌어요.(웃음)"
정= "실물이 더 낫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내 얼굴이 큰 줄 알았나 봐요. 아닌데."
- 세 분의 첫 만남 기억나나요.
박= "(이)규형이는 원래 알고 있었어요."
정= "다들 친분이 조금 있었고 나만 이번 작품으로 이들을 알게 됐어요."
이= "오디션은 배역 없이 진행됐어요. 나만 '해롱이'로 정해진 상태서 오디션을 봤어요. 신 PD가 아예 절 염두에 두고 불렀다고 하더라고요."
- 그에 대한 이유도 들었나요.
이= "영화 '살인의 추억'의 원작인 연극 '날 보러 와요'에서 용의자 역할을 했는데 1인 4역이었어요. 두 번째 용의자가 만취해서 경찰서에서 난동을 부리는 역할이었어요. 톤만 좀 '해롱이'스럽게 바꾸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나 봐요."
- 다른 분들은 어떻게 배역을 받았나요.
박= "가장 마지막에 결정됐어요. 제작진과 오디션을 진짜 많이 봤어요. 모든 배역을 다 읽어 봤어요. 네 번째 오디션에 갔을 때 '이 정도로 사람을 왔다 갔다 하게 해 놓고 떨어뜨리면 'X아치'인 것 알죠'라고 말했어요. 그때 마지막으로 읽은 게 '문래동 카이스트'였죠. 신 PD가 전화번호를 물어보기에 '됐다' 싶었죠. 어떤 계약서보다 믿음직했어요. 신 PD가 어느 인터뷰에서 '문래동 카이스트'가 가장 애착이 간다고 했던데 그만큼 캐스팅에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정= "원래는 조 주임과 변호사로 오디션을 봤어요. 그러다가 두 달 뒤에 연락이 와서 '고 박사'를 읽었죠. '문래동 카이스트'도 연습해 봤는데 입에 안 붙더라고요. 일주일 뒤 3차 오디션을 보고 난 다음에 전화번호를 물어보더라고요."
- 다들 연기하기 힘든 캐릭터였어요.
정= "대사가 정말 많았어요. 토씨 하나 틀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대사가 많아서 시간을 끌면 안 될 것 같아서 말도 빨리 했어요. NG도 많이 났어요."
- 혀짤배기소리로 연기하기 힘들었을 텐데.
박= "처음 만들 때 힘들었고 만든 다음부턴 괜찮았어요. 지금도 혀짤배기소리가 나와요. 어느 정도 혀짤배기소리를 낼 것인가. 'ㅅ'을 전부 'ㄷ'으로 바꿀 건지 슬기롭게 풀어 나가기 위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다행히 1·2회 때 안 나와서 연습할 시간이 많았어요."
- 시즌2가 한다면요.
박 "어떤 배우가 시즌2를 결정할 수 있을까요. 그건 신 PD의 결정에 달려있은 거죠. 신원호의 호자가 '배' 같아요."
정 "당연히 가야죠. 한 작품했는데 스태프의 신뢰는 어마어마해요. '신' 같아요. 게다가 수평적인 관계에요. 그런 현장은 처음 봤어요. 감독의 권위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지만 전혀 그런 게 없어요."
- 왜 굳이 혀가 짧은 캐릭터를 만들었을까요..
박= "신 PD가 'PPL(간접광고)에 구애받지 않을 수 있고, 어떤 욕이라도 자체 '삐' 처리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 머리는 원래 백발인가요.
박= "어떤 연출자도 흰머리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신 PD는 딱 보자마자 '좋은데요'라고 했어요. 안 그래도 극 중 배역보다 어린데 잘됐다 싶었죠. 40세 넘어서 머릿결 상태가 좋아요. 계속 염색을 했거든요."
- '해롱이'는 출소하자마자 다시 약에 손댔어요.
이= "배신감을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나가자마자 약에 손대는 건 초반부터 알고 있었어요. 다만 왜 다시 약에 손대는지에 대한 이유를 못 들어서 나름 추리를 했어요. 연기에 정당성을 만들어야 하니까. 그래서 '지원이가 떠나나 보다'라고 생각했어요. 충격으로 다시 약에 손대는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함정수사였어요. 생각해 보니까 가장 바람직한 결말 같아요. 범죄자를 미화하면 안 되잖아요. 마약 중독자가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마약을 하는 행위 자체가 미화되면 안 돼요. 마약 사범은 초범·재범·상습범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하더라고요. 마약 사범은 출소하는 날 가족들이 납치해 가야 한대요. 그래도 함정수사를 당한 건 좀 억울했어요. 따지고 보면 '약쟁이'가 약을 하는 건 별다른 이유가 없을 거예요."
