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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미스 함무라비>에 임바른 판사는 남자들에게 꽤 좋은 본보기가 되어줄 것 같다. 드라마 초반의 임바른은 라이트노벨에 중2병에 걸린 남자 주인공마냥 혼자 세상 이치 다 깨달은 듯 염세적이고 까칠한 독백을 쏟아낸다. 점수가 남아서 서울법대에 갈 정도로 머리가 좋긴 하지만 그렇게 좋은 머리로 파악하고 받아들인 세상 속 인간은 모두 이기적이고 탐욕스럽다고 결론을 내린다. 당연히 인류애 따위 있을 리 없다. 그런 인간들에게 굽실거리거나 민폐를 끼치기 싫어서 판사가 되었다. 좋게 말해 개인주의, 원칙주의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싸가지 없다.
고등학교 때부터 여자애들 무시하기 일쑤라 재수없다는 소리까지 듣지만 그런데 이 남자, 의외로 지고지순하게 한 여자만 바라본다. 그것도 고등학교 독서교실에서 아주 잠깐 만났던 박차오름, 우연히 다시 재회한 날 12년 9개월 10일만에 만났다는 것도 정확히 기억하고 있을 정도였다. 세상사 다 싫고 싫어져서 연애도 안하고 공부에만 매진한 남자지만, 첫사랑의 감정을 품었던 순수했던 자신과 그 소녀는 잊지 못한 채 살고 있었나 보다.
그렇게 다시 만난 박차오름을 두고 지켜주겠다고 나서는 기사도를 보였다거나 감정을 앞세우며 열렬히 세상을 바꿔보겠다 노력하는 박차오름을 무조건 지지하고 편들어줬다면 임바른은 별 매력없는 뻔한 남자주인공에 머물렀을 것이다. 임바른을 좋게 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박차오름과 치열하게 싸우기 때문이다. 성격도 다르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도 다른 박차오름과 대등하게 의견을 주고 받으며 논쟁을 한다. 그리고 귀를 기울인다. 세상의 소리를 지우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지우기 위해서 항상 이어폰을 귀에 꽂고 다니던 임바른이 말이다.
그렇게 치열하게 박차오름과 싸울 때에도 자기 생각만 옳다며, 여자이고 어린 네가 대체 뭘 아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서로 대립각을 세워도 그걸 자신에 대한 공격이라고 혹은 남자 자존심이 상하는 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박차오름의 목소리를 통해 자신의 좁은 세상과 판단으로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된다. 그걸 납득한다. 자신이 견고하게 쌓아둔 오해나 편견을 들여다보고 부끄러워할 줄도 안다. 그렇게 성장해 나간다. 그런 태도가 얼마나 흔치 않은지, 남자들과 대화를 해본 적 있는 여자들은 다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자로서 느낄 수밖에 없는 부당함을 단순히 예민함으로 치부하지 않고, 여자가 겪는 불합리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기 주변에는 그렇게 느끼는 여자는 없던데’라며 특수하고 희귀한 경험 취급하지 않고 조용히 잘 들어주는 귀를 가진 남자는 정말 드물다. 피해를 본 여성 앞에서 가해자를 두둔하는 무신경함을 가진 남자가 오히려 흔한 세상이니 말이다.
입 바른 소리 따박따박하고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는 임바른이지만 입을 다물고 귀를 열어야 할 때를 잘 안다. 그런 임바른의 귀는 무척이나 잘 생겼다. 두 개의 귀가 제대로 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얼굴만 반듯하게 잘생긴 줄 알았는데 임바른의 얼굴에서 제일 잘 생긴 건 귀였다.
ㄹㅇ 귀도 잘생겼고ㅋㅋㅋㅋㅋ 바른이 정말 멋지지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