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선재와 라디오 연결되기 바로 직전에
솔이는 깨진 화병 유리를 움켜쥐어.
피가 나는데도 상관하지 않아.
감각이 없는 건 다리지 손이 아닌데
이미 그런 아픔은 솔이한테 고통스럽지도 않거든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면 솔이의 삶은 저때 끝났을지도 몰라
솔이에게 태초 선재와의 통화는 삶의 연장과 닿아있어
이후 솔이의 삶은 선재로부터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거지
솔이에게 선재는 팬심 그 이상이었을 수밖에 없었을 거야
그런 선재가 벌써 세 번이나 죽음으로 (한 번은 아직 의식불명이지만)
삶이 끝나는 걸 본 솔이의 심정이 어떨지 상상해 봤어
솔이에게 선재는 새로운 삶을 준 사람이었고
본인이 기억하지 못하는 사고 순간에서조차 선재가 있었어
그러다 선재의 첫사랑이 자기라는 걸 알게 되고
15년이 지났는데도 그 애 마음이 여전한 걸 알았어
술 마시면 연어처럼 솔이네 집터 찾아가는 게 술버릇이래
15년 전 약속을 잊지 않고 타임캡슐을 미리 찾아와 약속을 지켰던 선재를 알게 돼
15년을 돌아 겨우 마음을 나누고 행복해지나 싶었는데
선재의 죽임이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된 걸 알게 된 솔이는
사랑보다 선재를 살려야 한다는 염원이 더 커지지 않을까?
(솔이 사건에 관한 진술서로 예상- 예고)
선재 없는 세상에서 솔이는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무리 희생적인 사랑이라 해도 자기 자신이 먼저일 수밖에 없는데
솔이는 선재를 살려야 비로소 본인도 살 수 있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