- 극 중에서 욕도 많이 했죠.
박= "제작진을 믿고 편하게 했죠."
이= "마지막에 차 안에서 한 욕은 '삐' 처리 없이 그냥 나갔어요."
- '해롱이' 캐릭터 톤은 제작진과 상의한 건가요.
이= "첫날에 잡았어요. '날 보러 와요'에서 했던 연기를 보여 달라고 하더라고요. '응답하라 1988'의 이동휘씨가 술 취해서 하는 대사를 내 스타일대로 했어요. 그러고 나서 해롱이 대사를 했죠. 호송차에서 '신라 호텔 가는 거야' '도우죠 오네가이시마스' 등 대사를 툭툭 했어요. 끝까지 해 보자고 해서 끝까지 했는데 좋아했어요. 첫 오디션을 2시간 가까이 봤어요. 3주 지나서도 연락이 안 와서 '뭐지' 했죠. 두 번째 오디션에서 이우정 작가와 처음 만나 또 '날 보러 와요' 연기를 했더니 만족해하더라고요."
- NG가 많은 사람은 누구였나요.
정= "(박)호산이 형이요. NG를 안 내도 되는 부분에서 NG를 내니까. 계속 코 골고 그러더라고요."
박= "바닥은 따뜻하고 공기는 차가우니 잠이 솔솔 오죠. 화면엔 안 나오지만 스태프가 그 좁은 방안에 20명 이상 있었어요. 산소는 부족한 데다 안대까지 하고 있었어요."
- 정수정이 이규형씨에게 조언을 많이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이= "얘기를 나누다 보니 (정)수정이가 연기를 향한 열정과 고민이 상당하더라고요. 이름만 들어 봤지 아이돌은 잘 몰랐어요. 수정이는 제혁이 형과 붙다 보니까 다양한 배역과 붙지 못하는 점에 아쉬워하더라고요. 임화영과는 가까이 살아요. 안 지는 15년 됐네요. 우리 드라마에 여자가 두 명밖에 없다 보니 둘이 베스트가 됐어요."
- 촬영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박= "엄청 추웠어요."
이= "전 하루하루 약 기운이 달랐어요. 대본을 왔다 갔다 하면서 찍으니까 조절하는 게 힘들었어요. 8화까진 디테일하게 계산하고 점점 멀쩡해지는 연기를 했어요. 그런데 10화 대본을 봤더니 점점 아파지는 거예요. 게다가 1화 해롱이의 모습이 적혀 있더라고요. 신 PD님이 갑자기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턴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 갔다 하는 캐릭터로 설정을 바꿨어요."
- 기억에 남는 신이 있나요.
정= "'마이 웨이'를 부르는 장면이요. 출연 계약서까지 썼는데 갑자기 '노래를 잘하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음치라서 못한다. 노래를 잘해야 하냐'라고 말했는데 선천적인 문제 때문에 배역을 잃을까 봐 불안했어요. 불안해서 돈도 당겨 받았어요. 촬영하는 당일에 NG를 엄청 냈어요. 호산이 형이 지휘해 줬지만 손은 도움이 안 됐고, 입 모양을 보고 맞춰서 불렀어요. 정말 이 형 아니었으면 그 장면은 탄생하지 못했을 거예요. 다른 분들은 딸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불렀다고 하지만, 난 오로지 박자만 생각하면서 불렀어요.(웃음)"
이= "음치가 아니라 박치였어요. 어렵게 탄생한 장면이라 정말 아름다웠어요."
박= "MR에 박자가 반복되니까 어떻게 맞춰야 할지 몰라 해서 도와줬죠. 잘 안 되는데 당황하는 것, 절실함이 정말 완벽한 장면을 만들어 냈죠. 실제로 촬영감독이 촬영하다가 울었대요."
- 정웅인씨가 '마이 웨이'를 부르는 장면은 박호산씨가 불렀다고요.
이= "맞아요. 정웅인 선배님이 '마이 웨이'를 부르고 나면 호산이 형이 '담돔다다, 담돔'이라고 외치죠."
