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정상회담 D-3] 판문점, 분단과 냉전의 상징에서 화해의 땅으로
259 0
2018.04.24 13:19
259 0



70년대 체제경쟁 장소…화해시대에도 北,미군 의식해 회담 회피

남북정상회담 정례 개최지된다면 '평화의 장소'로 자리매김할듯

PYH2018041923560001300_P2_201804241005031951년 판문점(서울=연합뉴스) 1951년 가을걷이에 한창인 농부들 너머로 휴전회담을 위해 마련된 막사들이 보인다. 지금의 판문점이 위치한 곳으로 1951년 10월 30일 미군이 촬영한 사진이다. 국사편찬위원회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수집했다 2018.4.19 [국사편찬위원회 제공=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4월의 햇살이 부서지는 판문점의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과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장 사이의 군사분계선 앞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웃는 얼굴로 마주 선다.

그 분계선 위로 남북한 정상은 손을 맞잡고 뜨거운 악수를 한 뒤 인사말을 나누며 판문각을 마주 보며 남쪽에 있는 자유의집을 거쳐 평화의집으로 향한다.

앞으로 사흘 후면 판문점에서 실제 목격할 수 있을 장면이다.

판문점은 1951년부터 1952년까지 지루한 휴전협상을 이어가던 장소다. 전쟁 와중에 천으로 된 허름한 텐트가 세워지고 말싸움을 주고받았고, 판문점(板門店)이란 지명은 '널문(리) 주막마을'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현재 판문점은 남쪽 땅도 아니고 북쪽 땅도 아니며, 공동경비구역(JSA)으로 불린다. 남쪽 지역은 유엔군 사령부가 관할하고 있다.

정전회담이 끝나고 천막이 있던 자리에 목조 건물이 들어섰다. 남한은 1965년에 '자유의 집', 북한은 1968년 '판문각'을 세웠다.

C0A8CA3D0000015C81EECA0400057525_P2_2018


73년 남북적십자회담남북적십자회담 일정을 마치고 판문점으로 출발하는 대표단. 1973.7.10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결과 분단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은 1970년대 초 미중 정상회담과 관계개선으로부터 데탕트가 시작되면서 변화했다. 미국의 대화 요구와 당시 박정희 정권의 국내 정치적 필요가 결합하면서 적십자 회담이 시작되었다. 판문점이 남북한 사이의 관계를 논의하는 장이 된 셈이다.

남과 북이 서로 상대 지역을 오가며 회담을 하면서 치열한 체제경쟁이 시작됐다. 우선 대표단이 오갈 수 있는 도로가 필요했다. 당시 서울에서 판문점까지는 비포장이었고, 비 오는 날에는 회담 대표들이 타고 가는 차가 수렁에 빠진 일도 있었다.

1971년 12월 박정희 대통령 지시로 석 달 만에 여러 건설회사가 구간을 나눠 초고속으로 통일로가 만들어졌다. 급한 나머지 뿌리도 없는 나무를 심기도 했다. 북한도 판문점에서 평양까지 250km의 도로 건설에 100만 명을 동원해 초고속으로 완성했다는 후문이다.

남북한의 대표단이 오가고 회담이 열리면서 판문점은 분단을 대체할 대화와 화해를 만들 것 같았지만, 국제정세의 변화에 떠밀려 시작된 대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대화가 끊기자 대결과 충돌이 판문점에 상존했다. 1976년 8월 18일 '도끼 만행 사건'으로 아찔한 충돌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한반도의 유일한 중립 지역인 판문점에도 현재 있는 군사분계선이 그어졌다.

2050831p3835328_P2_20180424100503737.jpg


도끼만행 순간화단쪽으로 달아나는 유엔군 1명을 북괴군이 도끼를 들고 가까이 접근하고 다른 2명의 북괴군이 몽둥이를 들고 쫓아가고 있다.(본사자료)//1976.8.20(서울=연합뉴스)//

<저작권자 ⓒ 2005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이의 첫 정상회담 이후에도 사실 판문점에는 화해와 평화가 깃들지는 못했다.

