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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요시다 타쿠로가 말하는, '타인을 상처입히기 전에 사라져버리는 녀석' (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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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6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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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타쿠로를 굳이 한국으로 빗대어 말하자면 누구라고 해야 좋을까. 김창완? 조용필? 신중현? 일본 음악계에 포크와 록을 단숨에 주류로 끌어올린 최고의 싱어송라이터. 음악계 자체에 있어서는 오다 카즈마사, 야마시타 타츠로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요시다 타쿠로가 일본 음악계 비즈니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 중 하나를 꼽자면 단연 'TV 출연 거부'일 것이다. 요시다 타쿠로는 1972년 '나그네의 여관(旅の宿)'이 엄청나게 히트하던 가운데 전격 TV 출연 거부를 선언한다. 'TV 출연 거부'라는 표현 자체가 요시다 타쿠로 때문에 생겼을 정도. 나중에 그는 자기 저서에서 TV 출연 거부 이유에 대해 "후지 케이코와 같은 기성 가수와 정반대를 추구하고 싶었기 때문이라 밝힌 바 있지만, 당시 일본 음악방송계에 만연해있던 방송과 출연자간의 수직적인 관계(야쿠자와 연관되어있다는 설도 있었고, 음악도 멋대로 편집해서 내보내는 등 아티스트를 추구하는 음악인들에게는 괴로운 환경이었다)에 대한 반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방송 출연을 거부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결혼합시다(結婚しようよ)'를 두고 방송국 측과 요시다 타쿠로 사이에서 벌어진 설전이다. 당시 방송국은 관례대로 '결혼합시다' 1곡만으로 무대를 꾸미기를 원했으나 요시다 타쿠로는 최소 3곡, 20분 이상의 무대를 요구했다.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모든 교섭은 당연히 결렬됐다. 이후 요시다 타쿠로는 홍백가합전 출연도 거부하는 등 강건한 태도를 고수했다. 일본 음악계에서는 종종 요시다 타쿠로의 홍백가합전 출연 거부를 두고 포크락을 중심으로 한 일본의 뉴 뮤직이 방송에 나서지 못하게 된 이유라고 자평하기도 한다.


어쨌든, 모든 음악 비즈니스가 TV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점점 TV 버라이어티, 음악쇼의 영향력이 커지던 시기에 TV 출연을 거부한 요시다 타쿠로의 모습에는 당대의 유명인사들도 "우리에게 있어서는 그런 점이 멋있게 보였다(사카자키 코노스케, THE ALFEE)" "그 반골 기질에 매료됐다(모리 타츠야, 영화감독)"라며 감탄했을 정도. 음악, 버라이어티 방송을 거부한 요시다 타쿠로 때문에 TV업계에서는 요시다 타쿠로의 콘서트 생중계를 차선책으로 삼을 수 밖에 없었다.


TV 출연 거부뿐만 아니라 요시다 타쿠로는 '언론 취재 거부' '인기 절정일 때 결혼' 등 당시 일본 음악계에서 금기시되어왔던 암묵적인 룰들을 모두 깨버렸다. 때문에 이런 요시다 타쿠로가, 1996년 시작된 어느 방송의 공동 MC로서 출연을 확정지었을 때 엄청난 화제가 됐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심지어 그 방송에서 요시다 타쿠로는 그가 추구하는 '진짜 음악'과는 크게 다른 노선을 걷고 있는 쟈니스 사무소 소속으로 데뷔를 앞두고 있는, 칸사이 출신 두 소년과 함께 한다는 사실이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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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이들이 바로 KinKi Kids였다. 칸사이 보야라는 엄한 이름으로(물론 킨키키즈 역시 코웃음이 나오는 네이밍 센스지만, 적어도 칸사이 보야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있..) 데뷔할 뻔한 두 명의 가라스노 쇼넨들. 방송 출연을 거부한 신중현이 20년도 훌쩍 넘어 갑자기 동방신기나 빅뱅이 진행하는 TV 프로그램에 MC로 나온다 정도로 비유해도 그 충격이 쉽게 와닿지는 않을 것 같다. 어쨌든, 모두가 경악하고 한편으로는 반기는 가운데 요시다 타쿠로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두 명의-말 그대로 촌티가 덕지덕지 묻어있는-소년들과 1996년부터 2001년까지 러브러브 아이시떼루를 진행한다. 


요시다 타쿠로 개인에게 있어 킨키키즈와의 만남이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요시다 타쿠로의 자서전은 지나치게 방대해서 일일이 적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건들과 일화들로 넘쳐나니까. 17세의 소년들과 처음 만날 당시 51세였던 요시다 타쿠로가 쇼비즈니스 세계에 처음 발을 들인 소년들에게 무엇을 느꼈는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킨키키즈에게 있어서는 이 당대의 거장과 함께 할 수 있었던 러브러브 아이시떼루의 시간이 그들의 음악 인생에 커다란 획을 그었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두 도모토는 이 방송을 통해 요시다 타쿠로와 THE ALFEE의 사카자키 코노스케에게 기타를 배우는 등 엄청난 기회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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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요시다 타쿠로 본인은 '킨키키즈에게 기타를 가르친다'는 기획을 썩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아이돌이 겉멋처럼 악기를 다루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소년들은 쉬는 시간 내내 기타를 손에서 놓지 않고 연습에 매진하면서 점점 더 열심히 가르치게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킨키키즈 두 사람의 기타, 작사 작곡 실력은 이 방송을 통해 점점 더 좋아졌으며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기타를 치고, 자작곡을 선보이고, 합동곡을 만들어 합주하는 등 이제까지의 '아이돌'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2000년 발표된 '좋아하게 돼, 사랑하게 돼(好きになってく 愛してく)'는 쯔요시가 가사를 쓰고 코이치가 곡을 붙인, 요시다 타쿠로 프로듀스곡으로 러브러브 아이시떼루의 오프닝곡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


