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theqoo.net/CQQWH
"난 마음먹은 건 다 해요."
"사람들은 혼자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씁니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극본 연출 이주영)의 스토리는 결국 이 두 문장으로 축약할 수 있다. 시작하면서 이미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나.
"마음먹은 건 다 하는 사람"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일까. 타고난 재능과 능력을 갖추고, 거기에 노력을 더하면 가능할까. 세상에 물론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있으리라. 있다면 신이 돕고, 운이 따르고, 전생에 나라를 구한 사람일 듯.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은 열 개 마음을 먹으면 한두 개 정도 실현할 것이다. 무수한 책과 강의가 '마음의 힘'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만큼 그것이 어렵다는 방증일 터.
어쨌거나 대체 어떻게 마음먹은 걸 다 하는지 궁금해 보기 시작한 '안나'. 주인공 유미, 아니 안나는 정말 마음먹은 걸 해낸다. 애초에 가고자 했던 길인지, 아니면 생각지도 않게 끼운 첫 단추가 이끄는 운명대로 걸어간 건지는 알 수 없다. 조마조마한 마음은 오직 시청자의 몫일 뿐. 감정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안나는 뚜벅뚜벅 앞만 보고 걸어간다. 누구나 일기장에조차 거짓말을 쓴다며 거짓 인생을 제 옷처럼 걸친 자신을 합리화하며.
https://img.theqoo.net/mfsnn
매일은 아니지만 나도 일기를 쓴다. 뭔가 쓰지 않으면 내가 겪은 일, 내가 쓴 시간이 너무 허무하게 휘발되는 것 같아 기록을 남기고 싶은 것이다. 흩어지는 시간을 어떻게라도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고자 붙잡아 끌어 종이에 흔적을 새기는 행위. 기록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한다. 안나의 말처럼 나도 일기에 거짓을 쓸까. 글로 밥을 벌어 먹고사는 나는 감정을 포장하는 데 익숙하다. 일기에조차 감정을 날것 그대로 끄적이지 못하는 것은 직업병이랄까. 큰 맥락에서 이 역시 거짓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해서 안나의 행동을 용서할 수는 없다. 거짓은 일기장 안에서만 허용될 수 있다. 거짓을 선택할 수는 있다. 그러나 지속해선 안 된다. 잘 알다시피 거짓은 한번 시작하면 계속 커지고 되돌리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안나'를 보고 두서없이 오만 상념을 이렇게 쓰고 있는 이유는, 이 드라마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줬기 때문이다. 교수가 되고, 재벌과 결혼하고, 좋은 차, 좋은 집에 살며 더는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을 때 안나는 행복했을까. 예쁜 하이힐을 신고,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그는 매우 뿌듯했을 것이다. 잔인하게도 인생은 가진 것을 잃었을 때 비로소 지녔던 것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신발을 벗어들고 계단을 오를 때, 엘리베이터를 타듯 편하게 얻은 성공이란 그만큼 쉽게 잃을 수 있는 것이었음을 깨달았어야 할 텐데, 안나는 너무 멀리 가버렸다.
https://img.theqoo.net/KOBQS
안나보다 좀 더 오래 산 나는 인생은 마음먹은 것을 이뤄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맘대로 되지 않음을 깨닫는 과정이란 것도 안다. 인생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탈 것인지, 계단을 오를지는 온전히 본인의 선택이다. 뭔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결과를 담보하지 않아도 충분히 값지다. 그럼에도 인생의 또 다른 면은 끊임없이 그와 반대의 상황을 던져준다. 오늘 아침 눈을 떠 숨 쉰다고 해서 내일도 똑같이 숨 쉰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 오늘 잘 굴러가던 일이 내일 어그러질 수도 있다는 것. 그렇게 단 하나도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음을. 그래서 매 순간 감사하고, 겸손해야 함을. 이 사실은 대개 중년에 접어들어서야 깨달을 수 있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이유 없이 몸의 아픈 곳이 생기기 시작할 때.
그래서 이 두서없는 글의 결론은 어떻게 내려야 하는가. 인생은 마음먹은 대로 될 수 있으니 열심히 달려야 한다고 해야 할까, 절대 그럴 리 없으니 허황된 꿈은 쳐다보지도 말라고 해야 하는가. 정답이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각자가 생각하는 답에 동그라미 치세요' 뿐이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안나의 방법은 틀렸다는 것. 거짓으로 쌓은 탑은 높이 올릴 수 있지만 금세 무너질 수밖에 없다. 사족을 달자면, 어쨌거나 일기를 쓰는 건 좋은 습관이라는 것이다. 나도 모르는 내가 나를 위로해주고 길을 알려주는 것이 일기이므로. 이건 40년 넘게 일기를 써온 내가 보장한다. 아, 이제 일기 쓸 때 감정 포장은 그만둬야겠다.
http://naver.me/GPB7b9wN
"난 마음먹은 건 다 해요."
