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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비인두암’ 이겨낸 전상욱이 김우빈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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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4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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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빈 씨. 안녕하세요. 저는 성남FC U-12 감독인 전상욱이라고 합니다. 오늘 우리 선수들 연습경기를 하러 가는 길에 휴대폰으로 포털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검색 순위 1위에 ‘비인두암’이 떠있더라고요. 제가 지난해 걸려 고생했던 바로 그 병명이 떠있어서 클릭해 봤더니 우빈 씨가 이 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평소에 팬으로서 우빈 씨 연기를 잘 보고 있었는데 남일 같지 않고 조금이라도 힘을 드리고 싶어 이렇게 편지를 보냅니다.


저는 K리그 성남과 부산 등에서 133경기에 나선 골키퍼였습니다. 지난해 3월 선수 생활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 위해 열심히 새 시즌을 준비 중이었어요. 그런데 목젖 옆 임파선 쪽에 눈에 보일 만큼 커다란 알맹이 두 개가 튀어 나와 있는 거예요. 통증도 없어서 참고 있다가 하루는 그냥 감기에 걸려 동네 이비인후과에 갔죠. 일단은 이 알맹이를 가라 앉혀 보자고 약을 먹어봤는데 듣질 않았고 며칠 뒤에 정밀검사를 받았어요. 그 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가 이름도 생소한 비인두암 4기라는 거예요.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하고 싶었는데 졸지에 암 환자가 돼 병원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지난해 4월에 검진을 받고 암 통보를 받고 5월부터 본격적인 치료에 들어갔어요. 항암 치료를 세 번 했고 방사선 치료는 34번 했습니다. 우빈 씨도 겪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니 걱정이 앞서네요. 정신적으로도 힘들었고 육체적으로도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방사선 치료를 34번 하는데 이 기간이 두 달이 채 안 돼요. 그런데 첫 방사선 치료가 끝나고 2주 후부터 마지막 방사선 치료를 마치고 2주 뒤까지가 정말 힘들었어요. 피곤하면 입 안에 뭐가 나잖아요. 그런데 그게 입 안쪽부터 목구멍에까지 생겨 화상을 입은 것처럼 아팠고 침 삼키는 것도 힘들더라고요. 그때는 아파서 울고 싶어도 목에 통증이 너무 심해 울지도 못했습니다.잠을 자다가 무의식적으로 침을 삼키면 너무 고통스러워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어요. 깊게 잠들어 봤자 한 시간 정도였던 것 같아요. 못 먹으니 기력은 점점 없고 근육도 다 빠지고 그저 누워 있는데 멍하니 꿈을 꾸는 것만 같았어요. 


방사선 치료를 하면서 목에 화상을 입어 음식을 삼키기도 힘들었는데 침이 나오질 않아 뭘 먹어도 이게 플라스틱을 씹는 건지 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또 웃긴 건 냄새는 기가 막히게 잘 맡아진다는 거예요. 20m밖 식당에서 나는 음식 냄새도 기가 막히게 맡을 수 있고 누가 옆에 오면 사람 냄새도 나요. 에어컨 냄새도 맡아집니다. 몸은 고통스러운데 냄새는 잘 맡아지니 더 고통스러웠어요. 목은 아픈데 코는 더 예민해지더라고요.힘든 시기였는데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고통이 아주 조금씩 조금씩, 몸이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아주 조금씩 나아지더라고요. 저는 그렇게 두 달이 좀 안 되는 시간 동안 방사선 치료를 받고 퇴원했습니다. 

오늘 아이들 연습 경기장에 가면서 우빈 씨 기사를 보고 눈물이 나더라고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인데 그 치료 과정을 아니 걱정도 큽니다. 지인이었으면 옆에서 좋은 말도 많이 해줄 수 있었을 텐데 이렇게 볼지 안 볼지 모를 편지로나마 이야기를 하네요. 저는 처음에 병에 걸리고 정보가 별로 없어 병원에서 환우 분들 카페 모임에만 계속 들어가서 글을 읽었어요. 제가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비인두암에 걸리면 제가 겪었던 일이 생각나 도와주고 싶은데 우빈 씨 주변에는 좋은 사람, 좋은 이야기를 전해줄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힘들었던 치료 기간 동안 다시 돌아갈 그라운드를 생각하면서 버텼습니다. 다시 운동장에 서야겠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음식도 먹으려고 하고 최대한 체력도 유지하려고 했어요. 방사선 치료를 계속 받으면 기력이 없어서 잘 움직이지도 못하지만 처음에는 병원에서 팔굽혀펴기도 했죠. 환자가 뭐하는 거냐고 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최대한 건강한 몸을 유지해서 운동장으로 돌아가고 싶었거든요. 나중에는 잘 넘어가지 않더라도 미음이라도 한 숟갈 더 먹으려고 노력했고 링거도 무조건 맞았어요.