박= "(정)웅인이 형이 불렀는데 굳이 내가 불렀다고 밝히는 것도 민망하더라고요. 그리고 종영 때까지 입을 막았죠. 팬들은 이미 알고 있었어요."
- 박호산씨와 아들이 만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박= "엘리베이터 신은 독을 품었던 장면이에요. '문래동 카이스트'가 진지했던 딱 한 장면이죠. 죽어도 신파로 가고 싶지 않았어요. 배우가 슬프면 신파로 가요. 신파인지 아닌지는 종이 한 장 차이예요. 혀짤배기소리를 내면 아들이 알까 봐 그것까지 계획했어요. 고마웠던 건 '아들 한 번만 보면 안 될까' 하는 장면에서 감독님이 내 요구을 많이 들어줬어요. 오열 바다가 아닌 무미건조한 기조를 유지하고 싶었어요. 여태껏 철부지였는데 철든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어요."
- 이규형씨는 공연이 매진됐다고 하더라고요.
이= "'팬레터'는 초연부터 4연까지 다 했던 작품이에요. 나 때문에 매진된 것 같진 않아요. 작품이 좋아서 중반부부터는 매진이었어요. 공연을 좋아하시는 마니아들도 많이 오시지만 드라마를 통해 나를 안 분들도 관심을 가져 주셔서 공연 제작사에서 좋아해요."
- 동성애 연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이= "최대한 거부감이 들지 않게 표현하는 게 목표였어요. 블랙코미디다 보니까 우울한 일들이 계속 이어졌잖아요. 그 분위기를 환기해 주는 게 나와 호산이 형의 몫이라고 생각했어요. 제혁이 얘기로 고구마 100개 먹다가 가끔 우리 때문에 웃잖아요. 다행히 나나 송지원 역할을 한 김준한과 생각이 잘 맞아서 친구처럼 보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송)지원이가 준다는 선물이 반지였는데 미리 알려 줬으면 약을 안 맞았을 텐데. 하루라도 더 찾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언젠가는 분명히 함정수사가 들어왔을 것 같아요. 강남의 부잣집 아들이고 물주잖아요. 언젠가는 흔들렸을 텐데 출소 당일 바로 걸린 게 참 허탈했어요."
정= "부대찌개집 장면에서도 친구같이 보이더라고요. "
- 정민성씨는 최근 회사와 계약했죠.
정= "정말 좋아요. 그동안은 잘 몰랐는데 인터뷰를 몇 번 진행해 보니 연예인이 된 기분이 들어요. 오전 6시에 집까지 차가 오고 그 차를 타고 강남에 있는 숍으로 가요. 세팅하고 신문사로 가면 기자님이 사진을 찍고 인터뷰하고 차에서 옷을 갈아입어요. '연예인 놀이 재미있게 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였어요.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화룡점정으로 취중토크까지 하니까."
- 시청률도 좋을 거로 예상했나요.
박= "어떻게 알아요. 짬밥이 있어야 알죠. 이렇게 재밌으면 '시청률은 어느 정도 나올 거야'라고 말하는 선배가 있던가. 그런 게 없었어요. 오히려 신 PD가 가장 불안해했어요. 신 PD는 겸손한 사람이에요. 종방연 가서 처음 들었는데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감빵생활'을 한 것도 있대요."
- 이규형씨는 여성팬이 늘었죠.
이= "실감할 만한 상황이 없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반응이 와요. 부모님이 기사를 캡처해서 보여 주고, 친구들에게서도 연락이 와요. 아! 자꾸 연락 끊겼던 여자들한테도 연락이 와요. 왜 이제 와서 그럴까요. 사연이 있는 사람도 있었고 아는 사람도 있었고. 내 휴대전화 번호는 지금 10년 넘게 쓰고 있어요."
정= "우리 가족들도 내가 아닌 규형이를 물어봐요. '규형이는 몇 살이니'라고. 게다가 어머니는 '규형이는 어떤 애냐'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박= "아마도 모성애를 자극해서 인기가 많은 것 같아요."
- 연관 검색어에 결혼이 나오던데요.
이= "나도 궁금해요. 왜 연관 검색어에 결혼이 나오는 걸까요. 다들 검색해 보나 봐요. 결혼 안 했습니다.(웃음) 여자분들이 검색해서 나온 거라고 생각할래요."
- 결혼은 언제쯤 할 생각인가요.
