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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단독]법원 "대형마트 계산원 불법파견" 첫 인정…유통업체 매장 내 '간접고용' 제동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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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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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세이브존 캐셔 노동자들 지위 확인청구소송 승소…업체 비상
ㆍ“표준 업무규칙 따라 직접 지휘·명령 받아…파견법 위반 해당”

대형마트에서 근무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07년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사측의  부당해고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실화를 토대로 그린 영화 ‘카트’


유통업체가 정한 표준화된 영업규칙에 따라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캐셔(계산원)를 직접고용하지 않고 용역업체에서 공급받아 사용했다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백화점·대형마트 매장인력 중 간접고용의 ‘최후의 보루’로 일컬어져온 캐셔 직종에서도 불법파견 판정이 나온 것이다.

이번 판결로 영화 <카트>(2014년)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2007년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정규직 전환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직접고용 비정규직 캐셔들을 대거 간접고용으로 전환한 대형 유통업체들은 비상이 걸리게 됐다.

26일 경향신문 확인결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민사1부(재판장 박양준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아웃렛 매장 세이브존(옛 한신코아)에서 캐셔로 일한 용역노동자 6명이 원청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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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원고들이 직접고용됐다면 지급받았을 임금을 기준으로 1인당 2500만~39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액도 전액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용역계약에 따라 수행한 업무의 내용은 피고의 표준화된 매장 영업규칙 등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용역업체가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불법파견으로 판정한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계산원 업무는 전문적이고 숙련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단순 반복적인 것으로 원고들은 매장에서 상시적으로 근로를 제공했다”면서 “피고는 영업 3일 전 용역업체에 사전근무표를 제출하게 한 후 수시로 수정을 요구했으며 매장의 필요에 따라 연장근로 여부, 출퇴근 시간도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할인점 세이브존에 근무하는 한 직원이 계산대에 앉아 손님에게 영수증을 건네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용역업체는 원청이 요구하는 계획에 따라 필요 인원을 공급하고 도급금액을 수령했을 뿐이고 세이브존이 정식 파견계약 없이 원고들을 직접 지휘·명령해 노무를 제공받은 만큼 파견법을 위반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근로자 본인이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한 사용사업주는 파견법 위반에 따른 직접고용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며 “원고들이 용역업체를 자진 퇴사했다는 사정만으로 직접고용에 반대의사를 밝혔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했다.

이번 판결로 연간 6000억원대 매출에 4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면서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적정 도급비를 지급하지 않아 논란(경향신문 2014년 10월27일자 12면 보도)을 빚은 세이브존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세이브존은 파산한 용역업체에 소속됐던 전국 9개 매장 노동자 400여명이 동일한 소송에 나설 경우 불법파견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고용과 함께 퇴직금 등 밀린 임금도 대신해서 지급할 의무가 발생했다. 세이브존 측은 “아직 판결문을 받지 못해 항소 여부를 포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고 했다.

세이브존은 서울남부지검이 근로자파견법 위반혐의를 수사 중이어서 불법파견으로 형사처벌받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용역업체 전 관리자 ㄱ씨는 “세이브존의 경우 2007년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전후해 매장인력들을 대거 간접고용으로 전환하면서 전체 인력 900여명 중 정규직은 27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이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의무를 규정한 2007년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후 유통업체에 만연한 간접고용의 ‘대리전’으로 불린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영화 <카트>의 소재가 된 이랜드그룹은 2007년 홈에버의 계약직 계산원을 비롯해 계열사 노동자 700여명을 해고하고 상당수 매장인력을 외주로 전환했고 세이브존도 비슷한 시기 간접고용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대형 유통점 인사팀장 ㄴ씨(노무사)는 “정육, 청과 등 정규직과 혼재작업이 불가피한 후방매장이 아니라 용역업체 노동자들끼리만 근무하는 캐셔 직종까지 불법파견 판정이 나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 불법파견을 막기 위해 주문하는 것이 정규직과 혼재작업 금지, 공간 분리, 현장대리인을 통한 업무지시인데 이 3개 지침에 가장 충실한 캐셔 직종이 불법파견으로 나온 것은 의외”라고 덧붙였다.

원고 측 강호민 변호사는 “재판부가 표준 업무규칙 적용을 들어 불법파견을 인정한 것은 제조업 컨베이어벨트 직종과 마찬가지로 매장 내 인력은 업무특성상 간접고용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미화, 경비, 시설관리 등 독립적인 업무수행이 가능한 전통적인 용역직종을 제외하고 유통업체의 직간접 업무통제와 지시가 불가피한 매장 내 인력은 직접고용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2015년 국가인권위에 제출된 용역보고서(2014년 실태조사 기준)에 따르면 국내 300인 이상 유통업체에 소속된 노동자 15만명 중 정규직은 9만8000여명에 불과하며 비정규직 중 간접고용 노동자는 3만5630명(29.9%)으로 조사됐다. 백화점 중에서는 현대백화점(68.4%), 신세계(36.6%), 한화갤러리아(30.8%) 순으로 간접고용 비중이 높았다. 대형할인점 중에서는 대전 홈플러스 테스코(90.4%), 농협 부산·경남유통(52.6%), 이랜드월드(48.7%), 이랜드리테일(36.6%), 롯데쇼핑(25.9%), 이마트(23.6%) 순이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은 “대형 유통매장의 불법파견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현대백화점을 제외하고 빅3 백화점과 할인점의 경우 상당수 직접고용 전환 추세에 있다”며 “하지만 <카트>의 소재가 된 이랜드 계열사를 비롯해 메이저 아래급 유통업체는 아직 간접고용에 대한 의존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탐사보도팀 강진구 기자(공인노무사) kangj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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