처음에는 “음식과의 싸움이 힘들 것”이라는 의사 선생님이 말씀을 듣고 ‘뭐 얼마나 힘들겠어’라고 했는데 먹는 게 정말 쉽게 안 되더라고요. 치료를 받는 동안 18kg이나 빠졌습니다.실질적인 조언을 드리자면 지금 많이 먹어서 체중을 많이 찌워 놓으셨으면 해요. 치료를 받는 동안 체중이 정말 많이 빠지거든요. 나이 드신 분들은 기력이 없어서 방사선 치료를 34번에 딱 끝내지 못하고 중간에 끊었다가 다시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건 정말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일이에요. 암 판정을 받고 본격적인 치료에 들어가기까지 한 달 정도가 걸리는데 그 시간 동안 무조건 많이 먹어서 몸무게를 늘여놓는 게 좋아요.




다시 돌아가 연기를 할 생각, 그리고 팬들에게 돌아갈 생각을 하면서 힘을 내셨으면 합니다. 저도 병원에서 팬들이 보내주는 SNS 쪽지 등을 보고 진짜 힘을 많이 얻었는데 우빈 씨 팬 여러분들도 그래주실 수 있죠? 병원에 누워 있는 사람에게는 그런 메시지 하나 하나가 큰 힘이 돼요.저는 지금 방사선 치료 후유증으로 이비인후과도 수시로 가고 응급실도 몇 번 간 적이 있지만 일상생활에는 지장 없이 잘 살고 있습니다. 비인두암이 방사선 치료가 잘 먹혀서 치료도 잘 되는 암이지만 재발도 잘 되는 암이라니 저도 계속 관리하려고요. 비록 선수로서의 꿈은 접었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감독으로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배우도 힘든 직업이고 몸을 쓰는 직업이긴 해도 전문적인 운동선수처럼 숨이 턱에 찰 때까지 운동을 매일 하는 게 아니라면 완쾌 후 다시 멋진 활동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중간에 쉬지 말고 방사선 치료를 딱 34번에 끝내시길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제가 그라운드에 다시 서겠다는 마음으로 고통스러운 치료를 이겨낸 것처럼 우빈 씨도 다시 연기자로 돌아갈 생각만 하면서 꼭 이 병을 이겨내셨으면 합니다.


사실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편인데 운동하면서 <상속자들>은 정말 재미있게 봤고 영화 <친구2>도 인상 깊게 봤어요. 제 아내하고 서로 우빈 씨가 매력적으로 생겼다는 이야기도 자주 했습니다. 1989년생이시죠? 저하고 10살 차이 난다는 것도 제가 알고 있을 정도니 정말 팬 맞죠? 남일 같지 않아서 더 마음이 쓰입니다. 


제가 고별 경기를 하던 날 팬들이 그라운드에 있는 저를 향해 종이 비행기를 날려줬어요. 제 목소리도 외쳐주고 많은 응원을 보내주셨죠. 치료를 받으면서 힘이 들 때마다 그게 정말 의지가 많이 됐습니다


. 우빈 씨는 정말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배우이니까 더 많은 분들의 응원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많은 팬들이 우빈 씨를 응원하고 있으니 꼭 치료 잘 받으셔서 우리들 곁으로 돌아오세요.


암 선고를 받으면 의사선생님들이 “치료 받으면 나을 수 있으니 누굴 원망하지 말라”고 하는데 사실 그게 말이 쉽지 잘 안 돼요. 치료 받기 전까지 머리 속에는 암 생각 뿐이죠. 저는 우빈 씨가 걸린 병에 먼저 걸렸던 사람으로서 원망하고 싶을 때 마음껏 원망하고 울고 싶을 때 실컷 울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대신 치료에 들어가면 그때부턴 독하게 마음 먹고 가족과 팬들에게 연기로 돌아올 생각만 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파이팅입니다.                                                       

-성남FC U-12 전상욱 감독



http://www.sports-g.com/2017/05/24/비인두암-이겨낸-전상욱이-김우빈에게-보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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