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메달 쾌거, 컬링에 빠진 한국
김은정 안경 인기, 패러디 동영상 …
김영미 “개명 생각했는데 안할 것”
이미 광고·영화 촬영 제의 쏟아져
11일간 대한민국 국민을 울리고 웃겼던 ‘컬링 동화’가 끝났다.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은 25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여자 컬링 결승에서 스웨덴에 3-8로 졌다. 그렇다고 ‘새드엔딩’은 아니다. 여자 컬링대표팀은 지난 15일 세계 1위 캐나다를 시작으로 세계 1~5위를 모두 쓸어버렸고, 23일 4강전에선 연장 끝에 일본을 꺾었다. 아시아 국가가 컬링에서 은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컬링대표팀은 경북 의성여중·고 동문인 김은정(28)·김영미(27)·김선영(25)·김경애(24)와 김초희(22)로 구성됐다. 이들은 평창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기자와 만나 “저희가 평창에서 ‘마늘’보다 유명해질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그때 중앙일보 기사 제목은 “의성 마늘 소녀들 ‘컬링 마술’ 세계 쓸러 나간다”였다. 그런데 이들은 진짜로 마술처럼 세계를 쓸어버렸다. 이젠 의성 마늘보다 훨씬 유명해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영국 가디언 등 전 세계 주요 언론은 여자 컬링대표팀을 ‘갈릭 걸스’라고 소개하며 대서특필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1일 의성여고 체육관을 찾아가 의성군민들을 취재하며 “갈릭 걸스가 올림픽을 사로잡았다”고 보도했다. 영국 로이터는 24일 마늘공장과 김은정 아버지가 농사를 짓는 마늘밭까지 찾아갔다.
평창올림픽에서 ‘컬링 퀸’으로 떠오른 김은정은 ‘피겨 퀸’ 김연아(28)에 버금가는 인기를 얻었다. 동그란 뿔테 안경을 쓴 김은정의 별명은 ‘안경선배’다. 미국 USA투데이는 “수퍼맨은 정체를 숨기기 위해 안경을 쓰지만 김은정은 안경을 쓰고 빙판을 지배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대구 동성로에서 맞춘 김은정의 안경은 대구 지역 업체가 제작한 ‘플럼’ 모델이다. 가격은 약 10만원. 평창올림픽 기간 ‘김은정 안경’은 주문량이 5배 이상 늘면서 재고가 동났다.
패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이연화씨는 “김은정 선수는 호피 무늬가 들어간 오버사이즈 안경테를 썼다. 지적인 이미지와 함께 카리스마를 배가시킨다”고 말했다. 가수 에이핑크 정은지와 개그우먼 송은이는 24일 소셜미디어에 김은정 안경을 연상시키는 사진을 올렸다.
김은정의 화끈한 경상도 사투리도 평창올림픽 기간 화제를 모았다. 경기 도중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쨀까?” “기달려” “야를 막고, 쟈를 치우자”고 말하는 장면이 그대로 국민에게 전달됐다. 이슬비 SBS 해설위원은 “‘쨀까’는 ‘찢을까’의 경상도 사투리로 스톤을 쳐서 밖으로 내보내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컬링 팬들은 또 그의 ‘걸크러시’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는 경기를 마친 뒤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거수경례를 미리 준비했느냐”고 묻자 김은정은 “그냥 나도 모르게 거수경례를 했다. TV를 보면서 아빠와 연습한 적은 있다”고 했다.
김은정의 취미는 ‘건담 프라모델 제작’이다. 고등학교 때까지 꿈은 요리사였다. 장반석 MBC 해설위원은 “해외 원정경기를 가면 김은정은 동생들을 위해 월계수 잎을 넣고 수육을 삶아 준다”고 전했다. 훈련이 끝나면 의성에서 마늘농사를 짓는 아버지를 돕는 소문난 효녀다.
김은정이 리드 김영미를 향해 목이 터져라 외치는 “영미~”는 평창올림픽 최고 유행어가 됐다. 또 ‘영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이름이 됐다.
유튜브에는 4세 여자아이가 안경을 쓰고 "영미~~"라고 외치며 장난감 스톤을 던지는 등 컬링대표팀 패러디 영상이 봇물을 이뤘다. 한 주점에선 ‘성함이 영미이신 분. 소주 1명 무료 증정. 3월 15일까지’란 문구를 내걸고 이벤트까지 벌였다.
김영미는 “제 이름은 할아버지가 지어 주셨다. 예전엔 개명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관중이 제 이름을 불러 주시더라. 개명하지 않고 자랑스럽게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미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우리가 만약 메달을 딴다면 청소기 광고를 찍을 수 있을까요?”라고 말했다. 짜장라면을 좋아한다는 김선영은 “라면 광고에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이들을 향해 벌써 광고 제의가 쏟아지고 있다. 영화를 만들자는 곳도 나왔다. 전 국민을 감동시켰던 ‘컬링 동화’는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강릉=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김은정 안경 인기, 패러디 동영상 …
김영미 “개명 생각했는데 안할 것”
이미 광고·영화 촬영 제의 쏟아져
여자컬링대표팀 선수들이 평창올림픽 기간 스피드스케이팅을 보러 가서 찍은 셀카. 왼쪽부터 김경애 김은정 김초희 김선영 김영미 김민정 감독. [사진 컬링대표팀 제공]
11일간 대한민국 국민을 울리고 웃겼던 ‘컬링 동화’가 끝났다.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은 25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여자 컬링 결승에서 스웨덴에 3-8로 졌다. 그렇다고 ‘새드엔딩’은 아니다. 여자 컬링대표팀은 지난 15일 세계 1위 캐나다를 시작으로 세계 1~5위를 모두 쓸어버렸고, 23일 4강전에선 연장 끝에 일본을 꺾었다. 아시아 국가가 컬링에서 은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5일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올림픽 여자 컬링 결승전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의 김은정(오른쪽부터),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김초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그때 중앙일보 기사 제목은 “의성 마늘 소녀들 ‘컬링 마술’ 세계 쓸러 나간다”였다. 그런데 이들은 진짜로 마술처럼 세계를 쓸어버렸다. 이젠 의성 마늘보다 훨씬 유명해졌다.