"솔직히 말해서 내가 아는 쟈니스는 SMAP뿐이었어. KinKi Kids는 몰랐어. 이름도 이상하고, 뭐? 하고 되묻게 되는 이름이잖아. 

그런데 처음 만났을 때 둘 다 부끄럼쟁이고, 내 어린 시절과 닮은 부분이 조금씩 있었달까. 쯔요시가 가끔 혼자가 되어버리는 그런 느낌, 아픈 느낌이 내게도 있었고. '나도 혼자가 되고 싶어'라는 때가 말이지, 순간적으로 있으니까. 코이치도 말야, 전원이 나가버릴 때가 있잖아. 이녀석 분명히 기분이 안좋은거구나 오늘, 아니면 이 게스트 좋아하지 않는군 싶을 때. 그게 역으로 내게는 '알겠다'싶은 게 있는 거야."(2007, 보쿠라노 온가쿠)


*


사실, 러브러브 아이시떼루는 요시다 타쿠로는 물론 사카자키 코노스케를 비롯, 세션에 참가한 뮤지션들의 면면도 대단했다. 요시다 타쿠로는 이 방송 출연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는 예전의 무례한 프로듀서들과 달리 음악을 이해하고 더 나은 음악방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프로듀서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러브러브 아이시떼루에서 도모토쿄다이로 이어지는, 화려한 세션 멤버를 갖춘 음악+토크방송이 등장한 것이다. 


요시다 타쿠로는 지난 2007년, 이제는 폐지된 후지TV의 음악방송 '보쿠라노 온가쿠'에서 데뷔 10주년을 맞은 킨키키즈의 둘과 대담을 가졌다. 이 방송에서 쯔요시가 "어린 우리들을 위해서 훌륭하고 경험 많은, 대단한 분들이 (러브러브 아이시떼루에)와주셨다는 느낌"이라며 당시를 반추하고 황송해했다. 이에 대해 타쿠로는 "그건 너희 둘의 힘이다"라고 잘라말하며 "다 뮤지션이기 때문에 내 말이라고 듣는 것이 아니다. 모두 킨키를 위해서 하자,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 모두 너희를 귀여워했다. 그리고 그 기반에는 아티스트로서의 평가도 충분히 어느 정도 들어있었던 것이 아닐까"라고 격려했다.


코이치가 이야기하듯, 킨키키즈는 쟈니스 사무소 내에서도 '음악 냄새가 나는 그룹'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건 절대적으로 요시다 타쿠로의 영향이 크다고 잘라 말할 수 있다. '내가 만든 곡이라는게 먼저 알려지면 편견이 생길테니까'라며 상을 받은 후에야 자신이 Solitude라는 곡의 작곡 작사를 맡은 K.Dino임을 밝힌 코이치나, 사실은 사람 앞에 나서는게 힘들다는 쯔요시가 뮤지컬 무대를 거절하고 사무소 최초의 솔로 데뷔를 강행할 수 있었던 것도, 요시다 타쿠로가 그만큼 그들에게 음악적인 부분을 충분히 심어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인 셈이다.


요시다 타쿠로는 보쿠라노 온가쿠에서 "나는 목격자로서, 아, 그곳(러브러브 아이시떼루)에 있어서 좋았어, 정말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음악적인 지주이자 대부(代父)나 마찬가지인 요시다 타쿠로의 격려와 지지, 응원. 시대의 과도기, 90년대와 2000년대의 사이에서 날아오른 킨키키즈의 확고하면서도 모호한 정체성을 꿰뚫어보고 지켜봐온 요시다 타쿠로의 눈은 애정만큼이나 정확하고 냉정하다. 사무소 최초의 듀오로서 데뷔 전부터 엄청난 열풍을 일으키며 열도를 휩쓴 두 소년들이 사실은 섬약한 유리의 소년(ガラスの少年)이라는 사실을, 그들의 사춘기를 함께 보낸 요시다 타쿠로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영업이라고 말머리는 썼지만 영업도 뭐도 아닌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사실 킨테에서 가져온 아래의 짤 하나 때문이었다. 요시다 타쿠로는 이후에도 킨키 두 사람을 묘사한 '위험한 관계(危険な関係)'라는 곡을 주기도 하고, 라디오에 게스트로 부르기도 하는 등 두 사람과 꾸준히 인연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 요시다 타쿠로가 2001년 어느 초겨울, Person과 인터뷰에서 도모토 쯔요시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이 어쩐지 새벽에 너무나 사무쳐서 이런 글을 써버리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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