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 조근현 감독이 미투 운동 고발 대상자가 됐다. 흥행을 떠나 영화가 아직 스크린에 걸려있는 만큼 그는 감독으로서, 영화인으로서, 성희롱 가해자로서 책임론을 피할 수 없다.
조근현 감독이 연출을 맡았던 가수 뮤직비디오 미팅에 참여한 A씨는 지난 6일 자신의 SNS에 '2017년 12월 18일 월요일 오후 3시 감독의 작업실에서 뮤직비디오 미팅 중 직접 들은 워딩이다'며 조근현 감독의 성희롱을 폭로했다.
A씨에 따르면 약 1시간 20분가량 진행된 미팅에서 조근현 감독과 뮤직비디오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 것은 고작 20분. 나머지 한 시간은 조근현 감독의 조언을 가장한 음담패설과 뒷담화를 들어야 했다. 한 여배우는 모 감독을 자빠뜨렸고, 또 다른 여배우는 오디션을 보던 중 감독에게 하룻밤을 이야기 했다는 것.
A씨는 '당시 조근현 감독이 '여배우는 연기력이 중요한 게 아니다. 여자 대 남자로서 자빠뜨리는 법을 알면 된다'고 했다. 깨끗한 척 조연으로 남느냐, 자빠뜨리고 주연하느냐 어떤 게 더 나을 것 같아'라고도 했다. 배우는 동물적 감각을 갖고 과감한 선택을 할 줄 알아야 한다면서 '오늘 말고 다음 번에 또 만나자'고 했다. 술이 들어가야 사람이 좀 더 솔직해진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또 '발끈하고 싶었지만 낯선 공간이고, 상대가 자신보다 힘이 센 남성인 탓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무서워서 그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여배우가 감독과 당연히 자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가 과연 옳은 걸까. 면접 전날 열심히 면접을 준비한 나 자신이 정말 초라하게 느껴졌다. 이런 얘기를 듣기 위해 여기까지 왔나 싶었다'고 한탄했다.
이 같은 글이 올라온 것을 파악한 조근현 감독은 A씨를 비롯해 오디션을 봤던 모든 이들에게 사과 문자를 보냈다. 조근현 감독이 A씨에게 보낸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상황이 어찌됐든 그 미팅을 통해 상처를 받았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 내 영화를 봤는지 모르겠지만 살아오면서 나름 좋은 가치를 추구했고, 누구에게 폐 끼치는 걸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성격인데 누군가에게 이렇게 상처를 준 셈이 되었으니 무척 괴롭다. 영화라는 생태계 밖에서 영화계를 너무 낭만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 현실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도 모르게 길게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한쪽으로 치우친 얘기로 들렸을 수도 있겠다 싶다. 예의를 갖춰 열심히 얘기를 했고, 당신의 얘기를 듣지 못한 게 아쉬워 한번 더 만나길 바랐고, 그조차도 부담을 느낄 수 있겠다고 여겨 어떤 강요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마음이 상해 글까지 올린 걸 보면 그 자체로 괴롭고 내 잘못이 크다. 다시 한번 사과한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그 글을 지워줬으면 한다. 영화가 개인 작업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포함된 까닭에 내 작은 실수가 영화를 깎아내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결국 '흥부' 개봉을 코 앞에 둔 8일 제작사는 사태를 파악했고 즉시 감독을 모든 홍보 일정에서 제외시켰다. 9일 진행 예정이었던 인터뷰는 '건강상 문제'라는 핑계로 취소했고, 조근현 감독은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VIP시사회와 무대인사 등에 나서지 못했다.
조근현 감독은 현재 미투 고발 대상자가 된 조민기처럼 잘못을 회피하거나 오모씨처럼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지는 않았다. 스스로 잘못을 인지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내뱉었던 말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반성의 시간은 분명히 필요하다. 조근현 감독은 현재 미국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ins.com
http://entertain.naver.com/ranking/read?oid=241&aid=0002758419
'상황이 어찌됐든 그 미팅을 통해 상처를 받았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
내 영화를 봤는지 모르겠지만 살아오면서 나름 좋은 가치를 추구했고,
누구에게 폐 끼치는 걸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성격인데 누군가에게 이렇게 상처를 준 셈이 되었으니 무척 괴롭다.
영화라는 생태계 밖에서 영화계를 너무 낭만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 현실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도 모르게 길게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한쪽으로 치우친 얘기로 들렸을 수도 있겠다 싶다.
예의를 갖춰 열심히 얘기를 했고, 당신의 얘기를 듣지 못한 게 아쉬워 한번 더 만나길 바랐고,
그조차도 부담을 느낄 수 있겠다고 여겨 어떤 강요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마음이 상해 글까지 올린 걸 보면 그 자체로 괴롭고 내 잘못이 크다. 다시 한번 사과한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그 글을 지워줬으면 한다.
영화가 개인 작업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포함된 까닭에
내 작은 실수가 영화를 깎아내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자 대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