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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씨네21] '범죄도시4' 마동석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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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30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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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사무실 근처에 빅펀치복싱클럽을 오픈했다. 회원제로 50명만 받고 있다고.

= 주변의 다른 형들도 장사를 해야 하지 않겠나. 여기로 사람이 너무 몰리면 안된다. 퍼스널 트레이닝이 목적인 곳이라 다른 복싱장과는 성격이 다르다.



- 임시완, 정경호, 김무열 등 다수의 배우들이 다니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연예계의 복싱 전도사 같다.
= 복싱선수를 하다가 배우가 된 사람은 나밖에 없다. 내가 좋아하는 복싱의 매력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었다.



- 예전에 복싱을 6개월 동안 배운 적이 있다. 줄넘기와 기본동작만 배우고 회사 일이 바빠져서 그만뒀지만.
= 복싱이 정말 좋은 운동이다. 기회가 되면 꼭 다시 배워보셨으면 좋겠다. 줄넘기는 종아리근육을 키우기 위해 하는 거다. 발뒤꿈치를 들고 지구력 있게 뛸 수 있는 훈련이 되어야 복싱 스텝도 잘 밟을 수 있다.



- 남들보다 동작을 빨리 배운다는 칭찬도 받았는데….
= 원래 회원을 유치하기 위해 초반엔 칭찬을 많이 해준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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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예정된 결혼식부터 <트웰브>를 비롯한 차기작 준비 등으로 분주한 와중에 복싱클럽까지 열었다. <범죄도시4> 홍보 스케줄도 시작되지 않았나. 이번 영화는 어떨 것 같나. <범죄도시4> 역시 천만 관객을 달성할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 다른 영화는 손익분기점을 넘느냐 마느냐, 혹은 아직 시장이 100% 안정화된 상황은 아니라 관객수 100만명을 넘기느냐 마느냐를 논하는데 <범죄도시> 시리즈는 갑자기 잣대가 높아진다. (웃음) 갑자기 천만 관객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너무 당황스럽긴 하다. 언제나 우리의 기준점은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이다. 그래야 안심하고 다음 편을 만들 수 있다.



- 시리즈영화가 연달아 천만 관객을 넘은 것은 이례적이다. 내부적으로는 흥행 요인을 무엇이라고 평가하고 있나.
= <범죄도시> 시리즈는 오락 액션물이다. 재미있고 뛰어난 액션을 보여주면 관객이 재미있게 본다는 맥락을 기본적으로 지켜나가는 게 스코어를 내는 데 큰 힘이 되지 않았나 싶다.



- <모범택시> 시리즈의 오상호 작가가 각본에 참여했다. 언제나 원안은 직접 쓰는 것으로 아는데 두 사람의 시나리오 작업 과정은 어땠나.
= 원안은 매편 가볍게 정리한 기획 정도다. 오상호 작가님이 한국 작가 중에서도 거의 톱급으로 글을 빨리 쓰고 또 유연하다. 또 기획자의 머릿속에는 있지만 말로 잘 표현되지 않는 것들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현직 형사에게 디지털 범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건 몇년 전이었는데, 이번에 작가님도 형사님과 직접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드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도시> 시리즈는 촬영 직전까지 계속 시나리오를 수정한다. <범죄도시3> 때는 첫 촬영이 끝난 다음날 모여서 주성철(이준혁)의 대사를 14시간 동안 함께 고쳤다.



- 제작자, 프로듀서, 감독, 배우, 조감독, 작가 혹은 스크립터가 모여서 시나리오 첫 글자부터 마지막 글자까지 신 바이 신으로 검토하는 회의도 진행한다고 들었다.
= 한명씩 아이디어를 내면서 신 구성과 대사, 액션까지 세세하게 논의한다. 서로 의견이 갈릴 땐 내가 장첸(윤계상)이나 강해상(손석구) 등 다른 캐릭터의 연기까지 직접 시범을 보이면서 비교한다. 그리고 어느 쪽이 더 좋은지 의견을 모아 정리한다. 회의를 하다 보면 내가 원맨쇼를 하게 된다. (웃음) 하루에 12~13시간씩,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진행하면 그게 작업을 한번 끝낸 거다. 그렇게 6~7번 회의를 한다. 내가 각색한 시나리오를 넘기면 감독이나 작가가 또 고치면서 서로 피드백을 반영한다. 그렇게 다양한 아이디어 중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한다. 만장일치가 되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그래서 <범죄도시> 시리즈는 시나리오 작업 공정이 많다. 시나리오 작업을 미리 해야 하는 이유다. <범죄도시2> 찍을 때 이미 <범죄도시3> <범죄도시4>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했다. 덕분에 <범죄도시> 시리즈가 매해 개봉할 수 있었다.