이= "성공하면 결혼해야지라고 생각했어요. 대학로에 있는 배우들이 매체 쪽으로 나오려면 스케줄을 비어야 해요. 그럼 생계에 문제가 생겨서 돈을 못 벌어요. 나 혼자라면 버틸 수 있는데 처자식이 있으면 그걸 놓을 수 없어요. 이런 배우들이 정말 많아요. 대학로에서 연극만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드물어요. 어차피 연기하려면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제대하자마자 대학로에서 연기했어요. 한달에 20만원 정도 벌었나. 생활이 당연히 안 됐죠. 졸업하고 2009년도쯤에 뮤지컬 '빨래'를 했을 때도 5만원씩 받고 세금 떼면 70만원 정도? 이것도 연습 기간 빼고 계산한 거예요. 연기 레슨 알바를 하면서 버텼죠. 스무 살 때부터 집에서 한 푼도 안 받았어요. 대출 받고, 공연하고 번 돈으로 갚았어요. 아마 IMF 때 집이 폭삭 망하면서 일찍 철든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이 터닝 포인트인가요.
정= "그럼요. 이제 시작이에요."
박= "분명히 인생의 터닝 포인이트죠. 연극배우를 대거 기용하고 성공한 경우가 없었어요. 이런 배역으로 간다는 걸 첫 대본 리딩 때 알았어요. 모이니까 '여기 대학로야'라는 말을 했죠. 2상6방 친구들은 더 친근한 느낌이 들어요. 앞으로 이런 일이 없을 수도 있어요. 잘하지 못하면 대학로 배우들이 피해를 볼 것 같았어요. PD들도 더 이상 연극배우를 쓸 용기를 못 낼 수 있잖아요. 대학로를 대변하는 무명 배우들이란 사명감이 있었어요."
정= "저평가받았던 느낌이 항상 있었는데 제대로 평가받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못하면 안 되니까 부담감이 컸죠"
박= "그러면서도 이들이 선수들인 게 남의 연기를 방해하지 않고 밀어줄 땐 밀어줬어요. 경쟁도 있었지만 팀 내 경쟁 느낌이었죠. 쇼트트랙 단체 경기를 하는 느낌? 1번과 2번을 하는 이유가 있잖아요."
정= "형님은 너그럽겠지만 난 정말 치열했어요. 1번 많이 가다가 빨리 아웃됐죠.(웃음) 8화에 요로결석 때문에 내가 아파야 하는데 규형이가 담요를 덮고 덜덜 떨면서 아파하는 거예요. 나보다 아파하기에 박해수한테 '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냐'고 고민을 털어놓은 적도 있어요. 기분 좋은 경쟁이었어요."
-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있나요.
정= "연극과 나와서 자연스럽게 연기하다가 중간에 회사를 오래 다녔어요. 서른 살부터 뒤늦게 극단을 알아봤어요. '회사는 때려치웠는데 나는 뭘 해야 하지' 하다가 단편영화를 시작했어요. 주업이 단편영화였어요. 생활도 어려웠어요. 알바도 하고 그랬어요. 아기도 있었는데 집사람이 돈을 또 버니까.(웃음)"
- 올해 계획은.
이= "올해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어요. '비밀의 숲'부터 '감빵생활'까지 극과 극 캐릭터를 보여 드렸잖아요. 영화든 드라마든 새로운 캐릭터를 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요. 연애도 하고 싶네요. 내년에 결혼하는 건 좀 이른 것 같아요. 그러면 지금 만나야 하잖아요.
정= "결혼은 또 달라. 금방 할 수 있어"
박= "'하던 대로 하자'예요. 그동안 그렇게 쫓아다녀도 한 배역을 안 줬는데 이제 배역이 들어왔잖아요. 선택받은 것도 또 했던 것처럼 기조와 태도를 유지하려고 해요. 지금의 모든 칭찬은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가둬 놓으려고 해요."
정=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가 아니에요. 하나하나 학습하는 마음으로 여느 해보다 열심히 배우 생활을 하는 게 목표예요.
박= "노래를 배우는 게 어때요. 좋은 클리닉이 많아요. 진심으로 소개해 줄게요."
정= "그럼 하나 더 추가할게요. 보컬 트레이닝을 받아 보면 어떨까 해요. 노래만 잘하면 하고 싶은 게 되게 많아요. 연기를 잘하는 사람은 노래도 잘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연습해 보겠습니다.
이= "시작하시죠. 뮤지컬에도 노래 안 부르는 역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