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그 어느 회 차의 엔딩보다 의미 있었다.
25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연출 김진만·진창규, 극본 황진영) 26회 방송에 대한 이야기다. 이날 방송에서는 백성을 수탈하거나 학살하는 등 연산군의 폭정이 심해지자 홍길동(윤균상) 패거리가 관군을 막기 위해 나섰다. 하지만 홍길동 패거리는 수적 열세에 부딪혔다.
이때 이를 본 백성들은 자신들을 위해 싸워주는 홍길동 사단을 위해 자발적으로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남자들은 관군들을 향해 활을 쏘고 여자들은 관군들이 산세에 약한 것을 이용해 돌을 굴려 그들을 막아섰다.
백성의 도움을 받은 홍길동 사단은 마침내 관군을 무찔렀다. 하지만 백성들의 안타까움 죽음이 있었다. 특히 홍길동은 자신을 홍장군이라고 부르며 따랐던 백성 중 한 명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고 급히 달려갔다. 안타까워하는 홍길동과 달리 그 백성은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홍길동에게 "홍장군, 내 평생 오늘처럼 신나고 상쾌한 날이 없었다. 오늘에야 처음으로 내 맘 가는대로 하고 살았다. 고맙다"고 결국 숨을 거뒀다.
이에 홍길동은 "이보시오 이름이라도 일러주고 가시오. 내가 이름을 모릅니다. 이름이라도 일러주고 가시오"라며 오열했다. 이를 보는 홍길동 사단은 물론 시청자들도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특히 엔딩 크레딧을 장식한 이 백성에 대한 에피소드는 시청자의 마음을 더욱 미어지게 했다. 이름 모를 그 백성이 '의인' 홍길동의 등장에 기뻐하며 웃는 장면, 홍길동에게 왜 우리를 도와주냐고 묻는 장면이 엔딩 크레딧에 담긴 것.
드라마에서 엔딩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날 방송된 전개와 에피소드에 방점을 찍을 만큼 임팩트가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시청자가 다음 회 방송을 챙겨볼 수 있도록 궁금증과 호기심까지 담아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드라마의 엔딩은 주연 배우들의 모습이 담긴 장면을 내보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날 방송된 '역적'에서는 이름 모를 단역 배우가 엔딩을 장식했다. 이 배우는 극중 주인공 홍길동 마저 이름 모를 백성 중 한명을 연기했을 뿐인데 말이다. '역적'은 이름도 모르는 백성 중 한명을 드라마 엔딩의 메인으로 잡아주면서 이 드라마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절절히 전달했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백성들을 구해내는 남다른 힘은 가진 장수 홍길동이 아니라 역사에 이름 세 글자 남기지 못했지만 홍길동과 마찬가지로 폭정에 대항했던 수많은 민초들이었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한편, '역적'은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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