- 후속작 반응을 보고 이후 작품을 준비하지 않고 바로 제작에 착수한 이유는 무엇인가.
= 일단 정해놓은 스토리들이 있었다. TV드라마처럼 시청자 의견을 보면서 대본을 수정하기 보다는 한편 한편 뚝심 있게 매력적으로 만들고 싶었다. 프랜차이즈 영화는 전편이 어땠든 지금 작품만 봐도 흥미로워야 한다. <범죄도시3>는 좀더 경쾌하고 테크니컬한 오락물로, <범죄도시4>는 묵직한 톤으로 만들고 싶었다. 동시 제작한 영화지만 완전히 다르게 보였으면 해서 마석도의 헤어스타일, 의상 등을 달리했다. <범죄도시4>의 배경이 겨울이라 내가 두꺼운 옷을 입으니 사람들이 따로 벌크업을 한 줄 알던데 아니다. 벌.크.업.안.했.음. (웃음) 그리고 “이 영화가 개봉하면 관객 반응이 이러이러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미리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흥행은 예상할 수 없지만 영화나 캐릭터에 대한 리액션은 먼저 점칠 수 있다. 예컨대 잔인하다고 느낄 수 있으니 앵글을 바꿔 찍자고 논의하거나 빌런 역 배우 캐스팅에 대해 세간에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예상했다.



- 좋은 반응과 나쁜 반응을 모두 예상했나. 실제로 적중했나.
= <범죄도시3> 개봉 후 아쉽다고 지적되거나 장점으로 거론된 것들 모두 우리가 회의할 때 나왔던 이야기다. 그런데 약점을 알면서도 가져가야 할 때가 있다. 시리즈물은 자기복제를 하게 돼 있다. 천 가지의 복싱 기술이 있어도 일반 관객이 보기에는 똑같기 때문에 그것을 얼마나 영리하게 풀어내느냐가 관건이다. 범죄물의 많은 소재가 무척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다. 요새 관객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서스펜스와 액션을 세련되게 만들어내야 한다.



- 전반적으로 관객과의 소통을 우선시한다는 인상이다. 일반 관객 대상으로 한 시나리오 모니터링이나 편집본 시사회 반응을 꼼꼼하게 체크한다고 들었다.
= 일리 있는 의견은 수렴하고 어쩔 수 없이 그대로 가야 하는 것은 고수한다. 영화는 영화가 가야 할 방향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내가 기획자이자 처음 설계자로서 어느 정도 기준을 만들어놔야 한다. 이것이 흔들리면 아무리 좋은 의견이 나와도 적절하게 반영할 수가 없다. 영화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단순히 합쳐서 만드는 게 아니다. 처음 뼈대는 정확히 지키되 많은 이들의 의견을 참고하는 작업이다.



- 모니터링 시사회를 열면 관객이 신별로 점수를 매긴다. 만약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가정하자. 받아들이는 편인가.
= 대부분 받아들이지만 우리가 고칠 수 있는 문제인지 아닌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 타당한 지적일지라도 특정 신을 수정하면 영화 전체가 무너질 때도 있다. 이를테면 재미있는 장면이 나오다가 갑자기 앉아서 조용히 생각하는 모습이 나오고 다시 액션 신이 나오면 분명 중간 부분은 점수가 낮게 나온다. 그렇다고 그 신을 빼면 안된다. 흐름상 꼭 필요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내가 오래 팠던 범죄수사물이기 때문에 빠르게 갈 수 있지만 그외 장르는 종종 내가 도전하는 분야가 될 수 있다. 그런 작품은 사람들의 의견을 구하고 반영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시행착오을 겪게 된다. 그렇게 배워나가는 것 아니겠나.



- 1편부터 3편까지 빌런 캐릭터 캐스팅엔 ‘의외성’이 많이 작용했다고 생각했다. 반면 <범죄도시4> 백창기 역의 김무열은 안정적인 선택처럼 보였다. 아무래도 그는 거친 악역 연기를 보여준 적이 있으니까.
= <범죄도시> 때 윤계상 캐스팅에 대해 의아해하는 분들이 많았다. 우리는 나쁜 얼굴을 보여준 적 없는 배우가 악역을 연기했을 때 독특한 시너지효과가 난다고 판단했다. <범죄도시2>의 손석구는 당시 신인이었지만 굉장한 가능성을 보고 캐스팅했다. <범죄도시3>의 이준혁과 아오키 무네타카도 의외의 캐스팅이었지만 너무 잘해줬다. <범죄도시4>의 백창기는 연기를 잘하고 난이도 높은 액션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맡아야만 했다. 전투력과 기술력이 요구되는 액션 신이 많고 대역을 쓸 수 없는 앵글이 많았다. 액션스쿨에 가서 3개월, 6개월 훈련을 받아서는 소화할 수 없는 난이도다. 한국에 그 정도 몸을 쓸 수 있는 배우는 많지 않다. 나는 (김)무열이밖에 생각이 안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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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복서들이 <범죄도시> 시리즈를 리뷰한 영상들을 봤다. 편을 거듭해 갈수록 복싱 동작의 디테일이 잘 살아난다고 극찬하더라. 실제로 <범죄도시4>는 문외한이 보아도 복싱 스타일이 돋보이는 액션이 많았다. 이번 영화의 액션을 준비할 때 주안점을 둔 부분은.