뉴욕타임스가 한국여자컬링대표팀을 집중조명했다. [뉴욕타임스 캡처]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영국 가디언 등 전 세계 주요 언론은 여자 컬링대표팀을 ‘갈릭 걸스’라고 소개하며 대서특필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1일 의성여고 체육관을 찾아가 의성군민들을 취재하며 “갈릭 걸스가 올림픽을 사로잡았다”고 보도했다. 영국 로이터는 24일 마늘공장과 김은정 아버지가 농사를 짓는 마늘밭까지 찾아갔다.
25일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올림픽 여자 컬링 결승전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에서 한국 김은정이 스톤을 투구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평창올림픽에서 ‘컬링 퀸’으로 떠오른 김은정은 ‘피겨 퀸’ 김연아(28)에 버금가는 인기를 얻었다. 동그란 뿔테 안경을 쓴 김은정의 별명은 ‘안경선배’다. 미국 USA투데이는 “수퍼맨은 정체를 숨기기 위해 안경을 쓰지만 김은정은 안경을 쓰고 빙판을 지배한다”고 보도했다.
김은정 안경은 대구 지역업체가 제작한 플럼 모델이다.
지난해 대구 동성로에서 맞춘 김은정의 안경은 대구 지역 업체가 제작한 ‘플럼’ 모델이다. 가격은 약 10만원. 평창올림픽 기간 ‘김은정 안경’은 주문량이 5배 이상 늘면서 재고가 동났다.
패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이연화씨는 “김은정 선수는 호피 무늬가 들어간 오버사이즈 안경테를 썼다. 지적인 이미지와 함께 카리스마를 배가시킨다”고 말했다. 가수 에이핑크 정은지와 개그우먼 송은이는 24일 소셜미디어에 김은정 안경을 연상시키는 사진을 올렸다.
가수 정은지가 SNS에 컬링대표팀을 패러디한 영상을 올렸다. [정은지 SNS]
김은정의 화끈한 경상도 사투리도 평창올림픽 기간 화제를 모았다. 경기 도중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쨀까?” “기달려” “야를 막고, 쟈를 치우자”고 말하는 장면이 그대로 국민에게 전달됐다. 이슬비 SBS 해설위원은 “‘쨀까’는 ‘찢을까’의 경상도 사투리로 스톤을 쳐서 밖으로 내보내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컬링 국가대표팀 김은정이 19일 오전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예선 6차전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7대6으로 승리를 거둔 후 거수경례로 관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강릉=뉴스1]
컬링 팬들은 또 그의 ‘걸크러시’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는 경기를 마친 뒤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거수경례를 미리 준비했느냐”고 묻자 김은정은 “그냥 나도 모르게 거수경례를 했다. TV를 보면서 아빠와 연습한 적은 있다”고 했다.
김은정이 SNS에 건담 프라모델을 제작해 올린 사진.
김은정의 취미는 ‘건담 프라모델 제작’이다. 고등학교 때까지 꿈은 요리사였다. 장반석 MBC 해설위원은 “해외 원정경기를 가면 김은정은 동생들을 위해 월계수 잎을 넣고 수육을 삶아 준다”고 전했다. 훈련이 끝나면 의성에서 마늘농사를 짓는 아버지를 돕는 소문난 효녀다.
대한민국 여자 컬링 대표팀 김은정과 김영미가 23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준결승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상대 스톤을 밀어낸 후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강릉=뉴스1]
김은정이 리드 김영미를 향해 목이 터져라 외치는 “영미~”는 평창올림픽 최고 유행어가 됐다. 또 ‘영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이름이 됐다.
유튜브에는 4세 여자아이가 안경을 쓰고 "영미~~"라고 외치며 장난감 스톤을 던지는 등 컬링대표팀 패러디 영상이 봇물을 이뤘다. 한 주점에선 ‘성함이 영미이신 분. 소주 1명 무료 증정. 3월 15일까지’란 문구를 내걸고 이벤트까지 벌였다.
김영미는 “제 이름은 할아버지가 지어 주셨다. 예전엔 개명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관중이 제 이름을 불러 주시더라. 개명하지 않고 자랑스럽게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미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우리가 만약 메달을 딴다면 청소기 광고를 찍을 수 있을까요?”라고 말했다. 짜장라면을 좋아한다는 김선영은 “라면 광고에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25일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올림픽 여자 컬링 결승전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에서 한국 김선영이 스톤을 투구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이들을 향해 벌써 광고 제의가 쏟아지고 있다. 영화를 만들자는 곳도 나왔다. 전 국민을 감동시켰던 ‘컬링 동화’는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강릉=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