"사람들은 혼자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씁니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극본 연출 이주영)의 스토리는 결국 이 두 문장으로 축약할 수 있다. 시작하면서 이미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나.
"마음먹은 건 다 하는 사람"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일까. 타고난 재능과 능력을 갖추고, 거기에 노력을 더하면 가능할까. 세상에 물론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있으리라. 있다면 신이 돕고, 운이 따르고, 전생에 나라를 구한 사람일 듯.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은 열 개 마음을 먹으면 한두 개 정도 실현할 것이다. 무수한 책과 강의가 '마음의 힘'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만큼 그것이 어렵다는 방증일 터.
어쨌거나 대체 어떻게 마음먹은 걸 다 하는지 궁금해 보기 시작한 '안나'. 주인공 유미, 아니 안나는 정말 마음먹은 걸 해낸다. 애초에 가고자 했던 길인지, 아니면 생각지도 않게 끼운 첫 단추가 이끄는 운명대로 걸어간 건지는 알 수 없다. 조마조마한 마음은 오직 시청자의 몫일 뿐. 감정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안나는 뚜벅뚜벅 앞만 보고 걸어간다. 누구나 일기장에조차 거짓말을 쓴다며 거짓 인생을 제 옷처럼 걸친 자신을 합리화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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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은 아니지만 나도 일기를 쓴다. 뭔가 쓰지 않으면 내가 겪은 일, 내가 쓴 시간이 너무 허무하게 휘발되는 것 같아 기록을 남기고 싶은 것이다. 흩어지는 시간을 어떻게라도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고자 붙잡아 끌어 종이에 흔적을 새기는 행위. 기록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한다. 안나의 말처럼 나도 일기에 거짓을 쓸까. 글로 밥을 벌어 먹고사는 나는 감정을 포장하는 데 익숙하다. 일기에조차 감정을 날것 그대로 끄적이지 못하는 것은 직업병이랄까. 큰 맥락에서 이 역시 거짓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해서 안나의 행동을 용서할 수는 없다. 거짓은 일기장 안에서만 허용될 수 있다. 거짓을 선택할 수는 있다. 그러나 지속해선 안 된다. 잘 알다시피 거짓은 한번 시작하면 계속 커지고 되돌리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안나'를 보고 두서없이 오만 상념을 이렇게 쓰고 있는 이유는, 이 드라마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줬기 때문이다. 교수가 되고, 재벌과 결혼하고, 좋은 차, 좋은 집에 살며 더는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을 때 안나는 행복했을까. 예쁜 하이힐을 신고,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그는 매우 뿌듯했을 것이다. 잔인하게도 인생은 가진 것을 잃었을 때 비로소 지녔던 것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신발을 벗어들고 계단을 오를 때, 엘리베이터를 타듯 편하게 얻은 성공이란 그만큼 쉽게 잃을 수 있는 것이었음을 깨달았어야 할 텐데, 안나는 너무 멀리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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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보다 좀 더 오래 산 나는 인생은 마음먹은 것을 이뤄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맘대로 되지 않음을 깨닫는 과정이란 것도 안다. 인생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탈 것인지, 계단을 오를지는 온전히 본인의 선택이다. 뭔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결과를 담보하지 않아도 충분히 값지다. 그럼에도 인생의 또 다른 면은 끊임없이 그와 반대의 상황을 던져준다. 오늘 아침 눈을 떠 숨 쉰다고 해서 내일도 똑같이 숨 쉰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 오늘 잘 굴러가던 일이 내일 어그러질 수도 있다는 것. 그렇게 단 하나도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음을. 그래서 매 순간 감사하고, 겸손해야 함을. 이 사실은 대개 중년에 접어들어서야 깨달을 수 있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이유 없이 몸의 아픈 곳이 생기기 시작할 때.
그래서 이 두서없는 글의 결론은 어떻게 내려야 하는가. 인생은 마음먹은 대로 될 수 있으니 열심히 달려야 한다고 해야 할까, 절대 그럴 리 없으니 허황된 꿈은 쳐다보지도 말라고 해야 하는가. 정답이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각자가 생각하는 답에 동그라미 치세요' 뿐이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안나의 방법은 틀렸다는 것. 거짓으로 쌓은 탑은 높이 올릴 수 있지만 금세 무너질 수밖에 없다. 사족을 달자면, 어쨌거나 일기를 쓰는 건 좋은 습관이라는 것이다. 나도 모르는 내가 나를 위로해주고 길을 알려주는 것이 일기이므로. 이건 40년 넘게 일기를 써온 내가 보장한다. 아, 이제 일기 쓸 때 감정 포장은 그만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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