= 길게 질문하셨으니 더 길게 대답하겠다. (웃음) 어렸을 때 <록키>를 보고 복싱선수를 꿈꿨다. 통찰력 있는 어린이였다면 저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을 텐데 그때는 영화가 뭔지 잘 몰라서 잘못된 선택을 했다. 그렇게 14살 때 시작한 복싱 덕분에 지금 영화로 먹고살 수 있게 됐지만 말이다. 소위 말해 ‘끝까지’ 운동을 했다. 산을 뛰고 스파링하고 경기하고 안와골절도 입었다. 그러다 오토바이 사고로 어깨가 부러지는 바람에 복싱을 더이상 하지 못할 거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렇게 한동안 운동을 쉬다가 미국 텍사스에 살 때 다시 복싱을 시작하게 됐다. 그때도 복싱에 대한 열망이 불타올랐다. 한국에 들어와 배우 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는 언제나 복싱 액션 연기를 선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제작자가 원하는 그림의 액션을 잘해내야 하는 배우였지 실제 할 줄 아는, 직접 만든 동작을 선보이고 싶다고 의견을 낼 수 있는 포지션이 아니었다. 그러다 직접 기획한 <범죄도시> 시리즈를 통해 오랜 꿈을 실현시킬 수 있게 된 거다. 지금부터 복싱에 대한 재미없는 디테일을 설명드리려고 하는데 혹시 이것도 인터뷰에 실어줄 거냐.



- 물론이다. (웃음)
= 복싱 스타일에는 네 가지가 있다. 인파이팅, 아웃복싱, 복서 스타일, 슬러거. 인파이팅은 안으로 파고들어서 세게 후려치는 것이고, 아웃복싱은 상대가 접근하지 못할 먼 거리에서 빠르게 치고 빠진다. 마이크 타이슨이 전형적인 인파이팅, 무하마드 알리나 플로이드 메이워더가 아웃복서다. 복서 스타일은 모든 복싱 기술을 해내는 올라운더로 슈거 레이 레너드가 여기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슬러거는 다른 유형만큼 기술이 다양하진 않지만 펀치력으로 승부를 본다. 이를테면 조지 포먼과 마동석이 있다. (웃음)



- 그동안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선보인 액션은 어느 스타일에 해당하나.
= 슬러거 스타일은 연타도 적고 시원시원하다. 그런데 영화에서 보여주면 그냥 주먹질인 줄 알지 사람들은 이게 복싱 동작인지 잘 모른다. <범죄도시> <범죄도시2> 당시 그런 반응이 많았다. 그래서 <범죄도시3> 때는 인파이팅, 아웃복싱, 복서 스타일 세 가지를 섞었다. 다시 말해 좀더 정교한 테크닉을 보여준 것이다. 잔기술과 큰 펀치를 섞고 발이 안 보이는 웨이스트숏에서도 발을 끊임없이 움직이는 스타일을 구사했다. 재미있는 기술이 많이 담겨 있다 보니 실제 복싱이나 격투기 선수들이 <범죄도시3> 리뷰를 많이 한 것 같다. 영화의 경쾌한 분위기와도 잘 맞았다. <범죄도시4>는 잔기술을 배제하고 내가 원래 하던 슬러거 스타일과 복서 스타일을 섞었다. 그래서 굵직굵직한 큰 주먹 위주의 액션이 나온다. 전편보다 무게감 있는 액션이 묵직한 영화의 톤과도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마석도 그리고 마동석 본연의 베이스가 복싱에 있기 때문에 후속편에서도 다른 복싱 기술을 계속 선보일 예정이다. 기본적으로 드라마와 액션이 어울리도록 디자인하는 것이 관건이다.



- 실제 복싱 동작을 영화에 녹여낼 때 어려운 부분은 없나.
= 주먹이 얼굴이나 몸 아주 가까이까지 날아오게 된다. 짧게짧게 치기도 하고 얼굴 1cm 앞에서 멈춰야 할 때도 있다. 그래서 현장에서 위험할 수 있다. 둘 이상이 함께 복싱 액션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실제로도 할 줄 알고 영화적으로도 해낼 수 있어야 한다. <범죄도시> 시리즈가 리얼리즘을 추구하기 때문에 고속 장면 없이 실제 속도로 싸운다. 순간순간 지나가는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 영화를 보면 체중 100kg인 배우(마동석)가 선보이는 액션인데도 무척 속도감 있고 동작도 잘 보인다. 어떻게 가능한가.
= 그것에 대한 비결이나 트릭은 없다. 실제로 할 줄 알고 잘해야 그렇게 보일 수 있다. 사람들은 체중이 많이 나가면 동작도 느릴 거라는 편견이 있는데 어려서부터 복싱을 꾸준히 한 사람들은 헤비급이어도 날렵하다. 여기에 스피드와 힘 배합이 잘되어야 펀치력이 나올 수 있다.



- <범죄도시3>에는 실제 종합격투기 선수 홍준영, <범죄도시4>에는 <주먹이 운다> 복싱 트레이너 출신 김지훈이 나온다. 일종의 직업인들을 배우로 출연시킨 배경은 무엇인가. 실제 운동을 하는 것과 그렇게 보이게끔 연기하는 것은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해왔는데.
= 그렇지 않다. 실제 복싱선수나 격투기 선수들이 당연히 액션도 훨씬 잘한다. 그런데 연기도 잘해야 한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후배 복서들을 많이 알고 있지만 그들이 모두 연기를 잘하지는 않기에 영화에 캐스팅할 수 없었다. 홍준영 선수는 계속 영화 오디션을 봤었다. 극 중 일본어를 구사하며 연기를 해야 했는데 몇번 오디션을 거친 결과 다행히 합격해서 출연하게 됐다. 김지훈 선수는 예전에 배우를 한 적이 있고 실제 오디션도 많이 봤다. <범죄도시4>는 마석도와 국가대표 선수 수준의 실력을 가진 백창기의 부하가 복싱으로 맞붙는다는 컨셉이었다. 단순히 액션을 배워서 하는 배우가 출연하면 부상을 입을 수 있다. 때문에 실제 연기도 해봤고 이번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의지도 강한 김지훈 선수를 캐스팅했다. 앞으로도 연기가 가능한 실제 선수들을 자주 기용하고 싶다. 그런 분들과 액션을 할 때 아무래도 할 수 있는 동작도 많고 시너지효과가 많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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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도시4> 마지막 기내 액션 시퀀스는 어땠나. 세트 안에 각종 장비가 있기 때문에 움직임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었겠다.

