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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리뷰) 악의마음 Through the Darkness, 어둠을 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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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2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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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거울을 본 적 있는가.

전자기기의 희미한 불빛만으로 자신을 본 적이 있는가. 

어느 순간 어그러지고 일그러져 얼굴의 윤곽만 남은채 사라져버리는 자신의 얼굴을 목도한 적이 있을까.

그렇다면 이해할 것이다. 그 공포를. 익숙해야했을 얼굴 대신 자리한 그 실체없는 아우성을. 

인간이 공포를 느끼는 이유가 뭘까. 어느 작품에서는 인간의 상상력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익숙한 것에서 느끼는 낯설음은 공포가 될 수 있다. 그것이 자기 자신이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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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은 6살 어린이날 시체를 목격했다. 

그는 그 어린 나이에 자신이 아닌 피해자의 입장에 공감했다. 

보통은 자신이 피해자가 되어 공포에 질리게 되련만 그는 그 피해자가 겪어야 했을 공포를 안쓰러워했다. 

피해자 그 자체에 동조한 것이다.

그래서 그가 뛰어난 공감능력을 가졌다는 걸 처음엔 어떤 식으로 이해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모든 사람을 공감해버린다면 그 선없는 공감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 혼란스러웠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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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에게 1순위는 약자다. 그는 약자의 입장에 공감하고, 그 아픔에 동조한다. 모든 것의 1순위가 약자다. 

이것이 무서운 건, 매순간의 1순위가 약자이기만해서는 그 개인으로서의 입장은 모두 후순위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하영에게 있어 이기적인 순간이 있었을까 싶다. 자신보다 늘 약자를 우선하는 삶.

그래서 스스로에게 가혹하고도 서툴렀을 하영이 자신을 돌보는 것에 둔감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에겐 자신을 돌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산재해 있었을 테니까.



https://gfycat.com/DependentWelltodoAbyssiniancat
물론 뛰어난 공감능력이라는 것이 사람을 가려가며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는 자신을 못마땅해 하는 이들의 시선을 모르지 않는다.

자신이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자신이 이질적으로 보이는 것도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조차 그에겐 중요도가 낮다.

그는 타인의 악의와 나약함 등을 알고 또 이해한다. 

모든 이들이 약자의 편에 서지 않는다는 것을 알며, 그들 모두를 교화할 수 있다고 믿는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뒤로 한 발짝 물러서 있던 그는 아무도 나서지 않는 순간엔 반드시,

그 어렵고 힘든 무게를 짊어지고 앞으로 나선다.

그것이 무겁고 외면받을 것을 알고 이해하기 때문에 그는 그 자신이 어떤 오해를 받고 어떤 취급을 받게될지 알면서도 그 길을 나선다.

하지만 이것은 이 모두가 그나마 일반적인 사람들 속에 있었기 때문에 괜찮을 수 있었던 이야기였다.



그가 프로파일러가 됨으로서 계속되는 범죄자와의 면담을 통해 반복적으로 듣게되는 적나라한 악의들, 

그는 그 타르같이 끈적하고 더러운 악의 덩어리를 날 것으로 받아 삼켜야 하는 과정들 속에서 점점 가라앉는다.

단순히 그가 그 모든 악의를 들어서만은 아니다. 

문제는 그 정제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악의를, 반복적으로 들여다보고 되풀이해 스스로에게 들려주며 시도한 그화되기에 있다.

그것도 하영과 같이 과잉이라고 해야할만큼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스스로의 한계도 모르면서 시도했기에 더더욱.


https://gfycat.com/EntireBountifulBuck
9화에서 보여진 공원에서의 그화되기는 그래서 더 잔혹하다.

하영은 피해자가 받은 공포와 두려움을 공감하면서 동시에 범죄자의 시선에서 그 모습을 상상해 지켜봐야했다.

피해자의 감정과 가해자의 행동 모두에 동조해야한다는 것.

이것은 결국 정신적으로 두 방향으로 팽팽하게 당겨져 양분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신적 자해와도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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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영은 처음으로 자신이 가진 마음의 윤곽을 더듬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 자신 안에 있을 것 같은 자신의 악의적인 얼굴을 보았다. 

그 추악한 악의에 잠긴 자신이 진짜로 자신 안에 있을 수 있다는 착각 속에 10화의 끝, 

그는 손을 내밀어도 잡을 수 없고 도울 수 없었던 그 어린시절의 피해자와 다시 마주한다. 




https://gfycat.com/PinkConfusedFlea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끌려올려졌던 무력한 어린 시절의 자신과 다르게 

조금씩 분명하게 앞으로 가고 있음에도 피해자를 돕지 못하는 모습을 목도한 하영은, 그래서 더 선명한 상흔을 드러낸다.

피해자에게 공감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자신에게도 범인들과 다를 것 없는 그런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은 그래서 더 가슴 아프다.



https://gfycat.com/ColorlessUniqueCob

공감능력이 뛰어나면서도 그것이 주위를 불편하게 만들까봐 감추는 법을 먼저 터득한 어린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제 자신의 고통을 드러내고 나누는 법을 모른다.

사람에게 상처받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채, 제 안의 어둠이 무서워 웅크러든 그를 구하게될 것 역시 사람이란 것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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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펑 울었던 적이라곤 어린 시절밖에 없었던 하영.

자신의 상처난 마음을 어루만지는 어느 유가족의 따뜻한 위로 속에서

하영은 처음으로 그 옛날 아이 때처럼 눈물을 쏟아낸다. 

악의에 잠겨 숨막히는 심연으로 끌려가던 그를 구한 건, 

그가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며 했던 그 모든 일을 알아주는 누군가의 공감이었고 그 가치를 이해한 유가족의 마음이었다. 


동시에 그는 그를 위해 문병오는 기수대 형사들과, 그를 응원하기 위해 밀려온 폭탄같은 양의 문자에 의아해 하면서

그렇게 처음으로 자신을 둘러싼 '동료'라는 존재를 인지한다.

방식도 다르고 태도도 다르지만 결국 자신이 홀로 견뎌야하는 악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걸, 하영은 이제야 깨달은 건지도 모른다.




https://gfycat.com/DeterminedBlackandwhiteAltiplanochinchillamouse
어둠에 가리워져 희미해진 불빛 속에, 자신의 얼굴을 보며 공포를 느껴야 하는 하영은 이제 없다.

어둠 속을 뚫고 나아가다 마주한 그 거대한 악의가 자신 위로 덧씌워지더라도

그가 혼동하는 일이 없도록 등불을 들고 곁에 와줄 이들이 있음을 이제 그가 아니까.


하영의 웃음의 결이 늘어난 것도, 그래서 기껍다.

그는 여전히 끝나지 않을 악의를 마주해야겠지만, 

그래서 다시 또 예정처럼 고통스럽게 그 속을 뚫고 나오게 되겠지만,

그의 곁과 뒤에서 함께 그 길을 걸을 이들이 있음을 알기에 나도 이젠 안도한다.


Through the Darkness, 어둠을 뚫고서 새벽을 맞이하는 여정.

그 모든 순간을 함께 하게 되어 영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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