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회사에 들어가기 전까진 가족회사가 어떤지 몰랐던 거 같아.
여기에 들어가고 나서 있었던 일들이야.
입사한지 한 일주일쯤 지났을까. 동료 직원이 슬쩍 와서 아주 중요한 사항이라며 알려주더라.
어느 부서의 누구가 가족인지 말이지
사장
부사장 (사장 부인)
총괄이사 (사장 아들1)
경영전문이사 (사장 아들2)
차장1 (사장 아들1 부인)
차장2 (사장네 집안 일을 오래 해준 사람)
?????
아니 꼴랑 20명 넘을까 말까 하는 회사에서 말이지?
처음에 이사가 하도 많아서 이사 숫자를 세봤어
(가족말고도 또 있어)
내 생각인데 이 회사는 원래 유닛활동 하려고 했나봐
이사1에 사원2씩 하면 유닛이 딱딱 짜져 이사님 센터에 나는 레프트 윙으로 들어가면 딱 좋을 거 같아
이 가족들은 부서를 무시하고 참견하고 싶은 건 다 참견해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자기 일은 다 넘겨
그리고 아마 출퇴근 시간도 다를 거 같아.
주로 내킬 때 오는데 가족들은 한 11-2 출퇴근할때도 있고
좀 성실하다 싶으면 11-4 출퇴근할 때도 있어. 이럴땐 왜 저렇게 오래있나 놀라워
뭐 애기 봐줄 사람 없다고 일주일씩 어디 다녀오기도 하고...
보통 금요일에는 잘 안와. 월요일도.
아침에 하는 회의는 안 들어와. 저 가족은 아침형 인간이 아닌가 봐
명절 때는 대체휴일 대체 왜 있는 거냐고 한참 투덜거린뒤 가족끼리만 조기 퇴근했어
나는 가만히 배웅해드렸지 잘 가요 빨리 사라져요 안 보이는게 차라리 낫다
우린 팩스가 고장이 나도 안 사주지만 가족들은 모두 외제차를 끌어
오늘도 거래처에서 안 주는 돈 달라고 독촉 전화가 오지만 가족들에겐 돈이 없지
가족들은 회사 돈으로 그런거 해 왜 있잖아
카페가 만들고 싶다! 미술 전시회를 열고 싶어! 연주회를 열자! 같은거
그런 고상한 문화산업에 헌신하셔야 하는 분이기 때문에 거래처에 줄 돈은 없지만
그 가족들은 빚독촉 전화를 못 받는 괴이한 병에 걸려서 내가 받지.
힘든 일이 있으면 가족들은 모두 나서서 열심히 코치를 해
왼쪽 오른쪽 그래 뒤로 아냐 그 책장 좀 옆으로 그래 그거야
난 무슨 국대 감독인줄 알았어
하긴 뭐 그 집 아들은 토템같아서 멀리서 우리에게 기운을 불어넣어주고 있거든
절대로 손은 안 대지. 우주의 기운을 받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퇴직금 받으려고 참고 있긴 한데
가족회사 참~~~~~~~~~~~~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