= 일단 공간이 좁기 때문에 카메라워킹으로 트릭을 주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액션을 실제처럼 해야 한다. 그런데 그 신에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그간 쌓아온 드라마를 폭발력 있게 보여주는 것이다. 허명행 감독은 액션 디자인을 노련하고 능숙하게 해내는 베테랑이다. 짧은 액션 시퀀스 안에서도 서사를 만든다. 백창기는 마석도보다 훨씬 전투력이 강한 용병이다. 만약 그가 처음부터 단검을 쓸 수 있었다면, 심지어 초반엔 2 대 1로 붙어야 하기 때문에 마석도가 죽고 영화가 끝났을 것이다. (웃음) 칼을 소지할 수 없는 장소가 필요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칼 없이 싸우던 백창기가 마석도에게 밀리다가 주변의 무기를 잡기 시작한 다음부터 전세가 역전되는 등 그 안에도 드라마가 있다. 시간이 좀더 지났다면 결국 마석도가 죽지 않았을까 하고 우리끼리도 생각했다. 그런데 마석도의 기술이라기보다는 투지, 피해자의 어머니와 했던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결국 초인적인 힘으로 발휘된다. 결투로 시작해 응징으로 끝난다.



- <범죄도시>가 모든 투자배급사한테 거절당했을 때 마석도 역할을 맡지 못할 뻔했다는 비화가 있더라.
= <범죄도시> 시나리오를 굉장히 오랫동안 만졌다. 어느 정도 시나리오가 완성됐다고 판단됐을 때 당시 모든 투자자들과 유명 제작사들에 보여줬다.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요즘 이런 유의 액션, 형사물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소재의 진부함을 지적받았다. 나는 그 내용을 다르고 알차게 만들 자신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마지막으로 마동석이 너무 약하니 주연배우를 바꿔야 한다고, 아니면 감독을 유명한 사람으로 바꿔주면 제작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제안을 받았다. 강윤성 감독은 17년 동안 감독 데뷔를 하지 못하다가 내가 <범죄도시>를 제안해서 함께 준비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와 했던 악속이 있기 때문에 마지막 제안은 거절했다. 유명한 배우들에게 장첸 역을 제안했을 때 “왜 내가 마동석의 서포터 역할을 해야 하는가”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마동석이 장첸을, 본인이 마석도를 연기한다면 함께하겠다는 배우도 있었다. 당시 <범죄도시>가 촬영에 들어가게 만드는 것이 미덕인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영화를 찍고 궁극적으로 프랜차이즈화하는 게 미덕인지 고민했다. 결국 당시 들어온 투자사들의 제안을 전부 거절했다. 덕분에 3~4년을 더 고생했다. 가까스로 투자를 받고 촬영에 들어갔지만 개봉 이후에도 난항이 많았다.



- 당시 경쟁작이 <남한산성> <킹스맨: 골든 서클>이었으니까.
= 배급시사 결과 <범죄도시>가 굉장히 낮은 점수를 받았다. 예상 관객수가 적었기 때문에 개봉관도 적게 받았다. 그런데 개봉주 주말 이상현상이 시작됐다. 좌석 판매율이 급등하면서 박스오피스 순위가 뒤집혔다. 그 후 <범죄도시>가 관을 많이 받게 됐다. 사실 스타트가 달랐다면 <범죄도시> 관객수(최종 688만명)도 더 많이 나왔을 것이다.



- <범죄도시> 시리즈를 연출한 감독은 모두 신인이었다. 제작자로서 감독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 딱히 정해둔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강윤성 감독은 영화를 하고 싶어 하는 의지가 강했고 실제로 데뷔작을 잘해냈다. <범죄도시>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조감독이었던 이상용 감독은 현장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다니는 모습을 봤다. 감독이 모니터 앞에 앉아 있지 않고 발로 뛰어다니며 배우와 소통한다면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배우의 연기와 편집의 완성도를 끝까지 집요하게 끌어올리는 태도가 훌륭했다. <범죄도시> 후속편도 함께할 예정이다. 허명행 감독은 나와 오랫동안 많은 작품을 한 관계다. 굳이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이미 알고 있어서 호흡이 잘 맞는다. 기회가 되면 또 함께하고 싶다.



