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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비밀은없어 [정덕현 칼럼] 벗겨진 고경표와 벗기는 강한나, 웃기고 짜릿하고 공감되는 이유('비밀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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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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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없어’, 위선적인 세상에 날리는 고경표·강한나의 로맨틱 팩트 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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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미디어=정덕현] "정신 차렷!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자기 일 하러 온 거야. 갑질 당하러 온 사람? 여기에 아무도 없어!" 송기백(고경표)은 약한 스텝들만 골라서 지능적으로 괴롭히는 갑질 아이돌 피엔(장원혁)에게 그렇게 일갈한다. 잘 나가는 아이돌이라 그가 없으면 프로그램이 굴러가지 않는 현실 때문에 늘 갑질을 당해도 누구 하나 제지하는 이가 없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기 감전을 당한 후 속에 있는 말을 숨기지 못하고 꺼내놓게 된 송기백의 일갈에 모두가 충격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고소해한다.

 

이 장면은 JTBC 수목드라마 <비밀은 없어>가 가져온 코미디와 판타지의 정체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사회생활에서 어디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며 사는 이가 몇이나 될까. 아니 갑질이 일상인 세상에서 오히려 하고 싶은 말을 꾹꾹 눌러야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아닌가. 송기백 역시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회인이지만, 전기충격 후 갑자기 생겨난 후유증(혹은 능력이라 해야할까)은 그간 하지 못했던 말들을 마구 쏟아놓는 상황들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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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겨주는 척 하면서 자기 일을 떠넘기는 선배들에게 "귀찮은 건 후배들 다 시키면서 뒤에선 일 못한다고 욕하는 거 모를 줄 아냐?"고 쏘아대고, 후배의 미래를 걱정하고 위하는 척 하지만 사실은 제 안위만 생각하며 이 김에 푹 쉬라고 말하는 상사에게 "뭘 자꾸 쉬라고 하시냐"며 그건 쉬는 게 아니라 "벌 받는 것"이고 "결국 귀찮은 일은 다 시킬 것 아니냐"고 속에 있는 말을 꺼내놓는다.

 

송기백에게는 집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직장에서는 부유한 집안 자제인 것처럼 알려져 있고(그것도 송기백이 그렇게 한 건 아니다) 그것이 사회생활에 도움이 될 거라는 이야기에 그런 척하며 살아왔지만 송기백의 가족들은 그가 보내주는 생활비와 용돈에 의지하며 살아간다. 그런 가족에게 한 마디 못하고 살았던 송기백이지만, 그는 전기충격의 후유증으로 드디어 속내를 토로한다. "솔직히 내가 죽든 말든 지금 내가 주는 용돈에 생활비에 그게 더 중요한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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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된 공인의 코미디를 담은 작품은 이미 있다. 라미란이 주연을 맡은 영화 <정직한 후보>가 그런 작품이다. 하지만 <정직한 후보>가 신뢰를 잃은 정치권에 돈키호테처럼 등장한 거짓말 못하는 정치인을 통해 진실한 정치에 대한 판타지를 담는 작품이라면, '비밀은 없어'는 할 말은 있지만 차마 꺼내놓을 수 없는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모순 투성이 사회에 대해 후유증으로 헐크 혓바닥을 갖게 된 송기백이라는 아나운서를 통해 때론 코믹하게 때론 시원하게 풍자하는 작품이다.

 

송기백이 아나운서이고 그 직업이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은 그래서 이 드라마가 갖고 있는 풍자적 코미디의 양면을 드러내는데 최적이다. 어딘지 바른 모습으로만 방송을 통해 비춰지지만 어디 그게 진짜 모습일 수 있을까. 그것이 깨지는 지점에서는 방송사고라는 형태로 드라마는 코미디의 웃음을 찾아낸다. 하지만 그것은 또한 아나운서의 진짜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아나테이너'의 탄생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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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최근 들어 많은 아나운서들이 프리를 선언하고 나와 아나테이너의 길로 들어서게 됐을까. 그건 방송이 점점 일상화되면서 공적 영역이라 여겨졌던 것들조차 사적인 리얼함을 요구하기 시작한 변화와 맞닿아 있다. 즉 아나운서들의 신뢰는 이제 그 기계 같은 공적 업무의 영역만을 보여줄 때 생겨나는게 아니고 오히려 사적인 차원에서의 인간적 면모를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보여줄 수 있을 때 오히려 더 공고해진다. 그것이 진짜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 방송에 생겨난 변화의 관점을 염두에 두고 <비밀은 없어>를 보면 왜 송기백이라는 아나운서가 후유증을 통해 점점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 그 과정에 온우주(강한나)라는 예능 작가와의 로맨틱 코미디적 관계가 필요했는가가 납득된다. 온우주는 예능 작가 특유의 감각으로 송기백이라는 단단한 아나운서의 껍질 이면에 예능적(인간적)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아본다. 그래서 온우주와 송기백이 궁극적으로 그려나갈 멜로적 관계는 송기백의 벗겨진 껍질 안의 실체를 온우주가 매력으로 바라보게 되고 그걸 또한 타인들에게도 납득시키는 과정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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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없어>는 코미디의 밀도가 높은 로맨틱 코미디다. 그래서 연속적으로 펼쳐지는 웃기는 상황들에 정신없이 웃으면서 때론 설레는 멜로 감정을 토핑처럼 맛볼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지금껏 사회생활과 가족의 생계를 위한 삶 때문에 벗어버릴 수 없었던 껍질을 온우주와 함께 하나씩 벗어가며 그걸 인정해가는 송기백의 모습은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 그 이상의 감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https://v.daum.net/v/2024050314055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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