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허)웅이가 찾아오더라고요. ‘감독님, KCC는 수비를 잘 못하는 팀인 것 같습니다. 공격에 더 치중하시는 건 어떨까요?’ 웅이 말이 맞다고 생각하고 코치들과 머리를 맞대고 공격 위주 전술로 개편했죠.” 선수가 감독에게 전술을 권유하는 건 월권이지만, 전 감독은 “맞는 말이니 받아들였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라는 말에 전 감독은 “시대가 바뀌었다는 걸 느낀다. 내가 아날로그라면 요즘 선수들은 디지털”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선수들을 빡빡하게 끌고 가는 게 내 일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제는 나이 먹었다고 짜증 내고, 화내고... 이렇게 하는 게 좋은 것 같지 않더라고요. 일단은 선수들 이야기를 최대한 들어주려고 해요. 훈련 전후에도 최대한 터치를 안 하려고 하는 것도 이전과 다르고요.”
전 감독은 챔프전 4차전을 앞두고 최준용을 벤치에 내리면서 “면담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4차전을 마친 최준용은 “그건 면담이 아니라 잔소리라고 한다”라고 했다. 송교창은 우승을 차지한 뒤 세리머니에서 전 감독에게 격투기 기술인 암바(팔 꺾기)를 걸기도 했다. 그만큼 가까워졌다. 전 감독은 “준용이는 자기주장이 강하지만 내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해주는 선수다. 희생해야 한다면 기꺼이 그러는 친구다. 교창이도 정규 리그 MVP까지 받았던 선수인데 순순히 궂은일을 도맡았다. 한 발짝씩 양보해준 선수들에게 전부 고맙다”고 했다.
전창진은 만 39세였던 2003년 원주 TG를 이끌고 정상을 차지하면서 KBL 역대 최연소 우승 감독이 됐다. 그리고 올 시즌엔 만 60세로 역대 최고령 우승 감독 간판까지 얻었다. 전 감독은 “예전에는 챔프전을 마치면 힘이 없어서 며칠 동안 침대에 누워만 있었다. 이번에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 많이 내려놓은 덕분인 듯하다”고 했다.
전 감독은 “부산 팬들에게도 감사하다”고 했다. KCC는 올 시즌을 앞두고 부산으로 연고지를 이전했다. 야구 인기에 밀려 자리를 잡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는데, 챔프전 3~4차전 1만명 넘는 관중이 몰려들었다. 전 감독은 “그날은 경기가 끝나고도 1시간 넘게 선수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주고 사인을 해드렸다. 관중의 함성만큼 힘이 되는 건 없다. 다음 시즌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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