- 실제 형사들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범죄도시> 시리즈의 근간이 됐다는 비하인드는 잘 알려져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범죄를 묘사하는 것과 그것을 오락영화의 소재로 승화해 스토리텔링하는 것은 전혀 다른 종류의 과제다. 현실에 레퍼런스가 있는 사건을 형사물로 풀어낼 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 영화적 특성을 생각해야 한다. 형사들을 인터뷰하며 조사한 자료가 이만큼 쌓여 있다. 그중에는 수사물로서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건 <범죄도시> 시리즈가 아니지 않나.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지만 영화로 만들 수 없는 것들도 많았다. 액션영화라는 본질에 충실하되 최대한 사실성도 살릴 수 있는 소재를 찾아나간다. 실제 사건 여러 개를 하나로 엮다 보니 그 이음새를 잘 만들어야 한다. 이 사건은 마약반이 맞는지, 로컬 경찰이 맡는지, 기획 수사하는 광역수사팀이 투입되는지, 특별수사본부가 개입해야 하는지 따지는 과정도 무척 복잡하다. 하나하나 모두 고증을 받아야 했고 권일용 프로파일러에게도 디테일한 부분을 검수받았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범행 수법이나 수사 기법, 각종 비하인드를 보여주되 범죄자들에게 노출이 돼서는 안되는 부분은 영화에 등장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묘사도 어느 정도 수위가 맞을지 고민해야 한다. 통쾌한 액션을 위해서는 어떤 드라마가 필요한지도 연구해야 한다.



- 취재는 어떻게 했나. 그 정도 디테일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만큼 형사들의 마음을 열게 하는 게 관건이었을 텐데.
= 일단 경찰들은 많은 사람들이 범죄액션영화를 보기를 바란다. 범죄자를 때려눕혀서라도 응징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게 현실 아닌가. 영화를 통해 권선징악의 카타르시스와 대리만족을 할 수 있다. <범죄도시>를 도와줬던 윤석호 형사는 물론 다른 형사들과도 따로 모임을 갖고 있다. ‘명예경찰’로 위촉된 이후 현직 형사들을 많이 알게 됐다. 내가 들을 수 있고 받아도 되는 자료를 토대로 영화를 위한 자료조사를 할 수 있었다.



- <범죄도시> 시리즈에 빌런들의 전사가 묘사되지 않는데 그 이유와도 연결되어 있나.
= 원래 빌런은 그냥 나쁜 놈들이 많다. 악당들도 각자 사정이 있고 사채 빚이 많고 어머니는 아프다는 식의 사족을 만들지 않는 것이 <범죄도시> 시리즈의 특징이다. 구구절절한 사연은 배제하고 영화가 시작되면 바로 사건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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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가수 백지영이 한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당신이 헬스트레이너였다는 일화를 전했다. 그 당시에도 영화 제작자로서 할리우드에 가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고 말이다.

= 돈이 너무 없어서 아르바이트로 헬스나 복싱을 가르치던 시절이다. 당시 사람들은 내가 영화 조연이나 단역으로 출연하며 배우 활동을 하고 있는지 잘 몰랐다. 운동을 가르치다 말고 “난 나중에 영화를 만들 거야”라고 했으니 아마 내가 정신 나간 줄 아는 분들도 있었을 거다. (웃음)



- 앞이 보이지 않을 때 지치지 않고 계속 도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 어렸을 때 싫증을 자주 느껴서 복싱 말고는 끝까지 해본 게 없었다. 정상에 오른 것 같았는데 더 올라갈 곳이 남아 있고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있었다. 뭔가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복싱만 오래 하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 트레이너로 자리 잡기까지 고생을 많이 했는데 배우가 되고 싶어서 그 모든 것을 버리고 한국에 들어왔다. 연기를 시작한 후에는 뒤로 물러날 데가 없었다. 배우는 하면 할수록 더 매력을 느끼게 되는 직업이었다. 연기도 복싱 같았다. 잡힐 것 같다가도 다시 멀어지는 일이 반복되니 계속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이 일을 오래 하기 위해서는 잘해야 했고,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혼자 고민을 많이 했다.



- 지금은 해체됐지만 ‘팀고릴라’라는 창작 작가 집단이 있었다. 한국의 기존 투자배급사 시스템에는 없던 모델이었는데 이를 조직하게 된 배경은.
= 당시 나와 인연이 있지만 일을 못하고 있는 분들을 도와드리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작가료를 드리면서 글을 쓰게 했다.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좋은 대본을 하나씩 만들다보면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아이템이 나오고 그렇게 초기비용도 회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중 일부는 지금 빅펀치픽쳐스에서 글을 쓰고 있다.



- 빅펀치픽쳐스는 마동석이 차린 영화 제작사로 이해하면 되나.
= 그렇다. 내가 15년 동안 만든 시나리오들을 갖고 있는 제작사다. LA에 사무실이 있는 할리우드 프로덕션은 ‘빅펀치글로벌’이라고 따로 있다. 정리하자면 빅펀치픽쳐스는 영화사, 빅펀치글로벌은 할리우드 사무실, 빅펀치엔터테인먼트는 내 매니지먼트사, 빅펀치복싱클럽은 복싱하는 곳.



- 아, 삼성그룹에 삼성전자와 삼성증권이 있는 것처럼….
= 그렇게 큰 회사랑 비교하면 안된다. 지금 우리는 구멍가게다.



- SM 엔터테인먼트에 자회사 SM C&C가 있는 것처럼….
= SM도 비교하면 안된다. (앞에 있는 우유를 가리키며) 이거다. 서울우유 밑에 초코우유, 딸기우유, 커피우유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면 된다.



