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감고 교정.
여학생들과 남학생들이 동그란 정원을 기점으로 흩어진다.
선재가 갈림길에 멈춰서서 솔이 준 시계를 본다.
선재: 이거 돌려줘야 되는데
잠시 고민하던 선재가 전자시계를 주머니에 넣는다.
그런 뒤 우산을 든 채 교문 쪽을 보고 선다.
교문으로 솔이 통과해 오르막길을 신나게 달려 올라간다.
솔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솔은 자감남고 쪽을 슬쩍 보다가 선재를 발견하고 멈추어 선다.
솔: 어? 선재야
밝은 얼굴로 선재를 응시하던 솔이 사망뉴스를 떠올린다.
인혁: 선!
인혁이 기타를 메고 선재에게 간다.
인혁: 어제 모의 경기 잘했냐?
선재: 아, 좀 떨어져
인혁: 아, 잘했냐고?
선재: 아, 당연히 잘했지
선재가 활짝 웃는 모습에 솔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솔은 티 없이 맑은 선재의 미소를 보며 슬픔이 북받쳐 오르는 듯 눈물을 글썽인다.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등교하던 학생들이 하나둘 우산을 편다.
파란색 우산을 쓰던 선재가 우연히 솔을 발견한다.
선재는 자신을 보며 울고 있는 솔의 모습에 눈도 깜빡이지 못한다.
솔은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시선을 떨구고 선재는 솔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한다.
솔의 뺨을 타고 눈물이 속절없이 흘러내리고 있다.
선재는 울고 있는 솔을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걸음을 뗀다.
파란색 우산이 비를 맞고 있는 솔을 향해 움직인다.
열아홉 살의 선재가 열아홉 살의 솔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간다.
선재는 하염없이 울고 있는 솔의 앞에 멈춰 서서 굳은 얼굴로 솔을 가만히 쳐다본다.
선재가 우산을 기울여 솔에게 씌워준다.
그 바람에 선재가 오롯이 비를 맞는다.
선재의 교복 셔츠는 빗물에 젖어 들고 솔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울먹인다.
선재: 왜 울고 있어?
2023년의 선재도 솔에게 우산을 씌워줬었다.
선재: 근데 왜 울지? 나 안 울렸는데
솔은 서른네 살의 선재를 떠올리며 열아홉의 선재를 바라본다.
눈을 맞추고 있는 솔과 선재의 모습에서 화면이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