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일상에서 데자뷔를 느낄 때 그런 망상을 해본 적 있어
흔히 말하는 멀티버스가 있고 우주는 그 모든 버전을 간직하고 있는데 일반인들은 의식적으론 다른 세계의 자신이 무엇을 겪었는지 알지 못하지만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무의식적으로 가끔 우주가 갖고 있는 다른 버전의 자신이라는 데이터에 동기화되어 데자뷔를 경험하는 거 아닌가 하고
그래서 지금까지 솔이가 덮어쓰기를 하고 이전 데이터는 복원불가능하게 사라진 게 아니라 선업튀 우주도 34-0, (34-1,) 34-2, 34-3 선재 이전 버전을 소중히 백업해서 간직하고 있었던 거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봄
우주는 모두 사람의 모든 버전을 다 갖고 있는 지도 몰라
솔이는 타임슬립 당사자니까 모든 걸 기억하고
선재는 이 타임슬립의 대상자로서, 솔이의 기획서를 통해 기시감을 느끼고 자기 백업본에 자기도 모르게 연결되고
할머니는 치매라는 특이 상태로 인해 백업본과 최신 버전이 뒤섞인 상황처럼 보이고
그리고 솔이가, 그리고 선재가 지금까지 노력한 게 무의미한 건 절대 아니었던 것 같아
타임슬립 1회차 때의 작은 변화를 시작으로 둘의 사랑은 분명한 흔적을 남겼고 새로이 펼쳐지는 시간에 아주 큰 변화를 가져왔어
선재의 목숨 건 사랑이 있었으니까 솔이는 살아남아 타임슬립을 계속하며 결국 선재를 죽인 범인을 알아낼 수 있었고
결국엔 둘이 그 범인을 무사히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할 수 있을 테고
얼른 다음 화가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