- 빅펀치픽쳐스의 기획 회의 풍경이 궁금하다.
= 매일 회의를 한다. 엄청나게 많이 한다. 내가 기획한 작품을 작가나 기획 PD끼리 회의할 때도 있지만 중요하고 큰 회의는 항상 내가 참석한다.



- 마동석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굴러가나. 어떻게 그 많은 일을 소화하고 있나.
= 아침에 일어나 복싱장에 가서 2~3시간 운동을 한다. 스케줄이 있으면 갔다가 집에 돌아와서 글을 쓴다. 촬영이 없는 날에는 사무실로 출근해 회의를 한다. 밥 먹고 글 쓰고 회의하고 전화해서 회의하고 다시 글 쓰고 복싱 가고 촬영장 가는, 그게 인생의 전부다. 근데 이렇게 사는 게 연기하는 데도 이롭다. 시나리오를 쓰고 회의를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글에 숨겨져 있는 비밀이라든지 다른 시각으로 이야기를 읽는 태도가 길러진다. 시나리오 전체를 보면 배우가 어디서 힘을 주고 빼야 하는지 판단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 배우마다 성향이 다를 수 있다. 누군가는 기획, 각본, 연출은 각 분야 전문가에게 맡기고 연기에만 집중하기를 선호할 수 있고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데서 시너지를 받는 사람도 있다.
= 개인차가 있다. 그런데 나와 미국에서 함께 촬영했던 배우들은 모두 자기 프로덕션이 있었다.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개발하면서 영화를 준비한다. 그런데 유독 한국만 배우가 연기 외의 영역에 눈을 돌리면 뭔가 잘못된 것처럼 얘기한다. 나는 동의할 수 없다.



- 꽤 예전부터 제작 일에 적극적이었다. 제작자 마동석의 첫 작품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 <이웃사람> 제작자와 지금 다른 작품도 하고 있는데 그가 “형이 제작한 첫 작품은 <이웃사람> 아닌가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제작 크레딧에 이름이 올라가진 않았지만 거의 모든 제작 공정을 함께했다. 시나리오상 내 캐릭터의 대사를 여러 번 수정했고 판권 관련해서도 내가 직접 붙잡고 비즈니스를 했다.



- 마동석이 처음부터 ‘마블리’는 아니었다. 이를테면 <비스티 보이즈>를 다시 보면 마동석이 이렇게 무서운 이미지였나 싶어 깜짝 놀라게 된다. 극 중 호스트였던 하정우에게 빚을 갚으라며 욕하고 때리는 조폭으로 나왔으니까. (웃음) 개인적으로 당신의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바뀐 것은 <이웃사람>이 기점이었다고 본다. 의도한 바였나.
= 전혀 의도하지 못했다. 그저 캐릭터에 맞게 연기했는데 사랑을 받은 거지 미래를 점친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런 배우는 전세계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 (웃음) 내 이미지가 바뀐 분기점으로 드라마 <나쁜 녀석들>을 언급하는 분들도 많다.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캐릭터가 하나씩 쌓이다 보니 이미지가 달라진 것 같다. 모든 게 우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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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후에도 모든 작품이 잘된 것은 아니었다. 몇번의 실패가 있었다.

= 일희일비하는 성격이 아니다. 영화도 개봉 후 무대인사를 마치면 흥행은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손을 놓는 편이다. 그리고 다음 것을 준비한다. 어렸을 때부터 복싱을 해서 그런 것 같다. 복싱을 하다 보면 실패 경험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일종의 맷집이 생기는 거다. 물론 특정 경기에서 이긴 것을 3년 동안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금방 잊어버리는 편이었다.



- 그간 필모그래피를 보면 마동석 하면 떠오르는 캐릭터와 그렇지 않은 캐릭터가 구분된다.
= 전자가 <황야> <범죄도시> 시리즈라면, <시동> <백두산> <굿바이 싱글>은 좀 다른 결의 캐릭터였다. 예전에는 독특한 조연 캐릭터도 많이 들어왔는데 지금은 액션물 주인공을 주로 하다 보니 마동석 캐릭터를 원하는 분들이 많다. 일단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로 계속 가고 있다.



- 제작자이자 배우로서 이미지 변신에 대한 갈망은 없나. 지금은 사랑받고 있지만 어느 순간 사람들이 “마동석은 늘 비슷한 모습으로 나온다”며 매너리즘을 느낄 수 있다고 걱정한다든지.
=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지 않으냐고 많이들 묻는데 아직은 그럴 생각이 별로 없다. 어려서부터 액션배우가 되고 싶었고 마동석 캐릭터를 활용한 액션물을 앞으로도 많이 만들고 싶다. 내 캐릭터로 할 수 있는 데까지 할 거다. 마동석 캐릭터가 지겨운 분들은 마동석 캐릭터가 안 나오는 영화를 보다가 다시 궁금해질 때 돌아오면 된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마석도가 실제 나이를 먹고 노련해지는 모습은 표현할 수 있지만 기본적인 캐릭터를 바꿀 수는 없다. 사람들이 마석도를 보기 위해 <범죄도시> 시리즈를 찾는다면 계속 마석도가 나와야 하는 것이다. 언젠가 액션 연기를 할 수 없는 날이 오면 다른 캐릭터도 많이 보여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범죄도시8>를 끝내고 나면 할 수도 있고.