북한은 미군이 주축인 유엔사령부가 판문점을 경비하고 있는 데 대한 거부감으로 판문점을 통한 이동과 각종 남북회담을 개최를 꺼려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2000년 정상회담 이후 남북회담은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열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또 북한은 남쪽의 기업인 현대아산이 관광사업을 해온 금강산 지역을 사실상 중립지역으로 보고 이곳에서 회담과 접촉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개성에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가 들어서면서부터는 이 지역이 남북한의 중립지역으로 여겨지면서 많은 회담이 개성에서 열렸다.

PYH2018041904850001300_P2_20180424100503남북정상회담 앞둔 판문점(판문점=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남북정상회담을 1주일여 앞둔 18일 남북 정상이 역사적인 만남을 가질 경기도 파주 판문점 내 공동 경비구역에서 남측과 북측 병사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2018.4.19 hkmpooh@yna.co.kr

이런 면에서 2018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리는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우선 1953년 6·25전쟁의 총성이 멈추고 휴전의 불안정한 평화가 깃든 땅에서 진정한 한반도 평화의 길을 만드는 회담이 열리기 때문이다. 판문점이 대결이 아닌 화해의 장소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또 최근 북한의 태도변화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은 판문점이 유엔군, 더 정확하게는 미군이 관할하는 지역이라는 이유로 회담 개최에 거부감을 보여왔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현재의 한반도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가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입장을 확장하면 일부에서 제기하는 주한미군 철수라는 의제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을 시사한다.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이 열릴 날이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 이번이 세 번째인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한 기념비적인 합의를 해내고, 남북정상회담 정례화를 이뤄낸다면 판문점은 완전히 탈바꿈할 것으로 보인다.

휴전 이후 켜켜이 쌓인 남북한 대결의 묵은 때를 벗어낸다면 회담이 열리는 판문점은 한반도의 공고한 평화를 만든 장소로 기억될 것이다.

jyh@yna.co.kr




목록 스크랩 (0)
댓글 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구달 X 더쿠💛] 순수비타민 함유량 27% 구달 청귤 비타C 27 잡티케어 앰플 체험 이벤트 222 00:06 6,652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586,382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340,612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737,785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856,622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5 21.08.23 3,574,110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8 20.09.29 2,427,565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58 20.05.17 3,140,063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53 20.04.30 3,705,921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089,129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06881 이슈 당장 한국에도 도입해야 할거 같은 대만 학교 문화 1 10:21 323
2406880 정보 오퀴즈 10시 1 10:20 75
2406879 유머 공부를 매일 하면 좋은 이유.jpg 3 10:20 538
2406878 이슈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놀라는 송강 본명 비하인드(?) 5 10:19 412
2406877 이슈 아버지에게 물려받았던 총 직원이 3명뿐인 막걸리 공장... 그리고 그 후 10년 4 10:18 654
2406876 유머 무덤도 없어! 무덤도 없어? 3 10:17 402
2406875 이슈 어제 공개된 여고추리반 개싸움 부분 현실적이다 vs아니다 10 10:15 858
2406874 이슈 변우석 남주혁 장기용 주우재 박형섭 9 10:15 1,045
2406873 기사/뉴스 선재 왔다! '런닝맨' 변우석, 교복입고 등장…"오늘부터 1일" 설렘 폭발 44 10:13 813
2406872 유머 쥐가 사라지는 마술 5 10:12 230
2406871 기사/뉴스 민방위 교육영상에 '독도 일본땅' 지도 물의…행안부 "삭제" 13 10:11 357
2406870 이슈 브라질에는 처음 자른 케잌조각 =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풍습이 있대 6 10:11 911
2406869 기사/뉴스 한국 원정 성매매 일본여성 3명 체포...성매매 1차례에 30만~130만원 8 10:09 766
2406868 유머 ??? : 아니 대학교는 4.5점 만점이야!! 34 10:07 2,893
2406867 기사/뉴스 라인 압박 총무상‥알고보니 이토 히로부미 후손 16 10:07 652
2406866 정보 '성폭행·강제추행' 일본 남성들, 출국 직전 공항서 딱 걸려 6 10:02 1,069
2406865 이슈 한국인들이 환장하는 독일 나물 9 10:02 2,094
2406864 정보 캐시워크 케이뱅크 3 10:01 231
2406863 정보 토스행퀴 12 10:01 946
2406862 정보 Kb pay 퀴즈정답 18 10:00 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