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림 감독의 작심은 작품 곳곳에서 드러난다. 각 화마다 여덟 명의 인물 중 한 명씩을 부각하는 오프닝 타이틀, 쇼의 안과 밖을 친절하게 구분해 주는 화면비가 눈에 띈다. 무성 영화 형식으로 구성한 주인공 소개는 웃음과 비애를 넘나든다. 영사기, 필름, 마임, 서커스까지 등장해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과 영화를 떠오르게 한다. 이는 단순히 재미를 위한 장치가 아니다.
‘더 에이트쇼’가 ‘리얼 버라이어티 쇼’를 소재로 한 다른 작품들과 다른 점이라면 사회 풍자와 더불어 엔터테인먼트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한다는 것이다.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 시청자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적정선까지 보여주고 마지막에 가선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지를 확실히 알려주겠다는 엔터테인먼트 제공자의 주관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원작과 비교해 장기자랑 에피소드는 구성이나 각색 면에서 탁월한 수준이다. 왕 게임 에피소드부터는 폭력 묘사의 수위가 높아지는데 불쾌감을 유발하는 대신에 쾌감을 철저히 차단한다. 원작에서 더 나아간 결말은 엔터테인먼트가 주는 위로이고, 마지막 화에서 엔딩크레딧 중간에 나오는 쿠키 영상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 놓인 창작자의 고충을 대변한다.
이처럼 ‘더 에이트쇼’는 재미 이상의 메시지로 시청자를 붙드는 드라마다. 보고 나면 내용을 까마득히 잊는 드라마가 아니라 불현듯 떠올라 곱씹게 되는 드라마다. ‘드라마는 정말 재밌기만 하면 그만일까?’ 반문하게 하고, ‘이 드라마는 정말 자극적이기만 한 걸까?’ 잔혹한 폭력 묘사와 현실의 폭력을 비교하게 만든다. ‘더 에이트쇼’는 즐거운 쇼라기보다 드라마에서 설명한 대로 ‘지독한 쇼’에 더 가깝다. 살기도 버거운데 이런 쇼를 굳이 봐야 하는 이유? 이 정도로 현실 자각을 일으키는 드라마는 드물기 때문이다. 원작 ‘머니게임’의 대사처럼 과연 나는 ‘보통의 양심과 보통의 상식을 지닌’ 평범한 사람으로 살며, 언제나 이성적인 판단과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인간인지 드라마를 보는 내내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쾌락 추구의 시대에 뇌를 깨우는 드라마가 도착했다. 머리 아프게 즐길 각오를 단단히 하시길.
ㄹㅇ 지독한 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