- 비디오 대여점 시절 ‘성룡의 ◯◯◯’, ‘이소룡의 ◯◯◯’식의 제목을 단 영화들이 많았다.
= 엄청 부러웠다. 또 장 끌로드 반담, 스티븐 시걸, 베니치오 델 토로….



- 그들처럼 배우 마동석을 고유의 캐릭터가 확실한 액션배우 계보에서 읽어보고 싶다.
= 액션배우들은 그들의 브랜드 자체로 영화를 한다. 무술 실력으로는 나보다 뛰어난 분들이 많겠지만 내가 하는 건 무술보다는 복싱이나 격투기 같은 실전이다. 드웨인 존슨도 퍼포먼스에 가까운 프로레슬링 선수였으니 실제 운동을 했던 사람이 액션영화 배우로 활동하는 일이 그리 많지는 않다. 복싱 헤비급 세계 챔피언 중 타이슨 퓨리라는 훌륭한 선수가 있는데 그는 연기를 못한다. 실전 경험을 갖고 연기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만든 액션영화는 어떤 관객에게 특별할 수 있다.



- 하지만 비평적인 시도가 별로 없었지. 윗세대도 마찬가지다.
= 이두용 감독의 <돌아이> 시리즈에 나온 전영록 선배가 있었지.



- 장르에 대한 편견 때문일까.
= 한국에서는 오락 액션 장르 자체의 영화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톰 크루즈가 <탑건: 매버릭>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도 연기상 후보에는 잘 호명되지 않잖나. 인간의 딜레마나 삶의 의미를 담은 영화에 좀더 가치를 두는 게 나도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락영화도 만들기 쉽지 않고 연기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 비평가들에게 인정받는, 소위 말해 <씨네21> 전문가 별점이 높은 영화를 만들고 싶은 욕심은 없나. 인터뷰를 하다 보면 인정욕구가 분명한 배우나 제작자들을 만날 때가 있다.
=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내게는 관객의 반응이 더 중요하다. 원래 목적에 충실한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범죄도시> 시리즈는 엔터테이닝에 충실한 게 미덕이고, 휴먼드라마는 어린이까지 볼 수 있는 감동이 있어야 한다.



- 실제로 관객의 사랑을 듬뿍 받는 배우 아닌가. 모두가 마동석을 좋아하고 국가도 언어도 가리지 않는다. 헬로키티 폰케이스를 낀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는 인스타그램 영상 조회수가 1억3천만회, ‘좋아요’가 960만개를 돌파했다. 난 이런 수치를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 멤버 계정에서나 봤다.
= 그냥 찍은 영상인데 그렇게 화제가 될 줄 몰랐다. 예전에 인스타그램에 재미있는 영상을 올렸더니 어떤 분이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 몇달간 웃을 일이 하나도 없어서 우울했는데 아침에 올리신 사진을 보고 처음으로 웃었어요. 고마워요.” 이 말이 무척 마음에 와닿아서 SNS에는 영화 홍보를 제외하면 사람들의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올리려고 한다. 사실 내가 영화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배우로서 제작자로서 엔터테이너로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다.



- 빅펀치픽쳐스, 빅펀치글로벌에서 제작하는 영화 중에는 직접 출연하지 않는 작품도 많다고 들었다.
= <범죄도시> 시리즈와 이미 출연이 정해진 작품들을 제외하면 내가 나오지 않는 영화가 대부분이다. 할리우드 프로젝트는 90% 출연하고 10%는 프로듀싱만, 이를테면 <범죄도시2> 리메이크가 그렇다. 캐릭터에서 출발한 영화도 있지만 스토리에서 출발한 기획은 인물을 만들다보면 내가 할 수 없는 캐릭터들이 잔뜩 나오기도 한다. 그런 경우는 제작에만 참여한다. 액션 스릴러가 많지만 어린이들도 볼 수 있는 장르도, 호러영화도 있다.



- 게임 회사 크래프톤과 함께 ‘펍지 유니버스’ 단편영화를 찍은 적이 있다. 기본적으로 ‘스토리’로 연결될 수 있는 모든 매체에 관심을 두는 듯하다.
= 캐릭터, 세계관, 스토리…. 이런 것들에 흥미를 느낀다. 그래서 게임을 잘 못하지만 세계관을 살펴보기 위해 직접 해본 적도 있다. <용과 같이> 시리즈나 코지마 히데오의 작품을 좋아한다. 만화나 애니메이션도 본다. 지금도 연재 중인 <베르세르크>라든지 <하지메노 잇포>(<더 파이팅>의 일본 제목)가 생각난다. 복싱선수들은 <하지메노 잇포>를 다 봤다. 복서들의 교본 같은 작품이다.



- 리메이크 판권만 판매하고 그칠 수 있는데 당신은 할리우드 대형 프로젝트에 제작자나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린다. 이같은 협상은 어떻게 가능했나.
= 한국영화가 할리우드 시스템에서 리메이크될 때 자칫 재미만 추구하고 영화의 가장 중요한 근간은 없어질 수 있다. 이를테면 번역 및 각색 과정에서 꼭 들어가야 할 중요한 장면을 빼먹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양면을 볼 수 있는 프로듀서가 필요하다. 나는 한국영화와 할리우드영화를 모두 경험했다. 때문에 <범죄도시2> 할리우드 리메이크의 시나리오를 중간에서 조율하고 제작에 참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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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리우드에서 제작자로서 인정받는 데는 역시 <범죄도시> 시리즈의 이력이 주효했겠다.

= 해외에서 <범죄도시> 시리즈를 많이들 봤더라. 예전에는 <부산행>과 <이터널스>를 보고 편지를 보내는 팬들이 대다수였는데 요즘엔 <범죄도시> 시리즈를 보고 날 좋아해주는 분들이 많다. 역시 영화는 언어와 국경을 넘어선다. 감사하게도 <범죄도시2>가 한국에서 흥행했고 나는 그 영화의 제작자다. 캐스팅이나 크리에이티브한 부분에 있어 내 컨펌을 받고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해외 일정이 있을 때 미팅을 잡거나 줌으로 만나면서 협업하고 있다.



- <악인전> 리메이크는 제작 겸 주연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실베스터 스탤론이 속한 발보아 픽처스가 제작한다.
= <악인전>이 칸영화제에 갔을 때 관심을 보인 할리우드 제작사들이 여섯 군데 정도 있었다. 많은 제안을 받았지만 내가 워낙 실베스터 스탤론 형님을 좋아한다. 발보아 픽처스 대표와 테일러 쉐리던은 내가 좋아하는 영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를 만들었다. 그래서 발보아 픽처스를 택했다.



- 그 밖에 진행 중인 다른 프로젝트들도 소개해달라.
= <이웃사람> 리메이크를 준비 중이다. 액션 프랜차이즈 영화 <논스톱>은 이연걸, 토니 자 등 동양의 여러 무술가들이 함께하는 프로젝트다. 동명의 소설을 기반으로 한 지구 멸망 이후의 이야기 <헬다이버>는 아라드 프로덕션의 제안으로 제작 겸 주연으로 함께하게 됐다. 마블 스튜디오와의 계약도 두편 남아 있다.



- 단지 <부산행> 이후 할리우드에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쌓은 네트워크는 아닌 듯하다. 이전부터 해외 교류가 있었나.
= 예전부터 미국에 왔다 갔다 하면서 일을 했다. 그러다 출연한 <부산행>과 <범죄도시> 시리즈를 미국 친구들이 무척 좋아해줬다.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포함한 마블 영화도 출연할 기회가 몇번 있었고 <존 윅> 시리즈는 2, 3, 4편 모두 제안이 들어왔다. 아쉽게도 <존 윅–리로드>는 <악인전> 때문에, <존 윅3: 파라벨룸>은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때문에 연이 닿지 못했다.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이 다른 작품이라도 함께하고 싶다며 연락을 줬다. 시나리오가 나오면 보내주기로 해서 기다리고 있다. 지금은 한국보다 미국에서 오는 제안이 더 많다.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 제안이 들어오는 프로젝트도 있다.



- 배우로서 경험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영화 현장은 어땠나.
= <범죄도시> 제작자가 <이터널스> 현장에 커피차를 보내주겠다고, 한명당 두잔이면 되냐고 묻더라. 여기 스태프가 1200명 정도 된다고 하니까 전화를 끊었다. (웃음) 한국에서는 제작부가 이 일 저 일 다 하지 않나. 할리우드는 분야별로 업무가 철저하게 나뉘어져 있다. 카메라가 7~8대 있기 때문에 촬영감독도 여러 명 있다. 한국에서는 이틀 정도면 찍을 액션 장면 하나를 6주 동안 찍었다. 매일 똑같은 동작을 하니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들도 액션 합을 다 외울 정도였다. (웃음) <이터널스> 현장은 주 5일 동안 촬영하고 주말은 쉬었다. 새벽에 나가서 저녁에 들어오는 규칙적인 생활이 개인적으로 잘 맞지 않아서 좀 힘들었다. 이틀 동안 몰아 찍고 하루 푹 쉬는 한국영화 시스템이 몸을 관리하기에는 더 좋았다.



- 다양한 해외 프로젝트 경험이 한국에서 영화나 시리즈를 만들 때도 중요한 자산이 됐을 테고.
= 마블 세계관을 디자인하는 케빈 파이기와 대화를 나누고 클로이 자오 감독과 작가들이 <이터널스> 시나리오 작업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배운 것이 많다. 세계관을 구축하고 그 안에 인물을 배치하고 조합할 때는 개연성은 물론 신선함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결은 다르지만 <범죄도시> 세계관을 만들 때 많은 도움을 받았다.



- 지금 준비 중인 프로젝트들의 경험을 흡수한 뒤 선보일 <범죄도시> 5, 6, 7, 8편의 면모가 기대된다. 진행 상황은 어떤가.
= 구상은 끝났고 시나리오 작업 중이다. 초고가 나오면 내가 또 먼저 각색하고 모여서 회의하고 그렇게 나온 수정고를 내가 또 각색하면서 몇번 더 고쳐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시나리오가 나와서 진행할 수 있다.



- 전편을 함께한 제작진이 그대로 가는가.
= 거의 그대로다. 여기에 새로 들어온 스크립터와 젊은 조감독, 연출부가 새로운 의견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훨씬 현대적인, 글로벌한 사건들이 등장한다. “<범죄도시> 시리즈 맞아?” 이런 반응이 나오는 편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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